[인터뷰] ‘폭싹 속았수다’ 문소리의 봄

배우 문소리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배우 문소리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단단한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소녀 감성을 지닌 사랑스러운 면모부터 자식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것 없는 당차고 생활력 강한 모습까지 폭넓게, 짙고 깊게 소화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았다.

극 중 문소리는 한때 시인을 꿈꾸던 새침데기 문학소녀에서 좌판에서 오징어를 파는 씩씩한 엄마가 된 장년 애순을 연기했다. 문소리는 청년 시절 애순을 연기한 아이유와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것은 물론,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보내며 한층 더 단단해진 애순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그려내 몰입을 높였다. 절절한 모성애 연기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문소리는 쏟아지는 호평에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잘 봤다고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각자 마음을 기대는 포인트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폭싹 속았수다’의 강점을 짚었다.

장년 애순으로 분해 시청자에게 진한 울림을 안긴 문소리(왼쪽). / 넷플릭스

-공개 후 큰 사랑을 받았다. 소감은.

“너무 많은 분들이 잘 봤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얼굴에 눈물 젖은 티슈가 올려져 있는 사진을 많이 보내줬다.(웃음)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8할은 대본이었다. 이미 애순과 관식을 그렇게 만들어놨고 그 위에서 우리가 한 것은 걸으라는 대로 걷고 써놓은 대로 말한 것밖에 없다. 대본에 비하면 정말 한 게 없다. 거기에 감독님이 세팅이며 캐스팅 조합이며 집요하고 철저하게 다 해놨으니까 가능했다. 우리가 한 것은 정말 미비하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대본을 읽고 놓자마자 눈물을 닦으면서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분량이 어떻든, 내 역할이 무엇이든, 돈을 얼마 줄 건지, 언제 촬영할 건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해녀 이모들 하라고 했어도 했을 거고 무슨 역할이든 했을 것 같다. 이런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기회였다.”

-장년이 된 애순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봄, 여름에는 휘황찬란했지. 폭풍도 몰아치고 꽃도 피고 해도 쨍쨍했다가 가을, 겨울이 돼서 평범한 엄마가 된다. 모든 엄마들이 그럴 거다. 그런 지점이 애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도 애순의 변하지 않은 본질은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거기에 문소리도 있잖나. 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들어갈 텐데 잘 버무려서 하나로 만드는 게 중요한 미션이었다.”

2인 1역이자 모녀로 호흡을 맞춘 아이유(왼쪽)과 문소리. / 넷플릭스

-애순과 딸 금명의 관계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눈물샘을 자극했다. 실제 딸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한 입장에서 어떤 감정이 들었나.

“금명을 보면서 너무 안쓰러웠다. 빨리 철이 들어서. 동명이도 가고 엄마 힘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나. 맏이라 일찍 철든 게 너무 마음 아팠다. 금명이 서울에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학부모에게 그 꼴을 당하고도 애순과 통화할 때 아무 말도 못하잖나. 그게 너무 마음 아팠고 그 장면이 참 슬펐다. 엄마라면 딸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엄마한테 울고불고 다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거다. 일찍 철이 들어서 아무 이야기도 안하고 있다는 걸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부모 앞에서는 철없이 어리광도 부리고 실없는 소리도 하는 것도 효도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딸이었다. 그런 면에서 너무 금명과 비슷하다. 그런 딸이라 힘든 마음도 더 아는 것 같다.”

-아이유와 2인 1역을 소화했는데 어떻게 호흡을 맞춰나갔나.

“촬영 전 이야기를 꽤 많이 했다. 만나기도 하고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유가 먼저 촬영을 해서 그걸 보고 촬영하기도 했다. 워낙 야무지고 단단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친구다. 이지은(아이유)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렇게 느껴졌다. 후배지만 저걸 어떻게 다 해내지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문소리가 아이유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넷플릭스

-애순의 시 중 마음에 품고 있는 시가 있나.

“‘오로지 당신께’ 마지막 시가 정말 좋다. 마지막 이야기인데 금명에게도 그러잖나.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라고. 그 대사가 굉장히 마음에 남았다. 몇 년 전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라디오에서 ‘여름날의 추억’이라는 곡이 흘러나왔는데 너무 흥이 나서 신나게 따라 불렀다. 그러다 ‘짧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가고’ ‘나의 여름날은 다시 오지 않으리’ 같은 가사를 듣고 다 슬퍼졌다. 그렇게 슬픈 노래인지 몰랐다.(웃음) 그런데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슬퍼하지 말자, 만날 봄인 듯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을, 겨울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로지 당신께’라는 시가 마음에 남는다.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문소리의 계절은 봄일까.

“자락자락 털리는 가을인 것 같다.(웃음) 주렁주렁 열리는 가을일 줄 알았는데 털어가는 사람이 많네. 하하.”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친구가 애순과 금명의 이야기뿐 아니라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고 하더라. 아빠에게도 저렇게 꽃같이 아름다웠던 봄이 있었겠구나 생각하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고. 부상길, ‘학 씨’ 아저씨의 성장이 대한민국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인지 아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양관식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 놓은 거라는 말도 하더라.(웃음) 은명의 이야기도 크잖나. 나도 딱 2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생각이 많이 났다. 은명을 보면서 눈물 쏟은 사람들도 있고. 두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더니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로도 이어진 거다. 각자 마음을 기대는 포인트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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