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코 정상, ‘웨스팅하우스 분쟁, 원만한 해결’ 공감대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오후 체코 프라하성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프라하/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을 하고 체코 신규 원전 수주의 걸림돌로 부상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체코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프라하에서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식재산권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는 원전 협력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한미 기업 간 원만한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때처럼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벨 대통령도 “최종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확실한 건 없지만 체코, 대한민국, 미국의 이런 분쟁이 성공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이로운 것”이라며 “오래 끌지 않고 어떤 방식의 합의를 보는 것이 양쪽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나쁜 시나리오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협력 파트너로서 미국이 있고 체코가 있다. 한-미 간에 원활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또 체코도 이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닌 상황이라 협의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양국 정부가 기본적으로 두 회사 간 지식재산권 문제로 소송이 걸려있는 상황이지만 정부 간 수출통제문제나 차후 원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포괄적인 협력 문제, 에너지 협력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정부 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두코바니 신규 원전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체코 기업들이 함께 건설할 두코바니 신규 원전이 양국 경제의 동반 발전과 에너지 협력의 이정표로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은 원전 협력과 더불어 앞으로 바이오, 디지털, 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과 응용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 동반성장의 기반을 함께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파벨 대통령도 “우리는 (원전 건설에서)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희망하고 있고, 60% 정도 체코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며 “체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이미 1만5천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만약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이 체결된다면 그런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코바니 원전 이후 추가 원전 건설 수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게 아니어서 시기상조“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따라서 신규 원전 사업도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밀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우크라니아 재건을 위한 양국 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파벨 대통령은 “최근 세계적인 안보를 협박하는 러시아와 북한 같은 ‘불량 국가’와의 협력, 아니면 중국·이란과 협력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은) 북한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무모하고 비상식적인 도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러-북 불법 군사협력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프라하/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