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흉내부터 냈다" 미·러 견제 뚫고 '원자력전지' 기술자립

우리나라는 2015년 원자력연구원 자체 프로젝트로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달 탐사용 원자력전지 기술개발'에 나섰다. 원자력연은 120㎽(밀리와트)급 원자력전지를 개발했다. 초저전력이지만 40년간 인공위성 계측센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최근 고도 700㎞ 우주 공간에서 3차례 이상 원자력전지 교신 데이터를 받는 데 성공했다.
홍진태 원자력연 동위원소연구부 박사는 "기술개발 초창기에는 러시아 연구팀에서 개발이 쉽지 않다며 기술을 수입하라고 하더라"면서 "우리가 자체 개발하면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할 수 있지만, 기술이 없으면 수입국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주고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7년여 간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미국은 전략기술에 대해선 수준이 올라와야 그때부터 협력을 시작한다"며 "도움 받을 곳이 없어 첫 개발 당시에는 미국·러시아가 개발한 원자력전지 사진과 도면을 흉내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2015년 연구원 자체 예산으로 첫 제품을 만들었지만 기계가 구동조차 하지 않았다"며 "열평형 방정식부터 풀고 설계 능력을 조금씩 끌어올려 제작과 실증까지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박사는 "원자력전지는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탄소 복합체를 통해 공력 가열 현상을 견디고, 땅에 충격이 생기지 않도록 다중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연은 현재 6W(1W=1000㎽)급 우주용 원자력전지를 개발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에 비하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작은 규모다. 이처럼 규모가 작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못해 플루토늄이나 아메리슘 같은 열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홍 박사는 "전지 열원으로 활용되는 플루토늄과 아메리슘 등은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만 다룰 수 있도록 한정돼 있다"며 "우리 정부가 열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고, 연구진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스트론튬-90 등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향후 우주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개발은 물론 외교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인공위성과 우주 탐사로봇에 탑재되는 원자력전지를 개발하려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국제사회로부터 관련 동의를 얻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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