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부친 한승원 작가 “딸이 마을 축하 잔치도 말렸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10.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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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 세계의 비극을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과 마을 잔치를 마다했다고 한다.

한 작가는 2016년 5월 22일, 딸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을 때에는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 회관에서 주민 100여명을 초청해 수상 축하에 보답하는 마을 잔치를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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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전언] “딸, 전쟁서 날마다 사람들 죽는데 무슨 잔치에 기자회견이냐고 말해”
“노벨상은 비극 즐기지 말고 더 냉철해지라는 상이라고 하더라…그래서 고민이 심해졌어”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한승원문학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의 노벨상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마을잔치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고 말하더라고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 세계의 비극을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과 마을 잔치를 마다했다고 한다.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집필실 '해산토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한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 작가의 부친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아버지인 원로 소설가 한승원이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에서 한강 작가의 성장기 시절이 담긴 가족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한승원문학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의 노벨상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한 작가는 이날 딸 대신 기자들 앞에 나와 딸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전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10일 저녁 딸과 통화하며 출판사 한 곳을 택해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 조언했다. 한강은 그렇게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밤사이 마음을 바꿨다." 

한 작가는 "딸(한강)이 '전쟁이 치열해져 날마다 죽음으로 (사람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강은 아버지가 열려던 수상 축하 마을잔치도 말렸다. 한 작가는 "여기 이 자리에서 잔치를 벌여서 동네 사람들한테 한 턱 내려고 그랬는데 (딸이) 그것도 하지 말라고 그런다"며 "'제발 그 비극적인 일들(두 개의 전쟁)을 보고 즐기지 말라'고 그러고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고민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8년 전 맨부커상 수상 당시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 '해산토굴'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한승원(오른쪽에서 두번째) 작가가 지난 2016년 5월 22일 마을회관에서 주민 100여명을 초청해 딸 한강(당시 46세) 작가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축하에 보답하는 마을 잔치를 베풀고 있다. ⓒ마을주민 제공

한 작가는 2016년 5월 22일, 딸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을 때에는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 회관에서 주민 100여명을 초청해 수상 축하에 보답하는 마을 잔치를 베풀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마을에는 15개가 넘는 플래카드가 걸렸었다. 

이날 한 작가는 마을 사람들의 축하에 감사의 뜻으로 '덕수궁 돌담길' 등 노래 2곡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당시 한 작가는 수상 소식이 알려졌을 때 "딸과의 통화에서 동네 주민에게 한턱을 내겠다고 하자 딸이 기꺼이 비용을 대준다고 했다"고 전했었다. 

이어 한 작가는 장흥문화원 협조를 받아 군민 200명을 초청해 군민회관에서 두 번째 축하잔치를 열기도 했다. 주인공 한강 작가는 불참했다.

원로 소설가 한승원 작가의 집필공간 해산토굴 내부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한승원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등을 펴낸 국내 대표 원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득량만이 내려다 보이는 집필 공간 '해산토굴'에서 30여년째 기거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부녀 작가로도 유명한 한승원·한강은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을 2대가 모두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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