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둔화 우려 시기상조…내년 협의 대부분 완료"(종합)
3분기 HBM3E 출하량, HBM3 초과…내년 하반기 12단 제품이 주류될 듯
낸드 제품 수익성 확보에 집중…"내년 인프라 투자, 올해보다 증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강태우 기자 = SK하이닉스는 24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둔화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며 "내년 HBM 수요는 인공지능(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의 AI 투자 확대 의지가 확인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4세대 제품인 HBM3와 DDR4 등에서 활용됐던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HBM3E(5세대) 제품의 생산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인프라 투자도 올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는 컴퓨팅 파워 요구량이 더 늘어나고 계산 재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현시점에서 AI 칩 수요 둔화 등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을 기록,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천724억원) 기록을 6년 만에 갈아치웠다. 매출 역시 작년 동기 대비 93.8% 증가한 17조5천73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썼다.
'HBM 시장 1위' 위상 공고…HBM3E 비중 늘려 수요 적기 대응
이 같은 역대급 실적에는 HBM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로 확대됐으며 4분기에는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 HBM3E 출하량은 (4세대인) HBM3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증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BM3E 12단 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HBM3E 8단의 판매 물량을 넘어서고, 내년 하반기에는 SK하이닉스의 판매 물량의 대부분을 12단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 계약 구조로 내년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돼 수요 측면에서 가시성이 매우 높다"며 HBM3E 판매 증가로 내년에는 평균 HBM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구조는 HBM 비중이 올해 말 40%까지 도달하면서 사업 안정성이 커졌다"며 "앞으로도 HBM 사업 강화로 안정적인 매출을 강화하면서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 신제품 기술에 필요한 난도는 증가하고 있고 수율 로스, 고객 인증 여부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충분히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HBM3E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레거시 공정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수요 둔화 제품 생산은 줄이고 HBM3E을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의 생산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수요가 둔화하는 DDR4와 LPDDR4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 LPDDR5 생산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은 원가를 낮추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로 적기에 공급하는 게 핵심"이라며 "6세대 제품 HBM4는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어드밴스드 MR-MUF, 1bnm(나노미터) 기술을 적용하고, 파운드리 파트너사(대만 TSMC)와 원팀 체계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효자' 된 낸드 사업…기업용 SSD 등 수익성 확보에 집중
고부가 제품인 기업용 SSD(eSSD)도 3분기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60TB(테라바이트) 제품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공급 중이며 122TB 제품도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238단 기술을 적용해 PCle 5세대 eSSD 제품인 'PEB110'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전체 낸드의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한 eSSD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며 "또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영향도 미미했으며 일회성 비용의 유의미한 증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낸드 사업의 경우 외형적 성장보다 수익성, 투자 최적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확보가 담보되는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고, 업계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본격적인 수요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보수적 캐파(생산능력) 유지와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AI PC 및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되고 교체 수요까지 발생하면서 낸드 수요 환경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내년 인프라 투자 확대…"중국 업체와 격차 유지할 것"
M15X와 용인클러스터 1기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투자로 내년 인프라 투자는 올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먼저 완공되는 M15X의 D램 생산 기여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에 맞춰 신규 팹의 양산 시기와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투자 규모는 HBM 수요 대응과 M15X 투자를 반영해 연초보다 증가한 10조원 중후반대로 예상"이라며 "내년에는 구체적으로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1b㎚ 전환과 TSV 캐파 확보,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및 M15X 투자 지속에 따라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 규모의 증가분은 대부분 인프라, 연구개발(R&D), 후공정에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생산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급 증가로 DDR4, LPDDR4 등 레거시 제품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DDR4, LPDDR4 가 채용되는 시장은 이미 LPDDR5, DDR5로 크로스오버 되고 있으며 후발 업체(중국)들은 제품력과 기술력에서 기존 업체와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용처에 따라 성능보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할 수는 있지만 PC, 스마트폰 등에서 AI 기능 탑재가 확대되면서 고성능 메모리 제품 탑재가 늘어날 것"이라며 "회사는 변화하는 경쟁환경을 감안해 레거시 제품은 빠르게 축소하고, 고부가 제품에 선택과 집중하며 후발 업체와 격차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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