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너무 탐닉하는 다저스

사진 = 키어스텐 왓슨 SNS

MVP의 세 치 혀

세상이 시끄럽다. 세 치 혀 때문이다.

이번 멘트 역시 유명 스타의 입에서 나왔다. 모범생으로 알려진 프레디 프리먼(35)의 말이다.

그가 누군가. 작년 월드시리즈는 온전히 자신의 무대였다. 사상 첫 끝내기 그랜드슬램, 4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렸다. 결국 MVP까지 수상했다.

그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이번 도쿄시리즈는 무척 기대가 된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리즈보다 10배는 더 기대가 된다. 다저스에는 쇼헤이(오타니), 요시(야마모토 요시노부), 로키(사사키)가 있고, 컵스에는 쇼타(이마나가)와 세이야(스즈키)가 있기 때문이다.”

이중 딱 한 지점에 꽂힌다. ‘10배는 더…’라는 부분이 발화점이다.

이 멘트는 국내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부글거린다. 일부에서는 ‘망언’이라며 성토한다.

뜬금없는 논쟁도 펼쳐진다. 원문 해석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내가 미국에서 초중고대를 모두 나왔는데’라는 이력서 제시는 기본이다. ‘번역 프로그램 ****을 돌려봤더니’ 같은 시대를 반영하는 주장도 등장한다.

꼼꼼한 부류도 있다. 세밀함을 파고든다. 원문의 키워드 ‘whatever’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건 이런 뜻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등등의 설전이 펼쳐진다.

사실 그러려니 하는 사람도 많다. ‘이게 그럴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다. 프리먼은 미국 사람이다. 한일 관계에 관심 있을 리도 없다. 말 자체는 딱히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전체적인 맥락은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섭섭함은 어쩔 수 없다. 굳이 왜 서울과 비교 하나. 10배라는 수치는 또 뭔가. 그런 마음들이다.

사진 제공 = OSEN

한껏 분위기 띄우는 다저스

다른 선수들도 설레는 마음을 전한다.

“팀 동료의 출신지를 찾아가는 것은 묘한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승리다. 도쿄에서 2승을 올리고 돌아오겠다.” (다저스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일본 문화를 돌아볼 수 있어 기대가 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야구문화를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이나 멕시코에서 실제 게임을 해보니,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한국과 다른 일본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다저스 3루수 맥스 먼시)

“WBC 때 한국 대표팀으로 뛰면서 도쿄돔을 가봤다. 멋진 장소였다. 많은 팬들 앞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다저스 내야수 토미 에드먼)

“일본은 처음이다. 쇼헤이(오타니)와 함께 간다니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이 그 친구를 (일본에서) 비틀스와 비교하더라. 누구는 테일러 스위프트 정도라고 하더라.”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

누구보다 도쿄행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다. 그는 최근 연장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4년간 총액 3250만 달러(약 475억 원)의 규모다. 연평균 800만 달러(약 120억 원) 가량이다. 역대 최고 대우다.

그는 오키나와 나하 태생이다.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아버지가 주일 미군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서는 독보적인 명장으로 꼽힌다. 바로 옆 나라에서 ‘돌버츠’라고 불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오타니와 티키타카도 잘 맞는다. 덕분에 인기가 남다르다. 지난겨울 도쿄에서 단독 CF까지 찍었다. 고향 나하의 명예시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일본 팬들이 그들의 스타 3명(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을 얼마나 열광적으로 맞을지 상상만으로도 기대된다. 내게도 각별한 곳이다. 평생 기억할 만한 여행이 될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3명. 오타니 쇼헤이 SNS

연회비 70만 원 팬클럽 3분 만에 매진

지난달 말이다. 회원 모집 행사가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주최자는 LA 다저스다. 일본 팬을 겨냥한 프로모션이었다.

가입하면 여러 가지 특전이 주어진다. 바블 헤드 인형, 타월, 모자, 토트백 등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끈 조건은 따로 있다. 티켓 구매에 우선권을 가진다는 점이다. 도쿄시리즈 입장권(2장)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이점인 셈이다.

물론 회원 전체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4등급 중 최고 단계인 MVP 회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연회비가 7만 5000엔(약 74만 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오픈 3분 만에 회원권 1200장이 모두 팔렸다. 다저스에 대한 일본 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MLB의 국제 팬클럽은 흔치 않다. 다저스의 스탠 카스텐 회장(CEO)은 무척 고무됐다.

“이런 작업은 프리미어 리그나 유럽 축구 리그가 이미 하고 있다. 야구에서도 어느 정도 진전시킬 수 있는지, 우리 팀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쿄시리즈의 흥행은 이미 보증 수표다. 입장권은 지난달 16일 정오에 예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서버가 폭발할 것 같다. 대기자 숫자만 42만 명을 넘겼다. 4만 3500장은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지금은 재판매 시장이 불꽃 튀긴다. 18일 개막전 티켓은 (프리미엄 박스의 경우) 최고 200만 엔(약 1900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일반석도 16만 엔(약 150만 원)을 호가한다는 보도다.

오타니의 아내가 다저스 가족에게 선물한 일본 과자. 니콜 반스 SNS

벚꽃 무늬 유니폼도 등장

이래저래 다저스의 일본 사랑은 애틋할 수밖에 없다. 이는 팀 성적만이 아니다. 오타니 영입 이후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구장 안팎의 광고에 일본 기업 12개가 추가됐다. 그 밖에도 유형, 무형의 수입원이 다채롭다. 이로 인한 수익이 700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온다(리서치 기업 스폰서 유나이티드).

상대 팀과 리그 전체에도 낙수 효과가 생긴다.

‘다저스와 경기하는 몇몇 팀은 1500만 달러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는 집계다. 이는 전년 대비 16%의 우상향 곡선을 나타내는 MLB의 상승세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포브스)

얼마 전이다. 다저스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넷 LA의 여성 리포터 키어스텐 왓슨의 SNS 게시물이 눈길을 끈다. 흰색 홈경기 유니폼에 벚꽃 문양이 들어갔다. 이번 도쿄시리즈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물론 현실이다. 다저스와 MLB는 일본을 탐닉할 수밖에 없다. 그건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선수는 못 갔는데…”라며 시샘하고 질투할 일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있다. 추구하는 바는 글로벌화다. 더 많은 곳의 팬들과 공감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번거로운 해외 개막전을 매년 강행하고 있다. 그래서 WBC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잘 살펴야 한다. 물론 의도는 아닐 것이다. 곡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세심해야 한다.

스카우트를 독점하고, 편중되고, 괜한 언사로 다른 쪽을 언짢게 하고…. 그런 일이 피해야 한다.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거부감이 없어진다. 반감이 줄어든다. 그게 세계화, 글로벌화의 우선이다.

사진=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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