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세계가 먼저 찾는 3D AI 솔루션"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 사진 제공=엔닷라이트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디자인에 더 이상 혁신이 없다는 말은 인간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만가지 경우의 수를 단 몇 초 만에 제안하죠. 엔닷라이트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연결하는 가장 강력하고 정밀한 3D 데이터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3D AI(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엔닷라이트’의 박진영 대표는 지난 11일 진행된 인터뷰 내내 변화와 표준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갤럭시S’의 탄생을 함께하고 다음에서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수립한 베테랑 엔지니어이자 기획자다.

박 대표는 많은 분야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3D 캐드(CAD) 엔진과 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나아가 피지컬 AI 시장에서 엔닷라이트의 기술력을 세계 표준으로 정립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싸이월드서 얻은 통찰, 3D 엔진 개발로

박진영 대표의 이력은 3D 기술과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대한 전문성으로 응축된다. 시작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디어학부에서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전공한 그는 싸이월드에서 스킨 등을 제작해 판매하면서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도토리를 벌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창작자로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체험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디지털 자산이 가치를 인정받아 수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누구나 창작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임을 예견했다”며 “2009년 삼성전자 갤럭시S 개발팀으로 입사해 3D 홈 화면 등을 제작하면서 모바일 생태계에서도 크리에이터 중심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2012년 다음을 거쳐 본격적인 창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배우자이자 3D 그래픽스 전문가인 김선태 엔닷라이트 CTO(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자체 3D 엔진 개발에 매진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2018년 마침내 국산 3D 엔진인 ‘트리닉스(TRINIX)’를 탄생시켰다.

박 대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외산 3D 엔진은 접근성과 활용도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며 “대학 시절 싸이월드에서 느꼈던 창작의 기쁨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3D로 구현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캐드 툴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엔닷라이트의 자체 3D 엔진 '트리닉스' / 사진 제공=엔닷라이트

3D AI 솔루션으로 시뮬레이션 판도 재편

엔닷라이트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피지컬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정교하게 동작하려면 가상 환경(시뮬레이션)에서의 학습이 필수적인데 엔닷라이트의 기술은 기존 게임용 메쉬(Mesh) 데이터가 가진 한계를 완벽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는 “메쉬 데이터가 겉모양만 그럴듯하게 빚은 찰흙 덩어리라면 캐드 데이터는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한 수치와 내부 구조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라며 “로봇이 냉장고 문을 열 때 메쉬 데이터는 단순히 형상만 인식하지만, 캐드 데이터는 힌지(경첩)의 구조와 회전 반경, 작동 등에 필요한 힘의 크기까지 정확히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캐드 데이터가 적용 요구 사양이 매우 높고 활용법이 까다로워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엔닷라이트는 독자 개발한 트리닉스 엔진을 통해 무거운 캐드 자산을 ‘심레디(Sim-ready)’ 데이터로 즉각 전환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심레디 데이터는 물리 시뮬레이터에서 별도 수정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3D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를 활용하면 AI가 로봇에게 물리적 속성과 관절 구조 등을 자동으로 부여해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모델을 실제 현실에 바로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이 가능해진다.

엔닷라이트 텍스트투캐드 솔루션 / 사진 제공=엔닷라이트

글로벌 기업이 찾는 독보적 기술력

엔닷라이트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증명되고 있다. 박진영 대표는 “글로벌 기업이 가진 하드웨어와 플랫폼에 엔닷라이트의 고품질 3D 솔루션을 공급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중”이라며 “그들이 먼저 우리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IT·제조 대기업들도 엔닷라이트의 ‘텍스트 투 캐드(Text-to-CAD)’ 솔루션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디자이너가 전문 툴을 붙잡고 며칠씩 씨름할 필요가 없다”며 “원하는 설계를 텍스트로 설명하면 단 몇십초 만에 정밀한 캐드 파일이 생성된다. AI로부터 디자인을 제안 받는 시대가 온다는 믿음이 현장에서 공정 효율 극대화라는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 사진 제공=엔닷라이트

“엔닷라이트 솔루션이 곧 글로벌 표준”

박진영 대표는 올해를 ‘심레디 데이터 전쟁’의 서막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국내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강력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 자신했다.

그는 “해외 시장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2029년까지 생산 거점의 디지털 트윈 구축을 의무화했다”며 “미국은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을 위한 3D 파이프라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엔닷라이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3D 데이터 시장의 ‘피그마(Figma)’가 되는 것이다. 피그마가 디자인 툴의 문턱을 낮춰 어도비를 제치고 글로벌 표준이 된 것 처럼 엔닷라이트도 트리닉스 엔진을 무기로 기존 레거시 캐드 시장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5년 후에는 전 세계 로봇 제조사와 크리에이터들이 엔닷라이트가 정의한 데이터 속성과 확장자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레드오션이던 캐드 시장을 넘어 AI와 로보틱스가 결합된 블루오션에서 독보적인 J커브 성장을 이루겠다. 엔닷라이트의 3D 솔루션이 글로벌 산업의 공용어가 되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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