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50만 관광객 몰린 이 마을…비결은 ‘도농교류의 힘’

지유리 기자 2024. 7.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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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기 극복’ 일본 농촌마을 군마현 가와바촌을 가다
‘도쿄의 강남구’ 세타가야구와
1980년 결연후 전폭 지원받아
초등학생 방문 의무화 등 눈길
마을기업 ‘전원플라자’도 한몫
농산물직판장·식당 25곳 운영
‘고향납세’ 자판기로 모금·홍보
일본 군마현 가와바촌에 있는 마을기업 ‘전원플라자’ 전경.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250만명에 달한다.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농촌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청년이 급속히 빠져나가며 소멸의 늪에 빠졌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지역자원을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마을이 있다.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세시간가량 가면 있는 군마현(県) 가와바촌(村)이다. 정주인구는 3000명 남짓한 농촌지역이지만 연간 25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변화의 시작은 ‘도농교류’였다.

가와바촌은 1980년 도쿄에 있는 세타가야구와 도농교류 협약을 맺었다. ‘도쿄의 강남구’로 불리는 세타가야구는 당시 ‘제2의 고향 프로젝트’를 함께할 농촌마을을 모집했고, 가와바촌이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됐다. 자칫 일시적인 정책으로 끝날 뻔했던 교류는 40년 넘게 진행 중이다. 쓰노다 게이이치 가와바촌 부촌장은 “구청장이 바뀌더라도 도농교류 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협약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했다”면서 “도쿄의 23개 구가 다른 마을과 자매결연을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곳은 세타가야구뿐”이라고 강조했다.

세타가야구는 가와바촌에 전통 건축양식인 다다미방으로 꾸민 숙박시설과 온천장 등을 건설하고 매년 운영비로 한화 기준 약 40억원을 지원한다. 조례에 따라 세타가야구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은 5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이곳에서 2박3일간 농산물 수확이나 요리 체험 등을 즐긴다. 이런 경험은 훗날 이들이 가와바촌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된다. 도농교류를 통해 가와바촌에 방문한 세타가야구 시민은 지난해에만 5만7000명이고 지난 40년간 2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 가운데 7가구는 아예 도시를 떠나 가와바촌에 정착했다.

가와바촌의 또 다른 변화의 축은 마을기업이다. 가와바촌과 세타가야구 고향공사, 금융사 등이 합작한 ‘전원플라자 주식회사’는 농산물직판장·식당·양조장 등 25개 매장을 운영한다. 여기서 나오는 연 매출이 270억원에 달한다.

전원플라자의 점포 중 핵심은 농산물직판장이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나온다. 마을에 거주하는 900가구 가운데 600가구가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판매한다. 농산물직판장에 참여하는 농가의 연평균 매출은 2000만원이다.

평일 오후 3시쯤 도야마 노부코씨(70)가 감자를 들고 직판장에 들어섰다. 이곳 농민들은 스스로 농산물 가격을 정해 판매한다. 전원플라자가 2주마다 인근 지역의 농산물 시세를 조사해 알려주면, 그것을 기준으로 농민이 직접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인데, 농민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노부코씨는 “일년에 100만엔(1000만원) 정도 번다”면서 “판로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고, 그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도농교류 조례에 따라 가와바촌으로 농촌 체험을 온 도쿄 세타가야구 초등학생들이 손수 캔 토란을 넣어 만든 카레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군마현(일본)=지유리 기자, 전원플라자

전원플라자 고객은 대부분 같은 군마현 내 도시민들이다. 당일치기로 방문해 주로 농산물을 구입한다. 후지오카시에서 온 오하타 가즈미(53)·나카네 소유카씨(24) 모녀는 한달에 한번 이곳을 방문해 장을 본다. 가즈미씨는 “차로 한시간 정도 걸리는데, 채소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아 일부러 시간을 내 사러 올 만하다”면서 “가을에는 사과 과수원에 들러 산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원플라자에 따르면 관광객은 평균 4시간 정도 마을에 머문다. 체류시간은 길지 않지만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충분하다. 관광객 대부분이 농산물을 구입하고 식당·카페를 적극 이용해서다. 한국에서 가와바 마을 교류활동을 펼치는 윤기확 가와바코리아 대표는 “도시민이 가와바를 찾는 이유는 농촌이 갖고 있는 깨끗하고 자연 친화적인 경관과 전통·문화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라면서 “숙박·놀이 시설 등을 유치해 관광객을 오래 머물게 하기보다는 가와바 본연의 매력을 지켜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60%를 넘고 10회 이상도 28.1%에 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직판장 출입구 앞에는 고향납세 자판기가 비치돼 있다. 방문객들이 자판기를 통해 기부금을 내면 30%에 해당하는 금액은 직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돌려준다. 기부를 더욱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와바촌은 지난해부터 고향납세 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250만명에 이르는 관계인구가 고향납세를 확장하는 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답례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적 특산물인 쌀과 곤약을 비롯해 요구르트·치즈·맥주·사케 등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기부금은 12억원에 달했다. 게이이치 부촌장은 “고향납세 기부금은 추후 가와바촌과 도쿄농업대학의 교류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7일은 법정기념일인 ‘도농교류의 날’이었다. 우리나라도 농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농촌 소멸 시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작성한 가와바연구보고서에서 “가와바 마을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라면서 “우리 농촌마을도 각자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해 도시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공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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