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의 오너리스크

오너리스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들이 겪는 문제다. 국내에서는 일부 오너의 일탈 행위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소비자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해외에서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SNS를 통한 돌발적인 발언과 부절적한 경례 논란 등의 도덕적인 문제로 인해 테슬라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오너리스크가 부각된 사례가 있다.

최근 e스포츠 업계에서도 '오너 리스크(Owner Risk)'라는 단어가 거론될 만한 일이 벌어졌다. 프로게임단 T1의 조 마쉬 CEO가 2025 LCK 정규 시즌 로스터 발표와 함께 팬들에게 보낸 글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조 마쉬 CEO는 해당 글에서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를 2025 LCK 정규 시즌 주전 라인업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으며, "CEO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밝혔다.

'구마유시'의 주전 기용 여부는 2025 LCK 컵 대회부터 T1 팬들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당시 T1은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 후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두 차례 달성한 '구마유시' 대신 신인 선수 '스매쉬' 신금재를 기용했다. 이에 '구마유시' 팬들은 트럭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LCK 컵 종료 후 팬들은 정규 시즌에서 '구마유시'와 '스매쉬' 중 누가 주전으로 나설지에 주목했다. T1 정회윤 단장은 지난 2월, 정규 시즌 시작 전 코칭 스태프와 논의하여 주전 로스터 5인을 확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주전 로스터 확정 발표는 정회윤 단장이 아닌 조 마쉬 CEO의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조 마쉬 CEO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말로 정회윤 단장의 약속을 대신했다.

'구마유시'를 주전으로 발탁한 것이 자신의 요청이었다는 조 마쉬 CEO의 발언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 이 발언으로 T1은 경쟁 대신 CEO의 입김으로 주전을 결정하는 팀이 됐다. 월드 챔피언십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구마유시'는 실력 대신 CEO의 힘으로 주전을 보장받은 선수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LCK 컵에서 활약한 '스매쉬'는 실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주전에서 밀려난 불운한 선수가 됐다.

조 마쉬 CEO는 팬들의 주전 논란을 잠재우려 했겠지만, 스포츠에서 주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며 팬들의 관심을 높이는 흥미로운 주제다. 자신의 메시지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자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마쉬 CEO의 메시지, 특히 자신의 요청으로 주전 라인업을 결정했다는 발언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며 '오너 리스크'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LCK 컵 이후 선수들의 카트라이더 방송을 보며 소소한 행복을 누렸던 T1 팬들은 게임단 오너의 메시지로 다시 분노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T1의 '오너'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