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떠나는 이유’ 직원 1명 담당 6000개…‘중기부 빅3’ 소진공 처우는 꼴찌[중기+]

홍석희 2026. 5. 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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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연 소상공인진흥공단 이사장은 20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소진공]
예산 늘면 박수 대신 한숨…소진공, 기금관리형 ‘빅3’ 처우 바닥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데 평균보수는 기보의 56% 수준
‘지원? 나부터 받아야’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내부에
現 청와대 비서실장, 강훈식 의원 2021년 “소진공 처우 개선”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소상공인진흥공단, 업무량이 너무 많아요. 대응해야 하는 분들도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분들이다 보니 ‘악성 민원’도 적지 않습니다. 일에 비해 월급도 너무 적어요. 일을 하다 보면 ‘나부터 지원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일하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직원 A씨의 말이다. A씨는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업무 강도와 처우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다”며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관인데 정작 직원 처우는 지원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적지 않았다”고 했다.

#2. “예산이 늘어났다는 얘기가 들리면 반가운 게 아니라 ‘또 일이 늘어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결국 연말까지는 그 예산을 다 집행해야 한다. 그나마 올해는 연초에 추경이 집행돼 연말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다행이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증가=업무 증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B씨도 현재는 소진공을 떠났다.

인태연 소진공 이사장 취임 100일을 맞아 소진공의 처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진공은 중기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중기부 산하 정책 집행기관의 3대 축 중 하나다. 그러나 직원 보수는 같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중진공·기보와 차이가 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결산 기준 소진공 일반정규직 1인당 평균보수는 5644만원이다. 기보는 1억18만원, 중진공은 8838만원이었다. 소진공 직원 평균보수는 기보의 절반수준. 중진공과 비교해도 60% 선에 머문다. 중기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11곳 가운데 10위로 최저권이다.

업무 대상은 압도적으로 넓다. 중기부의 2024년 기준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 기업체 수는 613만개, 종사자 수는 961만명이다. 기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1.57명으로,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이다. 소진공의 2025년 4분기 임직원 총계 923명을 기준으로 단순 산술하면 임직원 1명당 소상공인 기업체 6646곳, 종사자 1만412명을 상대하는 셈이다.

이직률도 높다. 소진공의 남성 이직자 비율은 2021년 10.0%, 2022년 8.9%, 2023년 10.1%, 2024년 7.8%였다. 여성 이직자 비율은 2020년 5.4%, 2021년 4.4%, 2022년 6.7%, 2023년 6.4%, 2024년 5.9% 등이다. 중진공의 2024년 남성 이직자 비율 5.5%, 여성 4.0%등이다.

소진공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부담은 예산 증가와 맞물려 커지는 구조다. 중기부의 2026년 1차 추가경정예산은 1조6903억원으로 확정됐고, 이 가운데 소상공인 등 민생안정 분야에 4952억원이 반영됐다. 별도로 2026년도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계획 변경 공고에는 1차 추경 3200억원이 반영됐다. 긴급경영안정자금 중 일시적 경영애로자금 700억원, 신용취약소상공인자금 1000억원, 청년고용연계자금 1500억원이다.

정부의 지원 예산 확대는 소상공인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집행기관 입장에서는 상담·접수·심사·민원·사후관리 업무 증가로 이어진다. 소진공은 정책자금, 창업·경영지원, 재기지원, 전통시장 지원, 온누리상품권, 상권정보, 교육·컨설팅 업무를 맡는다. 고금리·고물가·내수 부진이 겹칠수록 현장 민원은 늘고, 지원 요건에서 탈락한 소상공인의 항의도 일선 센터로 몰리는 구조다.

소진공의 처우가 낮은 것은 소진공 출범 과정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진공은 2014년 1월 1일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돼 출범한 기관이다. 두 모태 기관은 모두 재단법인 성격의 진흥기관이었다. 1979년 출범한 중진공, 1989년 출범한 기보가 처음부터 정책금융 기관으로 분류돼 보수체계가 금융권 수준에 맞춰 짜인 것과 비교하면 출발선부터 달랐던 셈이다.

특히 소진공은 출범 후 줄곧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묶여 정원과 인건비 통제를 강하게 받았다. 2024년에야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격상됐지만, 10년 가까이 누적된 임금 격차는 단기간에 좁히기 어려웠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소진공의 열악한 처우가 크게 문제가 됐던 상황은 ‘코로나19’사태를 맞았던 지난 2021년이다. 정부는 피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등 융자사업과 지원금 지급을 진행했는데 당시 소진공 직원들은 월 100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를 했다. 일부 직원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뇌출혈 수술을 받기도 했다.

소진공 처우에 대한 지적은 2021년 국감 때도 이어졌는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소진공이 중기부 산하기관 11곳 중 처우수준이 꼴지다. 중기부가 임금체계를 적극적으로 다뤄 기재부와 협상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태연 소진공 이사장은 지난 7일 소진공 노조 창립일과 취임 100일을 묶어 진행한 ‘커피나눔 행사’에서 “노사가 함께 소상공인의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직원들의 바람이었던 ‘처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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