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교육 강연횟수만 700회' 대통령상 수상한 엄마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한 해에 수천 명의 양육포기아동이 발생하는데요. 반면 국내 입양 아동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2013년 입양을 통해 가족을 만들고, 8년째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입양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꾸는 데 힘쓰는 분을 만났습니다. 제19회 ‘입양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전성신 씨 인터뷰를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입양은 숨길 일도 대단한 일도 아냐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하나의 방법일 뿐
2013년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전성신 씨와 김별 양. 전 씨는 8년째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입양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꾸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전성신 씨는 테니스 선수인 딸 김별 양을 위해 매일 차로 학교와 훈련장을 함께 오갑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별이는 최근 열린 청소년대회에서 준우승을 할 만큼 기량이 뛰어납니다. 전 씨는 그런 딸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해줄 생각입니다. 그는 “별이는 생후 9개월에 걸음마를 뗄 만큼 운동신경이 좋다. 가족 중 아무도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없는데 별이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만큼 더 잘 도와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별이는 “엄마는 정말 운동을 못한다”며 장난을 쳤습니다. 두 사람은 “하지만 MBTI(성격유형검사)도 비슷하고 닮은 점이 많다”며 서로를 보며 웃었습니다.

모녀는 2013년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됐습니다. 전 씨는 생후 50일 된 별이를 가족으로 맞이했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돼라’는 뜻으로 ‘별’이라는 이름을 선물했습니다. 당시 두 명의 초등학생 자녀가 있었지만 전 씨 부부는 주변의 입양가정이 무척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별이 역시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난 입양된 아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입양은 특별한 것도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 이 가족의 생각입니다.

물론 주변에는 이들을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도 있습니다. 전 씨가 8년째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전 씨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유아·청소년 시설을 찾아다니며 입양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연횟수만 700회에 이릅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19회 ‘입양의 날’ 행사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한 해에 수천 명의 양육포기 아동이 발생합니다. 원 가정에서 양육되지 못하는 아이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양입니다. 전 씨 가족은 더 많은 사람이 가정을 이루는 한 방법으로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언론에 가족사진을 당당히 공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가정사가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가족들은 “우리 얼굴이 신문에 나오는 거냐”며 유쾌한 일로 받아들입니다.

별이의 테니스 훈련을 몇 시간 앞두고 한 카페에서 모녀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내내 ‘껌딱지’처럼 붙어 서로의 곁을 지켰습니다.

전성신 씨네 다섯 식구의 모습. 가족 모두 별이의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으며 입양을 가족이 되는 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진 전성신

Q. 두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입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첫째·둘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난 뒤 아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자녀가정의 모습을 보며 참 부러웠거든요. 그때 유독 입양가정들이 눈에 띄었어요. 주변에 몇몇 입양가정이 있는데 무척 행복해보였어요. 입양가정모임을 통해 유대관계를 갖고 생활하는 것도 좋아보였고요.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보다 보니 출산이 아닌 방법으로도 가족이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 다른 식구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모두 처음부터 입양을 찬성했어요. 만약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입양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입양 심사 과정에서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입양에 동의하는지도 살피기 때문에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특히 첫째·둘째 아이는 입양 전 별이를 접견할 때나 집으로 데려올 때도 항상 함께 다녔어요. 입양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요.

Q. 그럼에도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내가 생물학적으로 낳은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를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렇지 않다면 의지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었죠. 실제로 별이를 데려오고 나니 세 자녀를 바라보는 제 마음이 정말 다르지 않았어요. 선배 입양가정이 말씀해주신 게 거짓이 아니었구나 생각했죠.

Q. 별이를 키우는 일은 어땠나요?

별이가 크면서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언니, 오빠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땐 속이 상했죠. 하지만 이건 입양으로 인한 어려움이 아니에요. 모든 육아는 매일이 힘듦의 연속이죠. 입양도 육아도 꽃길만 바라선 안 돼요.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면서 부모가 되고 가족이 되는 거죠. 물론 입양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땐 어려움이 입양 아이에게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육아에서 오는 것인지를 잘 구분해야 해요.

Q. 입양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가족 구성원이 많아지니 웃을 일이 그만큼 더 늘었어요. 별이는 대학생인 언니, 오빠와도 세대 차이 없이 잘 지내요. 특히 시아버지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감정표현이 없으신 분인데 별이를 데려오는 날엔 맨발로 나와 환영해주셨어요. 이후 시누이도 자녀를 두 명이나 입양했죠. 결혼 후 오랫동안 자녀가 생기지 않아 걱정했는데 별이를 본 뒤 6개월 만에 입양가정을 이룬 거예요. 여성이라면 의학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출산을 경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던 시어머니도 지금은 무척 행복해하세요. ‘입양 대가족’을 이루니 집안에 편견은 있을 수도 없거니와 다들 입양으로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해요.

Q. 별이에게 입양 사실을 처음 알린 건 언제인가요?

별이가 여섯 살 때쯤 임신한 여성을 보고 자기는 어떻게 태어났냐고 묻더군요. 낳아주신 부모님은 어려운 사정으로 더 이상 별이를 기를 수 없어 입양을 통해 엄마 아빠가 널 데려왔다고 말해줬어요. 언니, 오빠는 출산으로 가족이 됐고 별이와 사촌 형제들은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거라고 했죠. 가족이 되는 방법은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다고요. 이후 입양에 관한 동화책을 자주 읽어주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입양을 받아들일 수 있게 했어요. 학령기를 전후해 이러한 ‘입양 말하기’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별이는 친구들이 묻기 전에 스스로 입양 사실을 털어놓을 만큼 입양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별이는 “‘거짓말 아니냐’며 농담으로 넘기는 친구도 있고 깜짝 놀라는 친구도 있다”며 “오히려 이러한 반응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엄마와는 낳아주신 부모님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에 전 씨는 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그가 “이렇게 예쁜 딸을 낳아주신 분을 만나보고 싶다. 그분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물으면 별이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다. 가족과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겠다”고 답합니다.

Q. 반편견 입양교육에 열심인 이유가 있나요?

별이에게 입양사실을 털어놨을 때 상처 되는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건 몰라서 그런 거니 잘 가르쳐줘야 한다고 얘기해줘요. 강연 활동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죠. 입양에 대한 편견은 입양을 제대로 몰라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하러 다니면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가장 놀란 건 아이들조차 편견이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별이가 입양아라는 것을 알면 슬플 것 같다”고 말해요. 입양에 대해 이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연이어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해주면 “별이가 행복해보인다”고 하죠. 입양은 불행한 일도, 숨겨야 하는 일도 아니라는 걸 알리고 있습니다.

Q. 어른들의 편견은 더 공고할 텐데요.

입양아에게도 여전히 낳아준 부모를 ‘친부모’라고 칭하는 등 우리 사회는 혈연중심주의가 무척 강해요. 입양한 순간 아이의 친권은 입양부모에게 있는 건데도요. ‘(친)양부모’, ‘(친)생부모’라고 부르는 게 더 바람직해요. 또한 많은 사람이 입양을 바라보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어요. 입양가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학대가 아닌 입양에 초점을 맞추죠.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 중 입양가정에서 벌어진 일은 1% 미만인데도요. 반대로 입양한 사실을 밝히면 “정말 좋은 일 하셨다”, “대단하다”고 말해요. 출산할 때 자연분만했다고 더 대단하다고 하지 않잖아요? 입양도 출산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것보다 대단할 게 없어요. 이 또한 편견이죠. 그저 자녀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Q. 한 해 발생하는 양육포기아동이 수천 명이라고요.


양육포기아동은 2022년에만 2289명에 이르러요. 반면 2023년 국내 입양은 150명에 불과해요(해외 입양 79명). 부부가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이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입양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 거죠. 물론 아이는 원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최선이에요. 정부는 최대한 원 가정에서 양육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입양지원도 늘리는 투트랙 정책을 펼쳐야 해요.

Q. 저출생 시대에 입양은 더욱 아득하게 보입니다.

저출생 문제와 입양은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어요. 다자녀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저의 마음이 입양으로 이어졌듯이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마련돼야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도, 입양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죠.

Q.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녀를 키우는 것, 누군가의 일생을 책임지는 것은 큰 결심과 희생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 과정에서 자녀가 내가 직접 낳은 아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양육을 할 수 있다는 결심이 섰다면 입양은 용기 있게 결정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별이는 지난 어버이날에 “엄마 덕분에 테니스 선수로 맘껏 활동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카네이션을 선물했습니다. 엄마의 바람은 지금처럼 별이가 구김살 없이 행복하게 자라는 것뿐입니다. 전 씨는 “별이가 조금 더 자라 지금과는 다른 인생의 고민을 할 때에도 변치 않고 아이의 곁을 지켜줄 것이다. 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존재로 서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적 입양체계 개편

국내 입양 활성화 위해 입양 전 과정 국가가 책임

보건복지부는 5월 10일 ‘공적 입양체계 개편 방안’을 공개하고 입양의 모든 과정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입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민간 입양기관 중심으로 이뤄져온 입양 관련 절차를 복지부 및 아동권리보장원으로 단일화해 아동과 양부모를 결연하고 입양가정의 적응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국외 입양은 최소화하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추진해나갑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예비 양부모 교육 과정 수강을 지원하고 국내 입양이 어려운 24개월 이상의 아동이나 의료적 소견이 있는 아동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 부모들은 일정 교육을 이수한 뒤 먼저 입양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배려합니다. 아울러 위탁부모가 아동을 위한 통장 개설, 핸드폰 개통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합니다.

출생 미등록 아동 발생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한 ‘출생통보제’와 임산부의 익명 출산이 가능하도록 한 ‘보호출산제’는 오는 7월 동시 시행할 예정입니다. 복지부는 위기임산부 전용 상담번호(1308) 등을 마련해 원 가정 양육을 최우선 지원하되 불가피한 경우 보호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