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진짜 조선의 인생 여행지… 선비들의 여름 피서지는 지금도 아름답다

왕족이 풍류를 즐긴 계곡
서울 도심 속 조선의 시간여행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왕산 수성동계곡)

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는 7월, 바다도 좋고 계곡도 좋지만 붐비는 여행지 대신 조용한 서울 속 힐링 공간을 찾고 있다면?

사람들 틈에 치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걷는 내내 역사의 숨결이 깃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에서 조선 선비들의 여름 피서법을 따라가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숨겨진 ‘수성동계곡’은 한적하면서도 역사적인 감성을 간직한 서울의 보석 같은 여행지다.

겸재 정선이 그려내고 추사 김정희가 노래했던 이 계곡은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를 옛 시절로 안내한다.

한여름, 특별한 서울 여행지를 찾는다면 단연 수성동계곡이다.

한양도성 안, 왕족이 쉬던 비밀 계곡

수성동계곡은 경복궁 서쪽, 인왕산과 한양도성 사이에 위치한다. 이곳은 조선 시대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이 즐겨 찾던 피서지로, 맑은 물소리와 빼어난 풍경 덕분에 당시부터 ‘풍류의 장소’로 불렸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인왕산 수성동계곡, 저작권자 김정흠 여행작가)

계곡 이름 ‘수성동(水聲洞)’은 시원한 물소리가 인상적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 ‘동’은 행정 구역이 아닌 ‘계곡’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청계천의 지류인 옥류동천이 인왕산에서 발원해 흐르는 수성동계곡은 총 길이 약 191미터, 가장 넓은 구간은 26미터에 이른다.

겸재 정선이 남긴 <장동팔경첩>에도 이곳의 풍경이 담겨 있으며, 추사 김정희 역시 시로 이곳을 예찬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1971년 아파트 개발로 잊혔던 이 계곡은 2012년 복원되어 오늘날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풍경과 시간, 모두를 품은 산책

수성동계곡은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지만, 장맛비나 집중호우 뒤에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조선의 여름을 재현한다. 계곡 옆으로 펼쳐진 너른 바위들은 선비들이 앉아 풍류를 즐기던 자리를 연상케 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인왕산 수성동계곡, 저작권자 김정흠 여행작가)

계곡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자연을 느끼며 걷기 좋고, 경복궁과 청와대, 서촌까지 연결되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서울의 다양한 역사 명소와 연계해 둘러보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인왕산자락길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서울 도심과 인왕산, 세종마을, 경복궁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수성동계곡 옆에는 조선의 사대부와 중인이 살던 마을, 세종마을이 자리한다. 20세기 초 도시 재개발로 지어진 도시형 한옥이 여전히 남아 있어 골목마다 옛 정취가 묻어난다.

또한 인근에는 2022년 5월부터 개방된 청와대가 있어 본관과 대통령 관저, 상춘재, 녹지원 등을 둘러보며 새로운 관광 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 자연과 역사, 조용한 산책길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여름철 도심 속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서울의 여름, 수성동계곡에서 시작해보자. 짧은 여정 속에 조선의 풍류와 고요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