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SUV 역사에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테라칸(Terracan). 2001년 등장해 갤로퍼의 뒤를 잇던 이 모델은 강력한 디젤 엔진과 4륜구동,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앞세워 정통 SUV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도심형 SUV 붐 속에서 점차 자리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시대가 다시 테라칸을 불러내고 있다. 캠핑, 차박, 오프로드 열풍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넓은 SUV”보다 “진짜 SUV”를 원하고 있다.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의 부활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에서는 쌍용 토레스가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의 테라칸 부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자, 전략적 복귀다.
새로운 테라칸은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 즉 중대형 SUV 포지션에 자리할 전망이다. 가족 단위 사용자를 위한 7인승 공간과 오프로드 팬을 위한 진짜 4WD 성능을 모두 갖춘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디 온 프레임을 유지할지, 보강된 준프레임 구조를 적용할지는 미정이지만, 현대차는 도심의 안락함과 오프로더의 강인함을 모두 잡으려 한다.

파워트레인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2.2 디젤과 2.5 가솔린 터보가 검증된 기반을 이루고, 여기에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이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동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높은 견인력과 오프로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2.5톤 이상 견인력을 확보한다면, 카라반·보트 트레일러를 끄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다.
디자인은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각진 실루엣 트렌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형 싼타페의 박스형 비율과 수직형 헤드램프, 두꺼운 펜더, 높은 차체 비율은 테라칸의 재해석에 완벽히 어울린다. 짧은 오버행과 높은 지상고, 루프랙, 스키드 플레이트까지 더해지면 “이건 오프로더다”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할 수 있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실용적인 프리미엄’**을 추구해야 한다. 완전히 평탄화되는 2·3열 좌석, 차박 전용 수납공간, 캠핑용 인버터 전원, 대용량 트렁크 등 실용성이 핵심이다. 여기에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 OTA 무선 업데이트, 최신 ADAS 시스템까지 더해진다면, 도심과 야외를 모두 아우르는 ‘패밀리 오프로더’로 완성될 수 있다.
테라칸의 장점은 현대 SUV 라인업의 빈틈을 채운다는 점이다. 싼타페는 도시형, 팰리세이드는 대형 패밀리 SUV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사이를 메우는 ‘모험형 SUV’가 없었다. 테라칸이 바로 그 공백을 채운다. 또한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북미·중동·호주 등 오프로드 수요가 높은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프레임바디는 무겁고 연비가 낮으며, 생산 단가가 높다. 가격이 5천만 원을 넘으면 대중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전동화 중심의 현대차 전략 속에서 내연기관 중심 모델을 얼마나 밀어줄지도 변수다. 결국 테라칸의 성패는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싸게”**에 달려 있다.
경쟁 구도는 흥미롭다. 해외에서는 브롱코·디펜더·랭글러, 국내에서는 토레스가 직접적인 경쟁자다. 이들 대부분이 6천만 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테라칸이 4천만~5천만 원 초반에 등장한다면 ‘합리적인 정통 SUV’로 강력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자동차 커뮤니티 반응은 이미 뜨겁다. “현대판 브롱코 드디어 나오나”, “진짜로 부활하면 바로 계약”이라는 글들이 이어진다. 물론 “가격이 문제”, “현대가 오프로더 감성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테라칸’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가진 상징성은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하다.
결국 테라칸의 부활은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다. 도심형 SUV 중심의 라인업 속에서 잃어버린 정통 SUV의 감성을 되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싼타페도, 팰리세이드도 하지 못한 일이다. 테라칸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현대차는 오프로더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정통 SUV의 뼈대 위에, 현대차의 기술과 감성을 입힌 차. 그것이 바로 **‘부활한 테라칸’**이 갖는 진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