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어떻게 시청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나[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영향이 전방위적이다. 어딜 가나 '흑백요리사' 얘기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즌2는 외국에서 찍자는 말도 나온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현재 톱8까지 뽑혀진 상태인데, 흑수저, 백수저 셰프가 각각 4명씩 올라와 있다.
'흑백요리사'는 요리 서바이벌 형식을 택해 군더더기 없이 요리와 맛에 포커스를 맞췄다. 심사위원도 백종원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하는 안성재 셰프가 있어, 두 사람의 평가를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완성도, 완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성재 셰프의 음식을 보는 눈높이가 백종원보다 조금 더 높다. 백종원 대표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요식업을 하는 사람의 눈높이라, 조금 더 낮을 수 있지만 폭은 더 넓다.
또한, 주방의 엄청난 스케일은 '보여주는 콘텐츠'인 만큼 큰 효과를 발휘했다. TV에서 그만한 사이즈의 주방과 재료보관실을 본 적이 없다. 마치 상상하는 건 모두 이루어진듯한 거대한 주방세트다.
뿐만 아니라 셰프들의 요리 대결을 넘어서 조직문제, 리더십, 인간관계 등으로까지 이야기가 확대돼 인문사회과학적 가치도 보여주면서 다채로운 흥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흑백요리사'는 만능 MC 박경림의 말대로 무협지를 보는 듯하고, 조직력이 중요한 스포츠 팀 경기를 감상하듯 박진감이 넘쳤다. 10화 '인생을 요리하라' 미션에서는 셰프들의 인생과, 요리 스토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광어로 가자미 미역국을 만든다고 리더답게 강력 주장한 최현석 팀장과 여러 팀원들의 의견을 듣느라 갈팡질팡하는 불꽃남자라는 두 리더십의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한 팀의 리더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최현석처럼 추진력을 발휘하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후 팀전에서도 최현석은 장비(요리재료)를 먼저 확보해 경쟁팀을 불안하게 했다.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최현석은 감칠맛을 생각한 후 먼저 가리비를 싹쓸이했고, 대파를 얻기위해 적진에 들어갔다. 리더는 방향을 잘 잡았고, 이를 수행하는 팀원들의 팀워크는 흔들린 적이 없었다는 게 '팀전 1위 전원생존'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후 최현석은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나다운 요리'에 집착해 새로운 요리에 대한 도전 욕구를 강력하게 보이다 탈락한다.
에드워드 리가 평소에는 묵묵히 팀원으로서 일을 하며 팀워크에 일조하다가 막상 '장아저씨 식당'의 팀장이 되자 불쇼까지 하며 센터 역할을 자임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뛰어난 백수저 셰프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백수저팀은 팀워크가 별로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받쳐주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유명한 셰프들끼리는 협업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는 다른 조직에도 적용될만했다. 안유성, 이영숙, 이모카세1호, 급식대가는 핵심기술보다는 재료 손질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모카세1호가 구은 김, 정지선 셰프가 만든 바삭한 딤섬은 최고의 맛을 발휘했다. TV를 보면서 꼭 먹고싶은 요리였다. 특히 정지선은 초반에는 급한 성격에 성질도 부릴 것 같았지만, 갈수록 꼼꼼하고 성실하며, '레스토랑오픈전(戰)'에서는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먹다 남긴 잔반통까지 뒤져보는 미세함을 발휘했다.
중국 유학중 여성은 항상 자신 혼자여서 힘들었다는 정지선 셰프라는 명장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니었다. 백종원 심사위원은 정지선 셰프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하고 평점에 반영했다. 정지선의 현란한 요리쇼였던 '시래기 바쓰 흑초 강정'으로 인해 이제 '맛탕'이라는 단어보다 '바쓰'라는 말도 쓰게 됐다.
7일 호텔 나루에서는 김학민, 김은지 PD와 TOP8, 나폴리맛피아, 최현석, 에드워드리, 트리플스타, 장호준, 요리하는 돌아이, 이모카세1호, 정지선 셰프가 참가한 기자간담회가 열려 출연 계기와 방송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김 한 장으로 먹방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모카세1호 김 맛의 비결은 본인이 아닌 최현석 셰프가 공개했다. "들기름과 참기름 반반이다. 김은 절대 꼬부라질때까지 구으면 안되고 살짝만 굽는 게 비법이다."
김은지PD는 "'흑백요리사'가 맛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인데, 회의를 하면서 맛은 다양한 요소라는 걸 알았다. 이걸 미션 안에서 녹여, 주제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2라운드는 주재료를 잘 살리는 맛으로, 3라운드는 대량 요리를 해도 대중이 선호하는 맛, 4라운드는 가격이 합당해 사 먹고 싶은 맛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 100인 출연자 식당에 사람들이 붐빈다고 한다. 한국요식업 활성화에 기여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김학민 PD는 "제일 기분 좋은 평가는 '끊을 수 없었다'는 시청자의 반응이었다. 몰입해서 봐주시는 분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의 전략이 통한 것 같았다. 출연자끼리는 부끄럽지 않는 방송을 만들자고 했다"면서 "개인적으로 엇갈리기를 바랬지만, 11대11이 되고, TOP 8에서 흑 4명, 백 4명이 된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제작진의 의도와 무관하게 승복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회차에서는 '지옥의 맛' 하이라이트가 있다"고 전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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