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생계비대출 대흥행…연 15.9%도 "불만 없다"는 서민들

 27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이 진행되는 모습.(사진=블로터 강승혁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최고금리(연 20%)를 기준으로 고금리로 여겨지는 연 15.9%의 대출도 연체가 있는 저신용자들은 없어서 못 받는 지경이다. 민간 금융사들의 공급 혈맥이 막히니 그 수요가 정부가 시행한 '소액생계비대출'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는 소액생계비대출은 상담이 시작된 첫 날인 지난 27일에 예약 1264건 중 1194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 중 대출신청 접수건은 1126건으로, 평균 대출금액은 65만1000원 수준이다. 나머지 68건은 저신용·저소득요건 불충족자, 조세체납자, 금융질서문란자로 지원대상에 미해당한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대출신청 접수건 중 대출금액 50만원건은 764건, 병원비 등 자금용처가 증빙된 50만원 초과건은 362건이다. 이날 대출상담 건 중 채무조정 상담신청 536건, 복지연계 248건, 취업지원 109건, 휴면예금 조회 92건 등 복합상담이 지원됐다.

지난 27일 대출 상담을 맡은 이혜림 서민금융진흥원 대리는 "오늘 창구를 방문한 고객들은 금리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며 "소액이지만 간절하게 진행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리는 "직장인, 일용직, 프리랜서 등 많은 직군의 다양한 서민들이 방문했다"며 "금리가 15.9%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많은 수요자가 있을지 몰랐지만 사전 예약 시작부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생각보다 소액 생계비가 필요하신 서민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와 서금원은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대출수요를 정책서민금융으로 흡수하기 위해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서금원이 직접 대출하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올해 총 1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실제로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대부업권까지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불법사금융을 찾는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 피해신고 접수건수는 2019년 4986건에서 2022년 1만350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대부금융협회 추정 불법사금융 평균 금리는 414% 수준이다.

본인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해 대포폰으로 넘기는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은 그 불법성에 비해 대가로 받는 현금이 통상 50~60만원 선이다. 단자릿수 금리에 익숙한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 차주들에게 15.9%의 금리는 높은 편이지만, 불법사금융의 수백퍼센트 금리와 수십만원 수준의 대가도 용인 가능한 저신용 차주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셈이다.

대부업까지 대출 문턱을 닫은 건 기준금리 급등으로 조달비용과 연체·부도율이 상승압력을 받는데 비해 법정최고금리 20% 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적거나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 상위 69곳의 올 1월 신규대출 금액은 428억원으로 1년 전(3846억원)에 견줘 88.87% 감소했다. 대부업계 1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를 자회사로 둔 OK금융그룹의 경우 올해 안에 대부업을 전면 철수하기로 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블로터>에 "금리가 15.9%인데도 불구하고 신청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소서민금융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라며 "일회성 정책금융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최고금리 20% 안에서 최소한 대부업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정도는 되려면 신용보증기금 같은 기관에서 보증지원을 하고 보증료는 정부가 대납을 하는 방법도 있다"며 "미국의 경우는 간접금융지원 형태로 신용보증을 해서 신용위험이 높은 이들이 낮은 금리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