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가형 소형 SUV ? KGM 티볼리 1.6 가솔린 V1 시승기

KGM의 소형 SUV, 더 뉴 티볼리 페이스리프트를 시승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승용차 시장은 '크로스오버'가 잠식한 상태다. 비단 한국 시장만이 아니라, 북미는 물론이며 해치백과 왜건을 선호하는 유럽에서도 크로스오버의 강세가 나타난다. 소형차의 크로스오버 전환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이번 글의 주제인 '티볼리'도 그 주역중 하나였다. 티볼리는 2015년 한국 시장에 데뷔한 바 있다. 불과 9년 전의 일이지만 티볼리는 한국 시장의 '1세대' 소형 SUV라는 애칭이 있었다. 낮은 가격과 출중한 실용성으로 트렌드를 리드한다.

그래도 단일 차종으로 보면 9년의 시간은 긴 편이다. 코로나 쇼크 이후, 지주회사 KG 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는 'KG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력을 되찾은 바 있다. 시장의 베스트셀러였던 티볼리 또한 외관 디자인 변경은 물론, 트림 및 옵션 구성을 재배치하며 상품성을 개선한다. 물론 수요는 급락했다. 시간이 흐르면 제품 경쟁력이 감소하는건 당연한 이치다. 단, 그보다도 소형 크로스오버의 시장이 신생 차종이 너무나 다양해졌다. 제품 라인업이 갈수록 촘촘해지는데, 소비자들의 인기가 낮아지고 수요가 분산되는 건 당연하다.

현시점에서 보면 소형 SUV 시장에도 '크기 경쟁'이 생겨났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인 표현이다. 원래 소비자들이 소형 SUV의 제품성 중 '작은 크기'만을 원하는건 아니었다. 본질은 '가격'에 있다. 초창기 티볼리의 성공 역시 당시 한국 시장에 판매되던 SUV 대비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USP가 가능했다. 그래서 뒤늦게 참전한 기업들은 가격과 함께 차체 크기를 키우며 소형 SUV의 장르를 넓혔고, 구 쌍용차 또한 티볼리의 롱바디 모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며 수요를 유치한 바 있다. 파생 차종이니 만큼 가격적인 메리트가 분명했었다.

결국 소형 SUV 시장에도 '카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된다. 어차피 경제 규모에서 밀려난 소형 세단은 소비자들의 흥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반면 과거에 비해 소형 SUV의 평균가는 많이 올랐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경형 SUV까지 선택지를 넓히고자 '캐스퍼'를 출시한다. 만만한 가격대는 아니다. 풀패키지 기준 약 2천만 원 대의 경차다. 아무렴, KGM은 그에 대응하고자 티볼리의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작은 크기가 아닌 '가격'을 앞세우는 것이다. 단산되었던1.6 MPI 엔진을 탑재하고, 최소한의 옵션만을 탑재하여 판매하는 이른바 '염가형' 트림을 부활시키기에 이른다.

시승차량은 1.6 MPI V1 트림에 '9인치 네비게이션 패키지' 그리고 '밸류업 패키지'가 탑재되어 있다. 밸류업 패키지의 경우 운전석 전동식 인조 가죽 시트, 1열 시트 및 스티어링 휠 열선, 루프랙과 스포일러 등으로 추가되는 편의 장비가 다양하다. 정식 출고가는 총 2143만 원이다. 티볼리 무옵션 사양이 1800만원 대에 머물러 있으니, 최근 소형 SUV 시장의 가격대를 고려하면 굉장히 합리적이다. 단적인 비교로 경형 SUV 캐스퍼의 풀옵션 모델과 출고가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물론 각종 면세 혜택까지 비교하면 차이는 조금 더 확대될 수 있다.

당연히 옵션도 캐스퍼 풀옵션보다 부족하다. 가장 옵션의 부재가 심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오토 라이트 컨트롤이다. 야간에는 할로겐 해드램프를 직접 작동시켜야 한다. 에어컨도 수동식으로 조절해야 한다. 각종 익스테리어 패키지 옵션의 부재, 특히 할로겐 헤드램프는 가벼운 인상을 남긴다. 단, 의외로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패키지 옵션을 감안해야 하긴 하지만, 3.5인치 LCD 클러스터와 TPMS도 기본이고 세단과 달리 SUV의 필수 기능인 시트 폴딩도 포함이다.

이 외 체급으로 인한 만족도는 분명하다. 시트 크기나 센터 콘솔이나 비교적 여유가 있다. 특히 경제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패키지 옵션으로 인테리어 디자인도 꽤나 세련된 모습이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센터페시아에 하이그로시 패널을 적용했고, 직관적인 버튼 배치와 부츠형 기어 레버가 익숙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밸류업 패키지의 적용으로 버튼 시동을 지원하며 승차할 때 웰컴 사운드를 작동시켜 주기도 한다. 사명 변경과 함께 엠블럼이 교체되면서 스티어링 휠도 한 층 멋스러워졌다.

명색이 SUV인 만큼 2열 헤드룸도 넉넉한 편이다. 소형 세그먼트에 속하다 보니 레그룸이 여유롭지는 않아도, 시트 포지션이 높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엔트리 옵션이라 2열 에어벤트는 생략되어 있지만, 밸류업 패키지의 적용으로 암레스트 컵홀더가 편의성을 더한다. 1열 시트 뒤에는 간단한 물건을 거치할 수 있는 고무줄도 부착되어 있다. 2열 시트 리클라이닝 각도가 넓지는 않아도 평탄한 폴딩이 가능했다. 또, 트렁크 러기지 매트를 열어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고, 효율적인 공간활용이 가능해진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외관 디자인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범퍼 하단부로 배치하면서, 두꺼운 가니시 프레임을 구현했다. 정통 SUV의 터프한 감성이 느껴진다. 기존 라디에이터 위치에는 티볼리 엠블럼과 액세서리를 부착했다. 비대칭형 구조라서 보다 이색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최근 KGM이 감성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견인고리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 주었다. 디자인이야 절대적으로 멋있어졌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개인의 취향이다. 단, 분명한 점은 '신차' 분위기가 확실했다.

엔트리 모델이라 휠은 16인치가 적용된다. 놀랐던 점은 LED 테일램프가 기본 사양이었다는 점이다. LED 테일램프의 그래픽이 리어 펜더의 웨이스트 라인을 연결해 주면서 SUV만의 굵직한 캐릭터가 강조된다. 차체 하단을 두르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나, 두꺼운 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디 스타일링이 멋스럽다. 티볼리는 전반적으로 단단하고 듬직한 인상을 추구힌다. 최근 '크로스오버'라는 명목하에 도심 지향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SUV들도 많은데, 취향의 차이지만 터프함을 추구하는 편이 매력적이라 본다.

1.6L MPI 엔진의 강점은 정숙성이라고 생각한다. 시동을 걸었을 때 상당히 정숙하고 부드러운 회전 질감에 놀랐다. 공인연비가 11.6Km/L로 디젤 엔진에 떨어져 보일 수는 있어도 부드러움을 생각하면 장단점이 확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126마력의 힘과 15.8kg.m의 최대토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110km/h 내외의 속력에서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진출입로 진입이나 차량 추월시 엑셀을 다소 깊게 밟고, 소음이 유입되는 점 말고는 일반적인 소비자는 염가형 엔진에 대한 선입견을 덜어낼 수 있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하면 미세하게 응답성이 빨라지나 큰 차이는 없다. 극적인 세팅의 변화가 가능한 출력은 아니라는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티볼리의 핸들링 감각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동급 소형 SUV에 비해 적당히 묵직한 감도에 유격도 적은 편이고, 휠베이스가 짧아 다루기도 쉬운 코너링 특성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충격을 흡수하되 흔들림이 다소 있다. 특히 방지턱이나 요철에서 앞뒤 흔들림이 크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16인치 휠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대신 그만큼 평탄한 노면에서는 부드럽고 평온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총합적인 주행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아무리 무옵션 차량이더라도 체급에 대한 '기본기'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경차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티볼리가 전폭 대비 전고가 낮으며, 고배기량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니 안정감과 주행감 측면에서 훨씬 우수한 성능일 수 밖에 없다. 티볼리의 주행성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피칭 대비 롤링이 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이신사의 6단 변속기는 경차에 사용되는 4단 변속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편안한 변속감을 선사한다. 출력으로 인해 다소 굼뜨기도 하지만 충격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초보운전자분들께 부담이 없고 편한 주행감이기도 했다. 스로틀 반응이 예민하지 않은 염가형 엔진은 보다 다루기 쉬운 감각이고, 위험성도 적다. SUV의 실용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무게중심이 낮아 마치 세단과 같은 평온한 주행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섀시 세팅이 다소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전통적으로는 대중적인 승차감인 셈이다. 오르막에서 차량이 다소 밀린다는 단점만을 감안하면, 장기간 티볼리 V1을 시승하면서 크게 주행성에 불만을 품은 적이 없었다.

경차를 시승하면서는 롤링이나 변속감 측면에서 많은 불만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티볼리 엔트리 모델을 운용하면서는 체급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했다. 작은 가격차이로 누릴 수 있는 유의미한 차이다. 옵션과 출력이 넉넉하진 않더라도, 초대 소형 SUV가 제공했던 '경제성'의 본질은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실제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제품성도 오랜 시간 개선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 '경제성'이라는 표현은 점점 사용빈도가 낮아져온게 아닐까 싶다.

대중들에게 '풀옵션 자동차'와 '상급 깡통차'라는 의제는 정말 개개인의 취향마다 달라지는 선택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상급 깡통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유의미한 차이를 예로 들자면 이제는 티볼리가 떠오를 듯 하다. 법적인 규격 제한이 가해지는 경형 SUV와 자율적인 제품성을 추구하는 소형 SUV의 체급 차이는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티볼리는 출시된 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노후화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안정화된 품질과 입증된 내구성은 '경제성'을 바라는 '소형 SUV'에게 최고의 가치일 수 있다.

글/사진: 유현태


솔직하고 막나가는 자동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