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복귀만 기다리지 말고 의료정상화 집중해야”
정승준 경실련 위원(한양대 의대 교수)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중심 전환
PA업무 명확히 해 활용 늘리고
전공의는 수련 집중 시스템으로
2025 증원 번복땐 사회안정성 깨져
수급추계위서 정원 탄력조정 필요
의대생 복귀는 학교 일임 ‘학칙대로’
정승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은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의료 공백 사태에 관해 “정부가 전공의 복귀만 기다리지 말고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할 방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 교수(생리학)인 정 위원은 의대생 휴학 승인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제적 등 문제는 정부가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의료 공백 상황을 어떻게 보나?
“의료계도 정부도 의대 증원 문제에서 국민과 환자가 보이지 않는다. 환자에게 무조건 ‘기다려라’, ‘큰 문제는 없다’지만 진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가 바라는 것은 전공의 복귀니 뭐니 이런 문제가 아니라 병원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의대 증원과 별개로 시스템이 붕괴됐는데 왜 복구하지 않고 무한정 전공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나. 전공의 다수는 이미 군대에 갔거나 개원가와 계약했고, 나머지도 타결점이 보인 뒤에야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복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시스템을 정상화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의정협의체에서 결론 나는 데 오래 걸릴 수 있다. 전공의들은 협의체에 참여하는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을 두고 협의체에서 논의하되 정부는 여기에 기대하지 말고 의료 정상화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의료를 정상화할 방안은 뭔가?
“전체 의사 중 소수인 전공의 이탈로 의료가 마비되는 현재의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를 미봉책으로 막으면 다음에 의사들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또 전공의가 나가면 그만이고, 정부는 또 굴복해야 한다. 이런 사태는 이번으로 족하니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전공의에 의존하던 대학병원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꿔서, 전공의는 교육 수련생으로서 제대로 의료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기존에 전공의가 내리던 처방은 전문의가, 전공의가 하던 웬만한 술기(의료 시술 및 처치)는 진료지원(PA·피에이) 간호사가 수행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진료지원 간호사의 역할이 늘면 의료 현장이 훨씬 더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진료지원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한 간호법도 통과됐는데.
“정부가 한참 뒤의 청사진만 자꾸 보여주고, ‘지금은 어떡하나’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 말로만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전공의가 없다는 전제하에 상급종합병원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를 정부가 연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는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 범위나 책임 소재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의대 증원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의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 지금도 의료진이 너무 없어 병원이 도떼기시장이다. 당장 10년 뒤는 더 문제다. 10년 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60대가 되면 소변줄을 끼우려고 줄을 서야 할 것이다.”
―2천명 증원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짚은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늘어난 의사를 어떻게 활용할지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 정책은 완전히 잘못됐다. ‘의사 수를 늘리면 피부 미용을 하는 의사가 넘쳐나 경쟁에서 밀린 일부는 다른 곳으로 갈 것’이란 식의 낙수효과는 안 된다. 상급종합병원에 가장 우수한 인력이 남고, 피부 미용은 정말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진출하는 영역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의 처우가 좋아져야 한다. 그들에게 투자하면 전공의는 알아서 들어온다.”
―의사단체는 증원 조정 또는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는데.
“2020년 당시 정부는 증원을 추진하다 의사단체 반발로 정부 안을 거둬들이면서 의정협의체에서 증원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적절한 대안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의협이 4년간 한번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서 정부의 증원 추진에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의협 등이 요구하는 ‘2025학년도 증원 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사단체는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모두 놓쳤다. 지금 와서 번복하는 것은 사회 안정성을 흔드는 일이다.”
―의-정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야의정협의체 등에서 2026학년도 이후 증원에 대해 논의해 해결해야 한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근거를 찾고, 연구 용역을 진행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수용하기로 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앞으로 갈등 없이 의사 인력을 조정해 나가려면 의료인력 수급추계 위원회의 운영 기반도 만들어 언제든 탄력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대생 복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교육이 정치화되지 않아야 한다. 학생들은 동맹휴학으로 정치화하지 말았어야 했고, 교육부도 의-정 갈등이라는 정치적인 문제를 교육과 관련해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됐다. 처음부터 고등교육법과 이에 따른 학칙대로 이행했으면 오히려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 학생에게 동맹휴학이 아닌 충분한 휴학 사유가 있다면 교수 재량으로 승인해주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학칙을 위반한 사항이 있다면 사후에 교수를 징계하면 됐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학칙에 1년간 휴학한 뒤 2년 연속 휴학은 하지 못하도록 명시된 곳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올해 휴학을 승인했고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자동으로 미복귀 제적이 된다. 지금이라도 휴학 문제를 학교에 맡기고, 학칙에 따른 제적 등은 의대에 특혜를 주지 말고 원칙대로 해야 한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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