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니컬 히스토리] 다시 불붙는 CD47 항체 경쟁…이뮨온시아 'IMC-002' 돌파구는

/사진 = 이뮨온시아 제공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난공불락' 타깃이던 CD47 항체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개발 중인 CD47 억제제 'IMC-002' 역시 경쟁 심화 속에서 입지를 시험받고 있다.

회사는 IMC-002를 직접 상용화하기보다는 기술이전(L/O)을 통해 개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중화권에선 3D메디슨과의 대형 계약으로 가치를 입증했고, 이제는 미국·유럽 시장을 겨냥해 협력 파트너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CD47 항체 개발 전쟁, 이뮨온시아 경쟁력은

삼성서울병원 박준오교수(왼쪽) 및 이뮨온시아 김흥태 대표(오른쪽) /사진 = 이뮨온시아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뮨온시아가 개발 중인 CD47 항체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CD47은 흔히 '먹지마(Don’t eat me) 신호'로 불리는 단백질로, 적혈구·혈소판 같은 정상세포에도 존재하지만 암세포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현돼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에겐 암세포의 면역 회피 기전을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타깃으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안리캉제약이 야페이와 어피니티에 CD47 항체 'IMD-1005(개발명 ALK-N002)'에 대한 중화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억5000만위안(한화 약 293억원), 개발·판매 마일스톤 6억2000만위안(약 1209억원) 등 총 1500억원에 달하는 딜이다. 같은 달 국내에서는 샤페론이 자체 플랫폼인 '나노맙(NanoMab)'을 기반으로 PD-L1과 CD47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 면역항암 항체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이 같은 경쟁 심화 속에서 IMC-002의 경쟁력에 관심이 쏠린다. IMC-002는 이뮨온시아가 PD-L1 항체 'IMC-001'와 함께 전면에 내세우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IMC-002 역시 CD47를 타깃으로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로 회사가 2018년부터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3년엔 임상 1상b상 계획을 승인받고 연구 중이다.

이뮨온시아는 IMC-002의 차별성으로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 참가해 IMC-002의 진행성 간세포암(HCC) 대상 임상 1b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IMC-002는 호중구감소증 및 혈소판감소증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고, 빈혈은 13명 중 2명(15%)에서 관찰돼 전반적인 혈액학적 안전성이 입증됐다.

특히 CD47 단백질이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된 환자군은 치료 반응률(ORR)이 60%에 달했다. 반면 발현이 낮은 환자군은 반응률이 전혀 없어 발현 여부가 치료 효과를 가늠하는 지표(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뮨온시아 관계자는 "IMC-002는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충분히 경쟁력 있는 약물"이라며 "경쟁 약물 중에서는 IMC-002만큼 공식적으로 공개된 데이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ASCO 현장에서도 빅파마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뮨온시아의 현실적 전략 '상용화 아닌 L/O'

이뮨온시아 주요 파이프라인 / 자료 = 이뮨온시아 홈페이지 갈무리

CD47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줄줄이 임상을 포기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타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길리어드사는 2020년 면역항암제 개발사인 포티세븐을 49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인수해 CD47 항체인 '마그롤리맙(Magrolimab)'을 확보했으나 안전성 문제로 임상 3상에서 개발이 중단했다. 애브비도 이듬해 중국 아이맵바이오파마와 손잡고 CD47 단일클론항체 연구를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효능 부재로 계약을 해지했다.

올 5월에는 ALX 온콜로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위암을 적응증으로 한 CD47 저해제 '에보타맙'의 가속 승인을 신청했으나 좌절된 바 있다.

이에 이뮨온시아는 IMC-002를 직접 상용화까지 끌고 가기보다는 L/O 계약을 통해 개발 리스크를 분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미 2021년 3월 중국 3D메디슨에 총 5400억원 규모의 L/O를 체결한 바 있다. 계약 당시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중국 지역 전용실시권이 포함됐다.

회사의 다음 목표는 미국·유럽 빅파마와의 L/O 성사다. 중화권에서는 3D메디슨과의 계약으로 추가 딜이 제한적인 만큼, 사실상 북미·유럽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올 4분기에만 유럽종양학회(ESMO)와 바이오유럽 2025, 미국 혈액학회 등 세 군데 글로벌 행사에 참가해 협력 파트너를 모색할 계획이다. 다만 아시아권을 제외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CD47 치료제 개발에 한발 물러서는 기류가 짙은 만큼 쉬운 도전은 아니다.

이뮨온시아 관계자는 "자금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IMC-002는 글로벌 L/O를 통해 개발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중화권 외 미국·유럽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체결이 목표지만 어려운 상황인 점은 맞다. 연내 글로벌 학회에 적극 참여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신 가장 임상 진척이 빠른 IMC-001 상용화와 투트랙 전략을 갖고 있다. IMC-001는 임상 2상 단계지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만큼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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