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패션 소식은?

에이셉 라키의 보테가 베네타 & 발렌시아가의 LA 쇼: What’s in fashion?

겨울바람은 매섭지만, 우리는 이미 청량하고 따뜻한 2024년 가을날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샤넬(Chanel)과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2024년 프리폴 컬렉션을 내놓았습니다. 다음 가을 맨체스터판 샤넬 부르주아 룩을 입어야 할까요, 아니면 LA 잇걸이 되어야 할까요? 아래에서 두 컬렉션에 대한 i-D의 리뷰를 읽어보세요. 이 밖에도 루 단(LỰU ĐẠN)이 1990년대 스타일의 2024년 봄-여름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아이웨어 소식, 아로 아카이브(Aro Archive)의 런던 복귀 소식도 있었죠. 새 팔라스(Palace) x C.P. 컴퍼니(C.P. Company) 콜라보레이션, 온(On) 신상품, 상징적인 힙합 아티스트가 연출한 르 플레르(le FLEUR*) 룩북,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캠페인 소식도 있습니다. What’s in fashion을 시작합니다.

맨체스터에 펼쳐진 샤넬 2023 공방 컬렉션

맨체스터가 문화와 패션에 기여한 바는 크다. 매드체스터 음악, 흄 크레센츠, 샤넬과 협업한 적이 있기도 한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새빌(Peter Saville)의 클래식 작품 등으로 유명한 맨체스터는 많은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탄생한 곳이다. 오랜 방직 산업의 역사를 자랑하기도 하는 이곳은 샤넬 ‘메티에 다르’, 공방 컬렉션(2024 프리폴)의 배경으로 제격인 도시다. 샤넬은 지난 몇 년간 세네갈에서 맨체스터까지, 전 세계의 패션 허브를 방문해 유서 깊은 꾸뛰르 하우스의 미학을 현지화된 장인의 공간에 녹여 선보여 왔다. 습하고 쌀쌀한 맨체스터의 밤, 노던 쿼터 토마스 스트리트에서 펼쳐진 샤넬 쇼에는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가 고른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졌다. 더 폴(The Fall)부터 뉴 오더(New Order)의 ‘Bizarre Love Triangle’까지, 현지 음악으로 채운 플레이리스트는 미묘하고 경쾌한 쇼를 닮아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의상에 있어서도 쇼가 열리는 도시에 대한 오마주와 하우스의 엄격한 규칙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힘썼다. 올드 트래포드의 테라스에서 영감받은 독특한 축구 스카프는 과감한 그래픽으로 돋보였다. 왕년에 클럽 FAC 51을 들락였을 이모는 자카드 셋업과 부클레 스커트 위의 전설적인 블랙 앤 옐로우, 블랙 앤 그린 스트라이프 패턴을 알아봤을 테다. 이것이 이 클럽의 디자이너 벤 켈리(Ben Kelly)와의 공식 협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이 상징적인 그래픽이 중년 패션 팬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거다.

전반적으로 실루엣은 60년대 샤넬의 쿨한 느낌을 살리되 우리가 사랑하는 트위드는 더하고, 스칼렛과 짙은 퍼플 같이 따뜻한 톤을 입혔다. 이는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매일 옷을 차려입었던 맨체스터 노동 계급의 여성 가장에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셜리 베이커(Shirley Baker)가 60년대 샐퍼드와 맨체스터의 공동주택 사이 거리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 그날 저녁 콘크리트 도로 위를 걷는 모델들이 은은하게 쓴웃음을 머금은 우아함을 풍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거다. 오늘날 맨체스터에서는 샤넬이 고급 캐시미어에 커스텀 주얼리를 매치하는 것처럼, 빅 로고 트위드 코트에 핑크 퀼팅 핸드백, 손바닥만한 쇼츠를 매치하는 등 하이패션과 매스패션을 섞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맨체스터 사람이 영국 남부의 물렁한 런더너보다 더 굳세다는 걸 기억하자. 부르주아가 이곳을 방문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브라보, 버지니. JB

선글라스로 눈을 돌린 에크하우스 라타

에크하우스 라타가 2024년 봄-여름 런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선글라스를 기다린 독자에게 기쁜 소식이다. 그 선글라스가 드디어 출시됐다! 마이크 에크하우스(Mike Eckhaus)와 조이 라타(Zoe Latta) 디자이너 듀오는 클래식한 에비에이터, 캣아이 프레임을 브랜드 감성에 맞게 재해석했다. 레트로 스타일 파일럿 선글라스 ‘The Speed’는 와이어 프레임과 그린 색상 렌즈가 특징이다. 과장스러운 캣아이 스타일의 ‘The Tilt’는 유려한 곡선의 프레임으로 돋보인다. 컬렉션이 갖는 세련된 실루엣과 젠더리스 무드가 반영됐다. 에크하우스가 아이웨어 출시에 관해 말하기를 “튀는 디자인이 아닌 친숙한 실루엣과 소재를 활용한 시그니처 선글라스를 만들고 싶었다.” 모두가 탐내는 에크하우스 라타의 슈즈 라인처럼 아이웨어는 브랜드의 새로운 대표 카테고리가 될 것이다. 마이클 하우프트만(Michael Hauptman)이 찍은 초현실적인 캠페인을 확인하고 여기서 구매하자. ND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연출한 르플레르 영상 룩북

모두의 최애 래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가 그의 브랜드, 골프 르 플레르(GOLF le FLEUR*)의 두 번째 컬렉션 출시를 기념하며 스타로 가득 찬 영상 룩북을 공개했다. 흐릿한 영상 속 릴 야티(Lil Yachty)와 매버릭 카터(Maverick Carter), 안와르 캐럿츠(Anwar Carrots), 타일러는 체크 스포츠 코트와 패턴 플러피 패딩 재킷에 퍼 우샨카를 쓰고 있다. 로고 베레모, 후디, 워크웨어 슬랙스, 그리고 ‘le FLEUR* SUN SEEKERS’ 텍스트 장식이 돋보이는 새 라임 그린 바시티 재킷도 도 눈에 띈다. 캘리포니아 햇살 아래 타일러와 그의 옷 잘 입는 친구들은 프레임 밖에서 바쁘게 받아 적는 경찰에게 이들의 드라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쪽에는 컬렉션의 만화 같은 그래픽 디테일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숏을 배치했다. 12월 9일 오프라인 매장에, 12월 13일 온라인에 출시된다. ND

LA를 담은 발렌시아가 2024 프리폴 쇼

캘리포니아의 소녀들이 떨고 있다. 뎀나(Demna)가 요가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라이크라 아이템과 멋들어진 스니커즈로 오렌지 카운티 무드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한 룩에 갓 내린 ‘주스’를 한 잔 곁들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윙크를 보내는 그 무드 말이다. 어떤 과일을 갈아 넣은 슈퍼푸드 주스를 마실지는 전적으로 우리 선택이지만, 옷에 관해서는 발렌시아가가 분명한 지침을 제시한다. 라이크라, 라이크라, 라이크라! 단, 고스 에너지를 더하는 데 특기가 있는 뎀나는 편안한 룩에서마저 저주받은 느낌이 들게 한다. 물론 그 아래 신은 어그(Ugg)를 닮은 오버사이즈 부츠만 아니면 Y2K 스타일 벨루어 트랙수트는 꽤 친숙하다. 한편으로는 어린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십 대 잇걸 스타일을 연상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로데오 드라이브의 불쾌한 골짜기처럼 느껴진다. 날렵한 선글라스와 뾰족한 네일로 완성한 이번 컬렉션에서 뎀나는, 화려한 그래픽은 덜고 세련된 컬러팔레트에 집중해 그가 십 대 후반 터득한 미학을 펼쳐 보였다. 티셔츠와 베스트를 겹친 톱과 겉과 속을 뒤집어 놓은 가방은 그의 베트멍(Vetements) 전성기 시절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졌다. 뎀나가 컬렉션의 배경으로 LA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든, 테크노 에너지와 캘리포니아 무드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할리우드 사인이 뒤로 보이고 런웨이를 따라 야자수가 늘어서 있지만, 손에 쥔 커피가 아무리 신선하다고 한들 뎀나의 발렌시아가에는 언제나 파멸의 에너지가 있다. 이 컬렉션은 “에레혼(Erewhon)에서 건강한 음식을 살지 모르지만, 우리는 토요일 밤에 당신이 뭘 하는지 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JB

보테가 베네타의 캠페인이 된 에이셉 라키와 켄달 제너의 파파라치 사진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의 삶에서 가장 흥미롭고 사소한 순간을 포착하는 파파라치는 팝 컬처의 필수 요소가 됐다. 물론 파파라치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의 일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우유를 마시러 나왔다? 찰칵. 반려견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 찰칵. 그렇다, 이는 감시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유명인이 종종 자신의 목격담에 휘말리는 21세기 삶의 폐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렇지만 재밌는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적어도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에겐 그렇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2024년 리조트 캠페인에서 그는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켄달 제너(Kendall Jenner)의 파파라치 사진를 선보여 이들의 일상을 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을 자극했다. 게다가 가죽으로 만든 교묘한 룩은 이를 흥미진진한 추리 게임처럼 느껴지게 했다. 에이셉 라키의 트랙수트는 면일까 아닐까? 조깅하던 중 찍힌 사진에서 그는 리아나(Rihanna)를 보러 가던 길이었을까? 민트 그린 플러피 코트를 입고 걷던 제너가 찍히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건 분명하다. 게티이미지에 올라갈 걸 예상하지 않고 그런 자태를 뽐낼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이 사진들에는 일상적인 순간들이 담겼다. 스타들도 장을 보고, 제너처럼 반려견과 산책하고, 라키처럼 베리 스무디를 마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플란넬, 배기 데님 진, 힐, 클래식 넥타이가 언뜻 보기에 일상적인 아이템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게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될 테지만 말이다. 할리퀸 부츠와 투피스 룩은 겨울의 막바지 봄을 준비하기 위해 구비해야 할 패션 피플의 필수 아이템이 될 거다. JB

에디터 Tom George, Joe Bobowicz, Nicole DeMarco
번역 Jiye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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