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 위험’에 한 푼이 아쉬운데…국민연금 위탁 수수료만도 조단위로 빠져나가

박세영 기자 2023. 3. 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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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수수료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7일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국민연금 위탁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4년 6198억원, 2016년 8142억원, 2018년 9652억원, 2020년 1조3749억원 등으로 매해 증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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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만 2조3424억원 지급
기금 절반은 위탁 운용…연금 규모 커지면서 수수료 고정비용 증가
지난해 운용 수익률 하락에 파산 선언한 SVB에도 1389원 어치 주식·채권 물려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수수료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7일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국민연금 위탁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4년 6198억원, 2016년 8142억원, 2018년 9652억원, 2020년 1조3749억원 등으로 매해 증가해 왔다.

해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커지고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자금액이 덩달아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2021년에는 위탁수수료가 2조3424억원으로 전년보다 1.7 배로 늘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였던 2022년 위탁 운용 수수료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작년에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으로 국내외 주식 및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8.22%의 역대 최악 수익률로 약 80조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것은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0.18%)과 2018년(-0.92%)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런 성적표와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작년에 위탁수수료로 조단위 이상의 금액을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는 위탁계약에 따라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많으면 국민연금 기금수익률과 재정에는 그만큼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부문별로 차이가 나지만, 전체 기금을 거의 반반씩 나눠서 절반가량은 직접 운용하고, 절반 정도는 위탁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전체 운용현황을 보면 전체 자산 888조9901억원 중에서 47.9%인 425조6898억원을 민간 운용사에 맡겨서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외 자산운용사에는 알짜배기 수입원이다. 일부 위탁운용사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받아 굴리는 자금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는 다른 해외 연기금들처럼 국민연금도 위탁보다는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기금 운용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파산 선언을 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주식과 채권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389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이 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SVB 금융그룹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218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직접 투자분이 294억원어치, 위탁 투자분이 약 923억원어치였다.

국민연금은 의원실에 "2022년 중 위탁 투자분에서 투자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오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유지분은 지속 축소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10일 거래 정지 조치에 따라 매도 등 단기 대응은 불가하다"며 "제3자 인수 및 미국 정부의 대책 등에 따라 거래 재개될 경우 제3자 인수 조건 등을 보며 매도 또는 보유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금융그룹 채권도 직접이 아닌 위탁으로만 171억원어치를 보유했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는 지난 10일 은행 폐쇄 결정 직전 해당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일부를 매도했다"며 "SVB 금융그룹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용 규정에 따라 지난 13일 운용사에 매도 지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잔여 보유종목에 대한 매도 진행상황 등을 직접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SVB가 파산하자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식·채권 등 증권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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