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한류 스타 배용준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양현석 등 국내 최상류층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차가 있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급 브랜드 마이바흐 62S다. 당시 출고가 7억8000만원, 지금으로 따지면 서울 중대형 아파트 2채 값에 육박하는 이 차량이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단종 10년이 넘은 지금, 그 희소가치는 더욱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2S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연간 200대밖에 못 팔았던 초희귀 럭셔리 세단
마이바흐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단 10년간만 생산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최상급 브랜드였다. 당초 연간 1000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연간 200대 판매에 그쳤다. 롤스로이스 팬텀, 벤틀리와 경쟁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부진이 오히려 지금의 희소가치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만 생산됐고, 특히 62S 랜덜렛 모델은 단 8대만 제작돼 12억60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 가격에 판매됐다. 국내에는 마이바흐 전체 모델을 합쳐도 50여 대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바흐 62는 전장 6165mm, 축거 3827mm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이는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대형 세단을 압도하는 수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다른 어떤 차량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차량 1대당 210개의 가죽 조각과 100여 개의 원목 장식이 들어가며, 옵션 조합만 200만 가지에 달할 정도로 맞춤 제작의 정점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2S 실내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6.0리터 V12 바이터보, 551마력의 괴력
마이바흐 62S의 심장부에는 6.0리터 V12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551마력, 최대토크 91.7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을 단 5.2초 만에 끝낸다. 6미터가 넘는 거대한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능을 낸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고, 10개의 에어백, 냉장고, DVD 시스템 등 당시 최첨단 편의 사양이 기본으로 제공됐다. 특히 뒷좌석은 최고급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호화로웠다. 마사지 기능, 독립 공조 시스템, 접이식 테이블, 샴페인 글라스 홀더까지 갖춰 ‘움직이는 응접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엔진만 해도 당시 벤츠 S600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했지만, 마이바흐는 여기에 더 정교한 튜닝과 차음재를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실내 소음은 시속 100km로 주행해도 도서관 수준으로 낮았다. 이는 철저한 핸드메이드 공정과 프리미엄 소재 사용 덕분이었다.
중고 시세도 1억 원대, 유지비는 더 무섭다
현재 마이바흐 62S의 중고 시세는 차량 상태와 주행거리에 따라 8000만 원에서 1억 후반대까지 형성돼 있다. 2011년 당시 3억6500만 원에 거래된 중고 매물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은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문제는 유지비다. 연간 보험료만 수백만 원에 달하고, 정비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부품 하나하나가 특수 제작돼야 하고, 정비할 수 있는 곳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타이어 교체만 해도 5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차량가액에 연동되는 보험료 역시 일반 차량의 10배 이상이다.
게다가 연비도 리터당 5km 내외로 열악하다. 한 달에 주유비만 200만 원 이상 나온다는 오너들의 증언도 있다. 이 때문에 ‘카푸어의 끝판왕’이라는 오명도 함께 따라다닌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의 부활, 그러나 62의 재현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5년 마이바흐를 ‘Mercedes-Maybach’라는 서브 브랜드로 부활시켰다. 현재는 S클래스 기반의 마이바흐 S680이 3억80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GLS 기반의 마이바흐 SUV도 2억79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현행 마이바흐는 과거 독립 브랜드였던 62/57 시절의 그 독보적인 아우라를 재현하지는 못한다는 평가다. S클래스의 변형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과거처럼 완전히 별도의 차체와 설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성능과 편의성은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지만, ‘진짜 마이바흐’를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572만 원 수준이다. 중형 아파트 가격은 22억470만 원에 달한다. 마이바흐 62S의 신차 가격 7억8000만 원은 지금 기준으로 서울 중소형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당시 이 차를 탔던 이들에게 그 가격은 단순한 이동수단의 값이 아니라, ‘지위의 상징’ 그 자체였다.
지금도 도로에서 마이바흐 62S를 마주친다면, 그것은 단순한 구형 수입차가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초호화 세단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자동차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