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 시한부 멤버십을 굳이 만든 이유는

가구와 인테리어에 돈을 쓰는 고객을 더 확실히 붙잡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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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고객이 오랜 기간 가져다줄 이익을 기대하며 몇 년씩 붙잡아두려는 기존 멤버십과 달리, 오늘의집의 ‘무빙패스’는 오직 이사 전후 큰돈을 쓰는 180일에만 집중합니다.

2. 가입비만큼의 포인트와 쿠폰, 적립 혜택으로 다른 쇼핑몰로의 이탈을 줄이고, 가구부터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시공까지 오늘의집에서 이용할 이유를 만드는 거죠.

3. 결국 멤버십의 성패는 고객을 얼마나 오래 붙잡느냐뿐 아니라, 고객이 돈을 쓰는 시점을 이해하고 그때 필요한 여러 구매를 얼마나 우리 서비스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80일은 말도 안 됩니다

오늘의집이 최근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멤버십 ‘무빙패스’를 선보였습니다. 이용료는 3만 원인데요. 가입하자마자 같은 금액에 해당하는 3만 포인트를 지급하고, 여기에 총 30만 원 규모의 쿠폰 8장과 누적 구매 금액에 따른 추가 적립 혜택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가입비만큼을 오늘의집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주고, 추가 혜택까지 얹은 셈이죠.

쿠팡부터 네이버, 최근에는 카카오까지 여러 쇼핑 서비스가 멤버십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오늘의집도 여기에 뛰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무빙패스는 한 번 가입하면 180일 동안만 유지되는 멤버십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멤버십을 만드는 이유는 정반대입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고객을 최대한 오래 붙잡으려 하죠. 이용료보다 큰 혜택을 주면 고객이 더 자주 찾아오고, 주문이 늘어나면 주문 한 건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쇼핑뿐 아니라 음식 배달이나 동영상 서비스까지 함께 이용하게 하면 고객 한 명이 쓰는 돈도 늘어날 수 있고요.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입니다. 초기 와우 멤버십은 월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됐습니다. 무료배송을 몇 번만 이용해도 가입비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죠.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곳보다 쿠팡을 먼저 찾을 이유가 생기고, 쿠팡은 그렇게 늘어난 주문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 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해지면 더 많은 주문을 적은 비용으로 처리할 여지도 커집니다. 이렇게 아낀 비용을 가격과 서비스 개선에 다시 쓸 수도 있고요. 당장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이 고객과 오래 거래하기 위한 투자가 되는 겁니다.

기업이 고객 한 명과 거래하는 동안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익을 ‘고객생애가치’라고 부르는데요. 말은 어렵지만 생각은 단순합니다. 이번 주문에서 얼마를 남기느냐보다, 이 고객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찾아오고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를 함께 보는 겁니다. 멤버십 역시 고객이 몇 년이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가져다줄 이익을 기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제공할 혜택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오늘의집은 혜택을 제공하는 기간을 고작 180일로 정했습니다. 고객을 오래 붙잡으려는 일반적인 멤버십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었죠.


이러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오늘의집이 주로 무엇을 파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가구와 생활용품을 팔고, 인테리어 시공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죠. 여기에는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살 때와 다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특정한 시기에 큰돈을 몰아서 쓰게 된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오늘의집이 주로 무엇을 파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가구와 생활용품을 팔고, 인테리어 시공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죠. 여기에는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살 때와 다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특정한 시기에 큰돈을 몰아서 쓰게 된다는 점인데요.

바로 이사입니다. 평소에는 소파나 침대, 식탁을 자주 바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앞두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구를 새로 사고, 조명과 생활용품을 바꾸고, 경우에 따라 도배나 시공까지 함께 진행합니다. 평소라면 몇 년에 걸쳐 나눠했을 소비가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발생하기도 하죠.

오늘의집이 성장해 온 방식도 이런 순간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나 오늘의집에서 다른 사람들이 꾸민 예쁜 집을 구경하고, 우리 집도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상품을 찾아보다가 실제로 구매하게 되는 겁니다. 이사나 인테리어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아오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중요했던 거죠.

문제는 여기서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오늘의집에서 구매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쁜 집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발견했어도, 막상 살 때는 네이버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거나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사고 싶은 마음은 오늘의집에서 생겼는데, 돈은 다른 곳에서 쓰게 되는 거죠.

더 어려운 건 이런 구매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사가 끝나고 집을 어느 정도 꾸미고 나면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새로 살 물건도 줄어들기 쉽습니다. 매주 장을 보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는 것처럼 꾸준한 방문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겁니다.

그렇게 보면 180일이라는 기간도 달리 보입니다. 고객을 몇 년 동안 꾸준히 찾아오게 만들기 어렵다면, 이사 전후 몇 달 동안이라도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최대한 오늘의집에서 구매하게 해야 하니까요. 무빙패스는 이런 사업의 한계를 풀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빙패스란 이름처럼 ‘멤버십’보다는 여행지의 ‘시티패스’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시티패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교통편과 여러 관광지를 할인받아 이용하는 이용권인데요. 여행객은 요금을 아끼고, 참여 시설은 방문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이용할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무빙패스와 닮았죠.

무빙패스도 가입비에 해당하는 포인트와 쿠폰, 적립 혜택을 제공해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가구를 살 때도, 생활용품을 살 때도, 인테리어를 고민할 때도 오늘의집을 먼저 찾도록 만듭니다.

이미 오늘의집은 가구와 생활용품 판매를 넘어 이사와 인테리어 시공까지 사업을 넓혀왔습니다. 무빙패스 역시 관련 서비스의 견적을 신청하면 쇼핑 쿠폰을 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들을 연결하고 있고요. 그 목적은 각각의 서비스를 한 번씩 이용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사에 쓰려고 준비한 예산을 최대한 오늘의집 안에서 쓰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180일이라는 짧은 유효기간은 약점이 아니라, 고객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시기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인 셈입니다.


기회보다 고객을 잡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무빙패스가 흥미로운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고객을 한 번 데려오는 것과 그 고객이 계속 우리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점입니다.

마케팅에서는 물건을 사려는 고객의 눈에 띄는 일이 중요합니다. 광고나 행사로 관심을 끌어 매장이나 쇼핑몰, 앱을 방문하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광고를 본 사람이 몇 명인지, 그중 몇 명이 눌러봤고 실제로 구매했는지를 살펴봅니다.

하지만 가격과 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한 번 방문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렵게 데려온 고객도 구매 직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구매 기회를 잡는 것만큼, 이미 찾아온 고객이 다음 물건을 살 때도 우리를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 중요한 거죠.

오늘의집 무빙패스도 그런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이사를 준비하는 고객이 한 번 가입하면, 이후 180일 동안 여러 물건을 살 때마다 오늘의집을 선택할 이유가 생깁니다. 쿠폰과 포인트가 있으니 “어차피 여기서 사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오늘의집 입장에서는 고객이 물건을 살 때마다 광고와 할인으로 다시 불러와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모습은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행 서비스 ‘비아신세계’에서 구매한 여행 상품도 상품별 조건에 따라 백화점 VIP 등급을 정하는 구매 실적에 포함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행을 예약할 때도 VIP 등급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비아신세계를 선택할 이유가 생깁니다. 백화점에서 옷이나 가방을 사던 고객이 여행에 쓰는 돈까지 신세계 안에서 쓰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두 사례 모두 한 번 찾아온 고객이 다른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도 같은 곳을 선택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다만 무빙패스는 그 관계를 오래 이어가기보다 이사 전후로 구매가 몰리는 시기에 집중합니다. 멤버십에서 정말 중요한 건 가입 기간 자체보다, 고객이 큰돈을 쓰는 시기에 얼마나 많은 구매를 우리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느냐라는 거죠.

오늘의집에 중요한 건 고객을 10년 동안 매달 방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령 5년에 한 번 찾아오는 고객이라도 이사 전후 6개월 동안 가구부터 생활용품, 시공까지 두루 이용한다면, 자주 방문하지 않아도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겠죠.

결국 앞으로의 멤버십 경쟁도 단순히 누가 고객을 오래 붙잡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지 모릅니다. 고객이 언제, 어떤 이유로 큰돈을 쓰는지 이해하고, 그 순간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되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지식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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