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전 10개 구단 관계자 설문에서 롯데는 꼴찌 후보 2위였다. 23표를 받았다. 작년 팀 홈런 75개로 10개 팀 꼴찌. 장타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원정 도박 논란까지 터지면서 팬들은 혀를 찼다.
그런데 이틀 만에 홈런 7방을 쏘아 올렸다. 삼성을 상대로 6-3, 6-2 개막 2연승. 3월 개막전 2연전을 싹쓸이한 건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작년 팀 홈런 1위(161개)였던 삼성 타선은 두 경기 동안 홈런이 한 개도 없었다.
로드리게스·비슬리 — 폰세·와이스급

작년 한화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건 폰세와 와이스였다. 선발 33승을 합작했다. 올 시즌 롯데가 야심 차게 뽑은 엘빈 로드리게스(28)와 제레미 비슬리(31)가 그 역할을 노린다.
28일 로드리게스는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최고 156km 강속구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볼넷이 5개로 많았지만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29일 비슬리는 5이닝 2피안타 1실점. 그마저도 비자책이었다. 최고 155km 직구와 날카로운 스위퍼를 섞어 던지며 삼진 5개를 잡아냈다. 둘 다 NPB 출신이라 KBO 적응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외인 선발이 꾸준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9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떼놓은 당상이다.
박정민 — 26년 만의 신인 세이브

대졸 루키 박정민(23)이 강렬한 신고식을 했다. 28일 개막전 9회말. 마무리 김원중이 흔들리자 곧바로 투입됐다. 나오자마자 디아즈에게 2루타를 맞고 전병우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1사 만루를 자초했다. 그런데 김영웅과 박세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졌다. 150km 속구로 윽박지르는 강심장 투구였다.

2000년 이승호(SK) 이후 26년 만에 신인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29일에도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김태형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히트 상품'으로 예고한 대로다. 박정민이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차면 최준용, 정철원, 김원중이 열일하는 롯데 불펜은 더욱 강해진다.
손호영 — 멀티홈런

손호영(32)이 2024시즌 '복덩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8일 리그 1호 안타의 주인공이 됐고, 29일에는 연타석 홈런을 쐈다. 4회 선제 솔로포, 7회 레이예스에 이어 백투백 솔로포. 시즌 1호 연속타자 홈런 기록을 썼다.

생존을 위해 겨우내 외야 수비까지 준비한, 땀의 결실이다. 제대한 한동희의 부상으로 본업인 3루수로 맹활약 중이다. 한동희는 29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한동희까지 돌아오면 롯데 타선의 화력은 더 강해진다.
윤동희·노진혁·레이예스

윤동희(23)가 타격의 중심을 잡았다. 시범경기 타율 0.429, 출루율 0.541로 2관왕에 등극한 건 예고편이었다. 28일 1회 선제 투런포로 '뉴 롯데'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이틀간 9타수 4안타 타율 0.444 OPS 1.333.
베테랑 노진혁(37)의 방망이도 깨어났다. 4년 50억원 FA 계약의 마지막 해가 되자 비로소 몸값을 하기 시작했다. 이틀간 타율 0.375, 29일에는 홈런포까지 가동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새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도 폭발했다. 28일 7회 투런 홈런, 29일 7회 3점 홈런. 이틀간 2홈런 5타점. 28일에는 전준우가 8회 쐐기 솔로포를 더했다.
제2의 한화 되나

작년 한화도 시즌 전에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폰세와 와이스가 예상 외로 잘 던지면서 19년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롯데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 로드리게스와 비슬리가 계산이 서면 시즌 운영이 훨씬 수월해진다.
김태형 감독 말처럼 비시즌에 별일을 다 겪었지만 팀은 되레 더 단단해진 듯하다. 부산이 들썩인다. 지긋지긋한 '봄데'를 지우고 9년 만의 가을야구, 그 이상을 꿈꾼다. 2017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롯데. 올해는 진짜 다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