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부영그룹, '건설업 불황' 수익성 개선 탈출구는

/그래픽=박진화 기자

부영그룹이 건설업 불황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계 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20조원 초반대의 자산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년간 순손실로 인해 자본이 감소하고 부채가 증가하는 양상으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된다.

순손실 '재계순위 후퇴' 영향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계열사의 자산총액이 21조4520억원으로 올해 재계 순위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26위에서 2계단 후퇴한 것으로 건설업 불황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사이 쿠팡이 27위에서 25위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이 49위에서 27위로 오르면서 자리를 내줬다.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2017년 16위에서 점차 추락해 올해 28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 기간(2016년~2024년, 공정위는 전년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이듬해 순위를 매김) 순이익이 4110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이 1조8050억원에 달해 자본을 잠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7년 이후로 재정을 살펴보면 2016년 말 자산총액 21조7160억원(자본총액 7조6340억원, 부채총액 14조81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안정적 범위로 간주하는 184.45%였다.

다만 2017년 순손실 4860억원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부영그룹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6000억원 감소했다며 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 중 현대자동차에 이어 2위에 올렸다. 2017년 말 자산총액은 22조441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자본은 줄고 부채가 증가하며 부채비율은 안정적 마지노선을 넘긴 220.72%를 기록했다.

이후 2018년 순이익 154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20년을 제외하면 5개 사업연도 동안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22.5%를 기록한 상태다. 재계 순위는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2021년 17위, 2022년 19위, 2023년 22위, 2024년 26위, 올해 28위 등이다.

/자료=공시 가공

높은 부채비율 임대업 특성 기인

부영그룹의 부채비율은 300%를 넘겨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진단된다. 다만 이는 사업의 특성에 기인하며 부동산 임대업은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장기, 단기를 합해 약 8조원의 임대보증금이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록돼 있으며 이는 그룹 전체 부채총액(16조375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부채비율을 위험한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부채비율이 높아질수록 임대사업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수익성 개선이 과제다. 부영주택은 막대한 차입으로 작년 이자비용이 1483억원에 달한 탓에 영업손실 1315억원, 순손실 10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자체사업 등 분양에 나서지 않고 임대수익에만 기댄 것이 부진의 원인이다.

앞으로 추진할 서울 성수동 '뚝섬4구역 개발사업'이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부영그룹은 2009년 서울시 공매를 통해 3700억원에 토지를 낙찰받았고 호텔과 아파트 등을 건설할 예정이다.

부영그룹은 '사랑으로' 주거 브랜드로 알려진 건설업 특화 기업집단이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계열사 수는 전년과 같은 21개이며 93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76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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