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거물 유망주’ 한동희가 결국 짐을 쌌다. 이대호의 은퇴 이후 롯데 타선의 10년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포스트 이대호’의 상징적인 추락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한동희를 비롯해 김민성, 한태양 등 롯데 내야진의 핵심 자원들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역 후 롯데 타선의 천군만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 퓨처스리그를 초토화하며 홈런과 타점, 장타율까지 3관왕을 휩쓸었던 위용은 1군 무대의 높은 벽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상무에서 27홈런을 터뜨리며 리그를 평정했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 시즌 한동희의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3(90타수 21안타)에 그쳤고, 무엇보다 ‘거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홈런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출루율은 0.274, 장타율은 0.278로 OPS(출루율+장타율)는 리그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0.552에 머물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선구안과 컨택 능력의 동반 저하다. 한동희는 올 시즌 단 4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무려 21개의 삼진을 당하며 투수들과의 기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득점권 타율 역시 0.174로 침묵하며 찬스 때마다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타구 각도다. 한동희는 현재 땅볼 비율이 56.9%에 달할 정도로 공을 띄우지 못하고 있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정타 시 타구 속도는 160km/h를 상회하지만, 공의 밑부분을 때리지 못하고 덮어치는 스윙이 반복되면서 장타 생산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부진의 원인으로 ‘체중 이동의 부재’를 직접 지적했다. 타격 시 체중이 뒤에 남거나 몸이 위로 들리면서 힘이 공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김 감독은 “지금은 안 맞아도 타이밍은 괜찮지만, 칠 때 몸이 뜬다”며 메커니즘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정타가 나와도 공의 밑부분을 때리지 못하고 내야 땅볼로 연결되는 비효율이 반복됐다.
정신적인 압박감 역시 발목을 잡았다. 이대호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중압감과 상무에서의 압도적 성적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독이 된 형국이다. 3일 SSG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한동희는 세 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난 뒤, 결국 9회 마지막 타석을 앞두고 전준우와 교체되는 굴욕을 맛봤다.

김태형 감독은 한동희의 멘탈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희가 이겨내야 한다. 앞으로 더 해줘야 할 선수”라면서도, “상황이 안 좋으면 방법을 제시하고 서로 얘기해서 시간을 갖는 것이 낫다”며 이번 2군행이 심리적 재정비를 위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한동희의 이탈은 팀 내 내부 경쟁 가속화와도 맞물려 있다. 대만 전지훈련 당시 사설 오락실 출입으로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나승엽과 고승민, 김세민이 복귀하면서 누군가는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현재 롯데는 손호영의 복귀 준비와 나승엽의 성장 등으로 내야진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김태형 감독은 “한동희는 정말 잘 쳐야 한다. 치지 못하면 나갈 데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수비 범위가 좁고 주루 강점이 없는 거포 유형의 특성상, 타격에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명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치지 못하면 나갈 데가 없다”는 김태형 감독의 냉정한 평가가 한동희의 현실을 대변한다.
한동희뿐만 아니라 리그를 대표하는 다른 거포들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두산 베어스의 핵심 타자 양석환은 타율 0.205, 1홈런으로 고전한 끝에 퓨처스 팀으로 향했다. 시범경기에서 3할 맹타를 휘둘렀던 NC 다이노스의 특급 신인 신재인 역시 1할대 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재정비 시간을 갖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형종, 임지열, 김재현, 이태양 등 무려 4명의 선수를 동시에 말소하며 대대적인 엔트리 개편에 나섰다. 2026년 5월 현재 KBO 리그는 베테랑과 신예를 가리지 않고 거포 자원들이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는 ‘거포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2군행은 한동희에게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무에서의 활약이 ‘2군용’에 불과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타격 메커니즘의 완전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며 쌓아온 재능이 일시적인 정체인지, 아니면 한계인지가 이번 조정 기간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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