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치약 사태에 실적 악화까지…애경산업 김상준 경영실패 책임론 확산

김상준 대표 취임 이후 애경산업 실적 부진…늑장회수·공급망 관리 실패 ‘삼중고’
[사진=연합뉴스]

애경산업이 대표 브랜드 ‘2080 치약’의 트리클로산 검출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늑장 대응과 해외 제조소 관리 부실이 동시에 드러나며 위기 대응 역량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실적 부진이라는 또 다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품질 이슈를 넘어 김상준 대표 체제의 리스크 관리 실패와 경영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잠정 실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6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1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80억원에 그치며 수익성 지표 전반이 급격히 악화됐다. 김상준 대표 취임 이전인 2023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외형 성장은 멈춘 반면 비용 부담과 수익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며 체질 개선 효과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부문은 덴탈케어와 세제 등 주력 제품의 성장 둔화로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화장품 부문 역시 뚜렷한 반등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매출과 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미국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진 ‘2080 치약’ 트리클로산 검출 논란은 실적 악화로 이미 흔들리던 애경산업의 경영 부담을 더욱 키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중국 제조사 도미(Domy)에서 생산된 수입산 2080 치약 6종 가운데 약 87%에서 최대 0.16%의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된 성분으로 위해성 자체는 제한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관리 책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문제를 키운 것은 애경산업의 대응 방식이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12월 비정기 검사 과정에서 트리클로산 검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법정 기한인 5일을 넘겨 올해 1월에야 회수계획서를 제출했다. 그 사이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문제가 된 제품이 계속 판매되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늑장 대응’ 논란이 확산됐다. 식약처는 현재 회수 지연 경위와 함께 행정처분 및 수사의뢰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애경산업은 혼입 원인으로 해외 제조사의 장비 세척 공정을 지목하며 사전 협의 없이 트리클로산이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오히려 해외 제조소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애경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입해 자사 대표 브랜드 ‘2080’을 부착해 판매한 제품이다. 제조물 책임법상 수입·판매자 역시 제조물 책임의 주체로 규정되는 만큼 공급망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제조사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치약은 장기간 반복 사용되며 구강을 통해 인체에 직접 작용하는 의약외품으로, 일반 공산품보다 훨씬 엄격한 품질·공정 관리가 요구된다. 애경산업이 2023년과 2024년 각각 중국 현지 공장을 점검하고도 장비 세척 단계에서 사용된 성분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은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 [사진=애경그룹]

이번 사태가 단일 품목 논란에 그치지 않는 배경에는 애경산업이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이미 한 차례 치명적인 신뢰 훼손을 겪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당시에도 애경산업은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라는 이유로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이는 장기간의 불매운동과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졌다. 이번 치약 논란에서도 ‘해외 위탁 생산 과정의 문제’라는 해명이 반복되며 소비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적 부진과 품질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김상준 대표의 경영 리더십에 대한 책임론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비용 관리와 재무 안정성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손익 관리뿐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위기 대응 체계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대표 브랜드의 품질 관리와 대응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점검하지 못한 점은 경영 판단 실패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애경산업은 현재 문제가 된 제품의 전량 회수를 목표로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 위에 늑장 대응과 해외 제조소 관리 부실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태는 김상준 대표 체제 전반의 경영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위해성이 낮다는 판단과 별개로, 실적 악화 국면에서 터진 품질 논란은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직접적으로 시험하는 사안”이라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릴 것이다”고 말했다.

글=임현범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애경산업의 ‘2080 치약’ 논란은 무엇이 핵심인가?
A. 애경산업이 수입·판매한 중국산 ‘2080 치약’ 일부 제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고, 이를 인지한 이후 법정 기한을 넘겨 회수 계획을 제출한 점이 핵심 쟁점이다.

Q2. 관련 법규상 회수 기한은 어떻게 규정돼 있나?
A. 현행법에 따르면 판매업체는 제품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경우 5일 이내에 회수 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Q3. 문제가 된 ‘2080 치약’은 어떤 제품인가?
A. 문제 제품은 애경산업이 중국 제조사 도미(Domy)를 통해 생산해 국내에 수입·판매한 중국산 2080 치약 6종이다. 해당 중국산 2080 치약은 약 2년 6개월 동안 국내에서 판매됐으며 식약처는 유통 물량을 약 2900만 개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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