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치 더해줄 ‘술 익는 마을’ 찾아 떠나는 10월 여행길
여행하기 좋은 가을이 왔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0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술 익는 마을을 찾아서’다.
단풍 지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와 함께 술 익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가을과 함께 술도 함께 익어가는 양조장이 있는 여행지를 추천한다.
비어 바(Beer Bar)가 있는 2층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설악산과 북한에서부터 이어진 금강산의 봉우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몽트비어가 선보인 맥주 종류는 1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는 스트로베리 에일과 피치 화이트 사우어처럼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맥주도 눈에 띈다.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는 한국관광공사 관광두레에서 만난 업체의 농산물을 사용한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로컬맥주라는 생각에서다.
2023년 대한민국 국제 맥주 대회에서 피치 화이트 사우어는 금상을, 스트로베리 에일은 동상을 받아 품질도 인정받았다.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인 홉도 국내산을 사용하기 위해 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몽트비어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 시설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개인 방문자의 경우 관람 가능한 동선 내에서 자유롭게 양조장 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건물 입구와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 맥주를 만드는 양조 탱크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창이 나 있다. 10명 이상이라면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다. 관람 가능한 날짜에 예약해 방문하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양조장 곳곳을 견학할 수 있다.
서천 한산소곡주갤러리
술 빚기에 필요한 기본 재료는 쌀, 물, 누룩이다. 한산소곡주 생산의 모든 공정은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적당함’의 영역에 있다. 술 빚는 쌀은 찹쌀이다. 멥쌀보다 탄수화물 성분이 많아서 알코올의 원료가 되는 당분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산소곡주는 서천군에서 제작한 같은 모양의 갈색 술병을 사용한다. 포장박스와 병에 붙은 라벨을 통해 양조장을 구분할 수 있다. 선비복을 입고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3종의 소곡주를 맛보는 향음체험(1인 1만5000원, 10인 이상)도 예약제로 운영된다.
문경 지리적 환경은 오미자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오미자는 일교차가 큰 해발 300~500m 정도의 준고랭지 가운데 바람의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일조량이 풍부한 산간분지에서 잘 자란다. 문경은 우리나라 오미자의 생산량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45%를 차지한다.
오미나라는 2008년 9월 세계 최초의 오미자 와이너리로 설립, 2010년 12월 오미자 와인을 특허 등록했다.
오미나라를 만든 이종기 대표는 지난 44년 동안 세계 명주를 공부하고 우리 술을 연구한 양조 및 증류 명인이다. 이종기 대표가 오미자 와인을 개발한 이유는 분명했다. 바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급 명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오미자 와인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만찬주와 건배주로 쓰였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2022년 5월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정상회의, 2023년 1월 다보스포럼 한국인의 밤 등 오미자 와인의 행보는 화려했다.
오미나라에 방문하면 와이너리 투어 및 테이스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와인 발효실, 증류실, 숙성실 등을 순차적으로 관람한 뒤 와인 시음으로 이어진다. 체험비는 1인 1만 원이며 40~50분 정도 소요된다. 나만의 기념주 만들기는 인당 3만 원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올해 4월에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개발은 2021년부터다. 진주시상권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개발한 특화상품이다. 20여 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6000여 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진맥의 주원료인 진주밀은 다른 밀보다 키가 작다. 그래서 앉은키밀이라 불린다. 웬만한 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하다. 그래서 수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일반 밀가루에 비해 부드럽고, 맛이 구수하다.
진주진맥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두 종류다. 밀의 고소함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에일과 시원함과 청량감을 자랑하는 라거다.
진주진맥브루어리가 자리 잡은 논개시장에서는 토요일마다 올빰토요야시장이 열린다. 진주하면 생각나는 육전부터 삼겹말이, 납작만두, 해물부추전, 대왕고기완자, 스테이크새우꼬치까지 먹거리 천국이다. 야시장 입구 양쪽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구매한 음식을 식기 전에 맛볼 수 있다. 평소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지만, 토요일 야시장 음식은 대환영이다.
현재는 오병인 씨가 주조장의 명맥을 잇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국내 곳곳을 다니다 해창주조장을 알았고 막걸리 맛에 반했다. 서울까지 배달해 먹을 만큼 골수 단골이었다. 2007년 이전 주인 황의권 씨의 제안으로 인수했다.
오병인 씨가 맡으면서 해창주조장은 변신했다. 그는 주조의 대가를 찾아다니며 막걸리 제조법을 배웠다. 지금은 고가의 명품 막걸리로 유명하다. 해창막걸리는 시중 막걸리와 달리 9도, 12도 등이 대표 상품이다. 발효시간이 길고 추가적인 공정이 들어가 가격 또한 각각 8000원, 1만2000원에 이른다.
해창 18도는 설과 추석 그리고 가정의 달(5월 전후), 연말(12월)에만 한정 판매한다. 양조장 출하가격이 11만 원(시중 약 13만 5000원)이지만 선물용으로 인기다.
해창주조장의 막걸리는 그 맛을 빚는 재료 또한 남다르다. 해남에서 재배한 유기농 찹쌀에 멥쌀을 일부 섞어 만든다. 찹쌀과 멥쌀의 비율은 8대2. 찹쌀은 본연의 은은한 단맛이 있어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난다.
해창막걸리의 진가는 애주가들이 먼저 알아챘다. ‘식객’의 허영만 만화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해창막걸리의 팬이다. 정용진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인생막걸리’라고 소개했다. 주조장 내에는 일본식 가옥의 외형을 간직한 살림집과 정원이 반긴다. 살림집 뒤편 정원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둘러 볼 수 있다.
40여 종의 수목이 약 2500여㎡의 정원을 가득 채운다. 가장 오랜 배롱나무는 수령이 무려 약 700년에 달한다.
사진 및 자료=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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