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매거진=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브랜드 ID.패밀리의 두번째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자동차 시장 전반에 걸쳐 계속되는 전동화 물결에 따라 ID.4의 다음 모델을 들여온 것이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선 대형 전기세단 ID.7, MPV 모델인 ID.Buzz 등 다양한 모델이 이미 출시돼 판매 중이다. 속도의 차이가 너무나 아쉽지만, 전동화 모델을 꾸준히 가져오겠다는 그 노력만큼은 가상하다.
그렇게 가져온 모델이 이번 시승의 주인공, ID.5다. 2022년 출시한 ID.4의 쿠페형으로, 엄밀히 따지면 동일한 모델이다. 연식 변경을 거치며 변화된 부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그룹사의 아우디 역시 동급 전기차 Q4 e-tron을 선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Q4 e-tron은 쿠페형 스포트백을 함께 선보였다는 점이다. 그룹사의 관점으로 볼 때 동급(혹은 동일한) 모델이 4개나 출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는 있었다. Q4와 ID. 4의 속도 조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제목처럼, ID.4와 함께 출시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이유다.

이런 배경처럼, ID.5의 디자인은 ID.4와 유사하다. 큰 틀에선 동일하되, 세부적인 부분에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전후면 범퍼 하단의 스포티한 라인, 매끄럽게 내려간 쿠페형 루프라인과 스포일러는 ID.4와의 차이를 강조하지만, 그 뿐이다. 쾌적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뒤로 최대한 당겨온 루프 라인의 끝에서 쿠페형으로 떨어지다보니 뒷 라인의 각도는 어중간하다.
2025년형이 되며 변화된 실내는 칭찬할만한 포인트. 주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클러스터는 직관적이고,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단순하지만 실용적이다. 주행 중 사용할 법한 기능은 세번 이내로 조작할 수 있게 해준 것이 포인트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여러 제조사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생각해본다면 그 무엇보다 반가운 포인트다.

쿠페형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붕을 길게 뽑은 덕에 2열 머리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ID.4와 비교해 미묘하게 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열과 달리 단순하게 구성된 2열 공간은 ID.4와 함께 ID.5의 특징. 이동 수단으로서 모빌리티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프리미엄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장단점은 존재하지만, ‘약점’으로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
파워트레인은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82kWh 배터리를 탑재, 후륜의 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286마력(210kW)을 발휘한다. 국내 인증 복합주행거리는 434km로, 실용적이면서도 부족함 없는 거리를 자랑한다. 복합 전비 역시 5.0km/kWh를 인증 받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6.5km/kWh를 넘는 전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실 주행가능거리 역시 500km는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다.

주행 질감 자체는 ID.4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고속 주행에서도 마찬가지. 매끄럽지만 과격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고급스럽지는 않다. 쿠페형 디자인이 주는 기대치는 높지만 이를 충족하지는 못한다. 다만 폭스바겐 특유의 탄탄하고 부드러운 주행감각은 여전하다. 폭스바겐 마니아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하지만 엄청난 차별점이라고 이야기 하기엔 어려운 감각이다.
가속감 역시 마찬가지. 최고시속 180km까지 가속 가능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시속 140km부터 가속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신형 인버터를 적용하고, 최적화된 열관리와 지능화된 냉각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성능과 탁월한 효율을 자랑한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하지만 체감은 전기모터의 한계보다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의도적 조절에 가깝다.

국내 판매 가격은 ID.4보다 아주 조금 더 비싼 6,099만원으로 책정됐다. 각종 프로모션을 더해 실 구매 가격은 4500만원대(서울 기준)이라고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은 조금 다르다. 6천만원을 넘어가며 보조금이 줄은 여파도 무시하기 어렵다. 똑같은 어려움을 Q4 e-tron 스포트백이 겪었고, 이겨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자가 양 손으로 꼽을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너무나 많아졌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폭스바겐은 ID패밀리의 폐기를 선언했다. ID.5의 출시시기에 대한 아쉬움을 지우기 힘들다.
객관적으로 ID.5의 상품성은 나쁘지 않다. ID.4만큼의 효율성에, 폭스바겐 브랜드가 주는 대중성에, 쿠페형 디자인이 주는 세련됨이 함께 한다. 보통 이상의 상품성으로 보통의 가격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엔, 경쟁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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