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력기기 업계 지형도가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시장에서 765kV(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를 필두로 전력 인프라 교체 물량을 대거 수주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수주잔고 15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1분기에만 4.2兆 수주
효성중공업 전력기기 부문은 올해 1분기 신규 수주액 4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전체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으로 치솟아 국내 전력기기 업체 중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HD현대일렉트릭(11조6000억원)과 LS일렉트릭(5조6400억원)을 크게 따돌렸다.
이번 성과의 핵심 동력은 ‘꿈의 전력망’이라 불리는 765kV 변압기 기술력이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미국에서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인 78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765kV는 현존 최고 전압 등급으로 기술적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 기업만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충 호재, 판매자 우위 시장 공략
전 세계적인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설 붐은 효성중공업에 유례없는 기회가 됐다.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소모가 막대한 AI 인프라 특성상 대용량 전력을 손실 없이 전달하는 초고압 기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까지 맞물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판매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됐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며 향후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위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美 멤피스 공장 증설로 ‘바이 아메리칸’ 정면돌파
실적 상승세도 가파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3582억원과 영업이익 15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2%, 48.8% 급증한 성적이다.
아울러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매출은 7조1539억원, 영업이익은 971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 765kV 패키지 관련 신규 프로젝트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실적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확보된 자금력은 핵심 생산 거점인 미국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에 우선 투입된다. 이는 미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현지 납기 경쟁력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굳히기 위한 포석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멤피스 공장과 초고압 기술력을 기반으로 북미 전력망 안정화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며 “본격화되는 현지 765kV 송전망 구축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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