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지난해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한 유럽판매법인을 내세워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담당 법인장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최근 물류전담 손자회사까지 신설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8월 물류 자회사 삼양로지스틱스를 통해 네덜란드에 삼양로지스틱스유럽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판매법인이 국내 본사에서 라면을 매입하면 이를 현지 도소매상과 소비자채널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재무·자금·HR 조직을 구성한 뒤 사업 안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식품은 판매와 물류의 유기적인 연계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지 판매법인이 어느 정도 안착하면 물류법인이 뒤따라 진출하는 방식이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글로벌 물류거점이다. 앞선 두 국가에서는 2021년에 판매법인을 세운 후 2023년 물류법인을 출범시키며 2년가량 시간을 뒀지만 유럽의 경우 이 과정을 1년 만에 마쳤다.
이는 현지에서 불닭 브랜드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유럽의 관문인 서유럽을 넘어 영국과 동북유럽까지 관할 권역을 넓혔다. 실제로 네덜란드 알버트하인, 독일 레베 등 대표 슈퍼마켓 체인에 이어 2분기에는 영국 최대 유통채널인 테스코에도 입점했다.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가운데 회사는 판매와 물류의 수직 계열화에 따른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물류법인으로 재고 관리부터 비용, 속도까지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불닭 등 자사 제품의 운송·보관을 맡는 데 머무르지 않고 고객사의 물류 전반을 관리·대행하는 3자물류(3PL) 사업으로의 도약까지 내다보고 있다.
유럽은 미국을 잇는 전략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달 하반기 첫 글로벌 현장 경영지로 독일을 택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신경호 유럽법인장을 2026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상무)으로 승진시킨 것 역시 그룹 차원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법인은 설립 1년 만인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약 1360억원(8000만유로)을 달성하는 등 성장세를 입증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럽법인은) 유럽 내 물류 지원 등을 위해 만들었다"며 "아직 설립 극초기인 만큼 디테일한 운영 및 활용계획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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