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벽에 구멍 낸 이유는?…논현동 랜드마크 등극한 이 건물

조회 1,4442025. 4. 8.

[땅집고] 굵직한 꼬마빌딩이 많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지하철 7호선 학동역 10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베이지색 벽돌과 유리로 마감한 지상 4층짜리 ‘스케이프 7723′ 건물이 눈에 띄었다. 외관은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데, 출입구는 붉은 대리석으로 포인트를 줘서 들어갈 때 마치 ‘레드카펫’을 밟는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2022년 6월 준공한 꼬마빌딩 ‘스케이프 7723’. 베이지색 벽돌과 유리로 마감해 화사한 느낌을 준다. 1층 출입구를 붉은 대리석으로 처리한 것도 돋보인다. 이 건물은 건축주와 설계자 모두 땅집고 건축주대학 스타 강사들이다. /리슈건축

이 건물 건축주는 국내 최고 실전형 건축 강의인 ‘땅집고 건축주대학’ 세무 강사 출신이다. 설계 역시 건축주대학 대표 강사인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이 맡았다. 건축주대학의 스타 강사 두 명이 만나 탄생한 건물인 셈이다. 2022년 6월 완공 당시 세련된 디자인과 외관 덕분에 논현동 일대 랜드마크 빌딩 자리에 올랐다. 한 미술 갤러리가 준공과 동시에 건물 전체를 통임대했을 정도다.

홍 소장은 “건축주가 건축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높고 대지 특성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건축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했다”면서 “이처럼 건축주의 요구 사항과 건축가의 설계 디테일이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 건물 상품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은 4월 17일 개강하는 ‘땅집고 건축주대학’ 에 참여, 건축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건축 노하우에 관해서 강의한다.

■ “누구나 사옥으로 탐낼 만한 건물 만들자”

건축주는 홍 소장에게 “단순 임대용이 아니라, 기업이 사옥용으로 쓰고 싶어할 만큼 수준 높은 건물로 설계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몇 년간 논현동 일대에서 연면적 300평대 사옥용 꼬마빌딩을 찾는 IT(정보기술) 기업이나 갤러리 등이 적지 않은 점을 겨냥한 주문이다. 마침 대지 2개 면이 도로와 접해있어 가시성이 좋고, 학동역도 가까워 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한 입지기도 했다.

다만 토지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50%에 불과해 층수를 높이기가 힘들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홍 소장은 건물이 높지 않아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고안해냈다.

먼저 1층 높이를 대지에서 1.5m 정도 띄워 지하 1층 공간을 지상으로 노출했다. 보통 수익형 건물에서 지하층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임대료도 저렴한데, 지하 1층 일부를 지상으로 노출하면서 이런 단점을 없애는 전략을 쓴 것.

더불어 지하 1층 노출 공간은 유리로 마감해 외부에서 잘 보이도록 하고, 도로에서 지하로 곧장 내려가는 계단도 만들었다. 홍 소장은 “사실상 1층이 2개가 된 건물이라 수익성도 높고 임차인도 좋아한다”고 전했다.

주변 건물이 낮아 탁 트인 옥상은 입주자들이 파티를 열거나 휴식할 수 있는 공용공간으로 꾸몄다. 엘리베이터도 옥상까지 운행한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케이프 7723’ 건축 개요. /조선DB

■모든 층에 테라스…보이드 기법도 적용

‘스케이프 7723’은 건축법상 제약을 수용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설계 포인트가 많아 건축주와 건축가들 모두 주목할 만한 건물로 꼽힌다.

모든 층에 테라스를 만든 점이 돋보인다. 이 건물은 일조사선제한을 받아 북쪽을 사선 계단식으로 지어야 했다. 홍 소장은 각 층이 물러난 공간에 외부 테라스를 배치했다. 이렇게 테라스를 설치하면 시각적으로 내부 공간이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상 2층은 전용면적이 95.46㎡(28.8평)인데, 테라스가 40.85㎡(12.3평)이나 돼 입주자가 체감하는 실사용 공간이 훨씬 넓어지는 것이다.

이어 지하 1·2층에는 ‘보이드 설계’를 적용해 복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이드란 건축물 내 빈 여백과 같은 공간을 말한다. 이 건물에선 층과 층 사이를 관통하는 수직 공간이 됐다. 임차인이 원할 경우 이 공간에 계단을 추가해 또 다른 공간으로도 쓸 수도 있다.

베이지색 벽돌로 마감한 건물 2층과 4층 외벽 일부에는 벽돌담에 구멍을 내어 쌓는 ‘다공쌓기’ 기법도 적용했다. 디자인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데다 빛이 적당하게 들면서도 외부 시선은 차단할 수 있다.

홍 소장은 “건축주가 ‘알아서 잘 설계해 달라’고 하지 않고, 명확한 목표와 강조점을 제시한 덕분에 건축가로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수준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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