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차단기 불량으로 전원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빠른 보수를 진행하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A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지난 7일부터 일주일 넘게 고장난 상태다. 평소 전기차 충전을 위해 기자가 자주 찾는 곳이여서 언제쯤 이 충전기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보수 스케쥴 확인을 위해 환경부가 운영하는 무공해차 통합 웹사이트에 접속해 '전기차 급속충전시설 운영현황'을 살펴봤더니 율동공원의 급속충전기는 '고장 리스트'에 없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전국의 급속충전기 고장률은 1% 미만이다. 전체 7117기인 급속충전기 중 고장이 난 충전기는 37기, 사용 가능한 충전기는 7080기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자료에는 일주일 넘게 고장으로 이용할 수 없는 율동공원A주차장 충전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국의 다른 급속충전기 고장 상황도 제때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자료에 대한 신뢰 또한 떨어진다.
전기차 시대가 왔다고는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 시설 인프라는 여전히 주유소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에게 충전기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절실하다. 그런데 왜, 이와 관련한 부정확한 자료가 공개되고 있는 것일까?
원인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의 허술한 고장 충전기 분류 규정에 있다. 환경부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운영과 보수 등을 책임지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매일 오후 5~6시 환경부 전기차 급속충전기 고장 현황 등을 종합해 무공해차 통합 홈페이지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에 보고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이 내용을 홈페이지 팝업창에 올리거나,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린다.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료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정작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분당 율동공원A주차장 충전기 고장 상황이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해당 충전기가 고장난 것은 '분전함' 문제이기 때문에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고장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했다. 이 관계자는 "분전함 내부에 있는 전기를 끊어야 고장 수리가 가능해서 한국전력에 전력 차단을 의뢰했지만, 한국전력이 안전상의 이유로 우리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국전력을 탓했다. '사실 확인'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기 보다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도 "일정한 시각에 자동차환경협회로부터 운영현황을 받고 바로 무공해차 통합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기차 충전기 분전함 문제는 율동공원A주차장만 아니라 다른 장소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야외 급속충전기 유지 관리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그만큼 전기차 차주들이 손쉽게 공공 급속충전기 고장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 마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기차 충전기 고장 현황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못한다면, 전기차 차주들의 충전 스트레스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무공해차 통합 홈페이지의 전기차 급속충전시설 운영현황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불편한 것도 문제다. 모바일 버전에는 관련 현황을 볼 수 있는 메뉴 아이콘이 없고, PC 버전의 경우 별도의 팝업창을 통해서 봐야 한다. 브라우저 팝업 기능을 허용하지 않는 PC 사용자들이 전기차 충전기 고장현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훗날 전기차 인프라가 물리적으로 충분히 구축된다 한들, 정작 사용자들이 충전기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다면 인프라 자체가 무용해질 뿐이다. 성숙한 전기차 시대를 위해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마인드를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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