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전 직원이 미아 찾아나선 한 마디
지난달 2호선 대실역 할머니 방문 "손주 잃어버려"
"평소 지하철 좋아해" 아동 인상착의 전 역사 전파
관제 5분 만에 영남대역서 아동 찾아
올해만 미아·치매어르신 7명 가족 품 돌아가
지난달 19일 오후 3시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실역 사무실에 한 할머니와 초등학교 교사가 방문했다. 방과 후 태권도 학원차량을 기다리던 8세 손주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이곳을 찾은 것이다. 대실역과 인근 초등학교의 거리는 약 600m.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 혼자 걸어오기에는 만만찮은 거리였지만, 할머니가 유력한 행선지로 지하철역을 지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적장애를 앓는 손주의 평소 유일한 취미가 '지하철 타기'여서다. 다소 막연한 추측이었지만, 당시 대실역에 근무 중이던 이상헌 차장과 이유식 사원은 할머니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즉시 여객 관제 시스템을 통해 해당 아동의 인상착의와 나이, 이름 등을 전 역사에 전파했다. 손주를 잃어버린 충격에 망연자실한 할머니를 친절한 말로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관제에서 기다리던 대답이 왔다. 2호선 마지막 역인 영남대역에서 해당 아동을 찾은 것이다. 확인 결과, 대실역에서 지하철을 탄 아동은 2호선 마지막 역인 영남대역까지 다다랐고, 관제를 통해 아동의 인상착의 등을 파악한 영남대역 직원이 발견했다. 통화 끝에 잃어버린 손주임을 확인한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대실역에서 영남대역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할머니는 손주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던 이 차장과 이 사원은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어제 본 할머니와 교사, 그리고 잃어버릴 뻔했던 손주까지 3명이 다시 대실역을 찾은 것이다. 할머니는 감사함을 담은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며 연신 이 차장 등에 고개를 숙였다. 이 차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며 "전 직원이 일심동체로 움직인 덕분에 아동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차에 혼자 남겨진 치매 어르신이 극적으로 가족과 재 상봉한 사연도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1월 19일 낮 12시쯤 1호선 안심역에 40대 남성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뛰어 들어왔다. 당시 역사에 근무 중이던 송인석 차장이 상황을 파악한 결과, 치매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른 70대 어르신이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가 환승역인 명덕역에서 제때 내리지 못하고 가족과 생이별한 것이다.
다행인 점은 치매 어르신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앱이 깔려 있었고, 신호는 안심역에서 잡혔다. 송 차장은 역사 CCTV를 확인하는 한편, 역사 전역을 발로 뛰며 수색했지만, 어르신의 행적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이 안심역에 없을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닿았고, 안심역에서 다시 회차해 반대편 설화명곡역 방향으로 출발한 열차를 모두 수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어르신은 경증 치매를 앓는 탓에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웠다. 역사를 찾은 아들로부터 어르신이 본인의 이름에는 반응한다는 소리를 듣고, 직원들이 직접 열차에 들어가 어르신의 이름을 외쳤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낮 12시 20분쯤 동구청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에서 기적적으로 어르신을 찾았다.
이 같은 대구교통공사의 적극 행정에 감동한 아들은 다음날 공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송 차장은 "이런 일이 자주 있진 않지만, 간혹 벌어진다. 당시 근무하던 전 직원이 합심해서 이룬 결과"라며 겸손해했다.
대구도시철도에서는 올해만 7명의 길 잃은 치매 어르신과 미아가 소중한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매년 대구 지하철에서 길 잃은 수십여 명의 치매 어르신 및 미아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가족의 마음으로 미아 찾기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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