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슈 톤앤매너 맞춰서 린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조회 3692025. 4. 17.

What’s in my [판교 사투리]

여러분의 취미,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세상 사소한 트렌드부터 취미, 유행템, 직장인에 대한 모든 빈칸을 Blank in “ “(블랭크인)이 채워갑니다. 우리의 일상 속 소소한 재미와 그 이유를 찾아 전해드릴게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with 에디터 동동, 에디터 자몽, 에디터 사이프

안녕하세요, 오늘의 썰풀러 에디터 자몽🍋입니다.


최근 아는 형님에 정신건강의학과 오진승 선생님이 출연자로 나왔습니다. 모처럼 바쁜 시간을 쪼개 유튜브로 하이라이트 클립을 보았는데요.

출연진 김영철 씨가 게스트에게 꽤 끈질기게 들이댔던(?) 에피소드에 관한 토크를 하던 찰나, 서장훈 씨가 “학을 뗐겠네” 라는 멘트를 던졌습니다. 순간 전통적인 음악과 함께 산수화 배경이 깔리면서 학이 날아오르더라고요?

혹시 ‘학을 떼다’의 ‘학’을 조류 학으로 표현한 건가 궁금하더군요. 꽤 공을 들인 CG 배경이 두 번 연속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학을 떼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학을 떼다
괴롭거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느라고
진땀을 빼거나, 그것에 거의 질려 버리다.

여기서 학은 CG 배경처럼 조류 ‘학’이 아니라, 학질(말라리아) 을 뜻하는데요. 그 옛날 학질에 걸렸다가 낫는 일이 얼마나 고생스럽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으면 ‘학을 떼다’ 라는 표현이 남았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그래서 오늘은 ‘학을 떼다’와 같이 우리 직장 생활 속 사용되는 IT 표현(일명 : 판교어) 중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단어의 어원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렛츠 기릿 🏃‍♂️

오늘의 주절주절

썰풀러 에디터 자몽의 미리 요약

1. IT 업계 속 ‘유래가 있는’ 용어들
2. 내부에서는 프로페셔널 외부에선 외계어가 될 수 있는 판교어
3. 찬성 vs 반대, 양 측의 솔직한 입장
4. 이번 빈 칸에 대한 코멘트

IT 업계 속 ‘유래가 있는’ 용어들

우선 이미 일상 속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의 유래를 먼저 알아볼까요?

1. 스파게티 코드
2. 버그
3. 패치

1. 스파게티 코드

출처 : 스파게티 코드를 검색하면 꼭 나오는 교차로 짤(feat. 무질서 속의 질서)

비개발자에겐 다소 낯설 수 있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밈으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흐름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서 뒤엉킨 스파게티 면처럼 보일 때 사용하는 말이예요.

마치 복잡한 도심 속의 무질서한 도로 상황처럼 어떻게든 작동은 하는 데, 사실은 돌아가는게 신기한 상황인거죠. 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코드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오죽하면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오류 안 생기면 가만히 냅둬라. 잘못 건드리면 다 죽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런 코드는 나중에 유지보수 하기 매우 어려운 특징이 있어요🫠.

이런 스파게티 코드가 쌓인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면,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이럴 때 주로 리팩토링(코드 구조를 정리하는 작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ㅎㅎ.

2. 버그(Bug)

출처 : <말썽난 컴퓨터 속 죽은 벌레, 소프트웨어 ‘버그’의 유래로>

QA 시즌만 되면 입에서 떠나지 못하는 단어! 그런데 에러나 결함을 일컫는 이 말이 진짜 벌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47년 하버드 마크 II 컴퓨터에서 한 회로가 작동하지 않아 내부를 열어보니, 나방 한 마리가 회로에 끼어 합선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어요.

이를 발견한 그레이스 호퍼(미 해군 제독이자 코볼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창시자)가 그 상황을 기록했고, 이후 ‘버그’는 컴퓨팅 오류를 칭하는 표현으로 정착하게 되었답니다.

3. 패치(Patch)

프로그램을 수정 또는 개선하기 위해 ‘패치’한다고 하죠?

이 역시 천에 구멍이 났을 때 덧대는 테이프나 천 조각을 뜻하는 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창기 프로그래밍은 위의 이미지처럼 물리적인 테이프를 가지고 진행했는데, 수정 또는 개선을 할 때 천공카드(펀치카드)에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가 제공한 테이프나 종이 조각을 덧붙여 수정하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말 그대로 어떤 부분을 덧대서 수정한다는 행동에서 ‘패치한다’는 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단어의 유래를 찾다보니 동양의 고사나 거창한 서사가 담긴 경우보다는, 그 행위나 대상의 생김새에서 유래한 말들이 많더라고요. 꼬여있는 모습이 스파게티, 벌레가 들어가서 버그, 구멍을 덧대는 패치 등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맥락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단어의 어원들이었습니다.

내부에서는 프로, 외부에선 외계어가 될 수 있는 판교어

일부 IT 업계를 대표(?)하고 그들만의 특징으로 꼽히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저희 팁스터 구독자면서 IT 업계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라면 잘 알고 계실 ‘판교 사투리’, ‘판교어’ 입니다.

유튜브의 썸네일이 다소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판교어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장 사이사이에 영어로 된 업계 용어가 섞여 있다는 점이에요. 이런 단어와 문장은 사실 일상적인 순우리말/한자어로도 내용 전달이 가능하기도 하죠.

가장 많이 쓰이는 판교어 예시를 볼까요?
본 예시는 현재 판교에서 종사 중인 5명의 IT인이 “데일리하게” 가장 많이 듣고, 사용한 표현을 수집해 “리스트업” 했습니다.

하루 평균 가장 많이 사용하고 들은 판교어

- 린하게 하자 :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자
- 애자일하게 진행하자 :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빠르게 일하자
- MVP로 출시하자 :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으로 빠르게 출시하자
- 피봇하자 : 사업 방향을 전환하자
- 데모데이 :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이나 사업 모델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날
- 마일스톤 :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중간에 꼭 체크해야 하는 중요한 일정이나 목표
- 리소스 파악 중 : 업무에 투입 가능한 인력이나 자원을 확인하는 중
- 어레인지 해주세요 : 일정을 조율하거나 준비해달라는 요청
- 인비 보내주세요 : 일정 초대장를 보내달라는 요청

마치 외국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이 급하게 한국 회사에 입사해서 사용하는 말의 느낌이죠🤔..?

한 문장에 다수의 영어를 섞어 쓰는 이 독특한 말투(한영혼용체)가 현학적(학식의 두드러짐을 자랑하는)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풍자하는 방식으로 과장된 형태의 판교 사투리 밈이 널리 퍼지게 됐는데요.

실제 실리콘벨리에서 사용하는 언어(영어)와 문화가 판교테크노벨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자연스럽게 뿌리내려졌기 때문에 그들만의 문화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찬성 vs 반대, 양측의 솔직한 입장

그래서 판교 혹은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께 ‘판교 사투리’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관련한 반응은 “그냥 업계에서 쓰는 용어”라는 입장과 “굳이 그래야하는가”입장으로 크게 구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입장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출처 : 유튜브 ‘판교 뚜벅쵸’ 채널

🧢 “그저 업계에서 쓰는 용어” 일뿐 (옹호 입장)
일단 간결하고 효율적이다.
한 줄이나 하나의 어휘로 압축해서 쓸 수 있다.
처음 시작이 우리말이 아닌 것들도 있다.
판교어가 가진 주요 어휘의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 “굳이 그래야하는가” (반대 입장)
오히려 그들만의 단어로 소통을 방해한다.
충분히 풀어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을 지나치게 영문화한다.
의미 전달보다 보여지는 측면을 더 고려한 단어와 문장으로 느껴진다.

출처 : 블라인드 <아!!!!!! 판교사투리 다 뿌셔버리고 싶네!!!!!>

사실 판교어가 다시 회자된 것은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향한 불친절한 대응 그리고 MZ오피스를 비롯한 각종 스케치 코미디에서 자주 다뤄졌기 때문인데요. 뭔가 있어 보이려는 말투와 콧대 높은 IT 업계 직장인의 상징처럼 비춰지며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힌 것 같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결국 판교 사투리 자체의 문제보다 비 IT인들을 대하는 소수의 잘못된 태도와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자세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출처: 수 년전 전국의 건설 노동자에게 배포했던 건설용어 순화 손수 - 한국토지주택공사(LH)
🐝 가끔은 회사 일도 ‘야리끼리’하고, 블랭크인 글도 AI ‘데모도’한테 맡겼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혹시 이 소제목을 이해하셨다면 건설 현장 경험이 있는 구독자일거라 확신합니다. ‘야리끼리’는 할당받은 업무를 모두 마치면 퇴근이 가능한 할당제 근무를, ‘데모도’는 심부름꾼이나 잡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설 업계 은어입니다.

매우 낯선 이 같은 단어 외에도 빠루(노루발), 단도리(마무리), 나와바리(줄 치기), 공구리(시멘트), 구루마(손수레), 바겟스(양동이), 오함마(큰 망치) 등 와일드한 냄새가 나는 이 용어들도 모두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표현들이죠.

단어들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말들이 일본어거나 영단어의 일본식 표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의 시작이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를 받던 시기였고, 도제식으로 기술이 전수되는 건설업 현장의 특성상 해방 이후에도 용어들의 사용이 굳어지게 된거죠.

이렇게 특정 업종의 별도 용어 체계(?)가 있는 경우는 사실 매우 흔합니다. 문제는 충분히 대체할 표현이 있음에도 계속 쓰인다는 점인데요. 유튜브에서 ‘건설업 용어’를 검색하면 건설업 초심자들을 위한 수많은 해설 영상이 나옵니다. 각 영상의 조회수들도 꽤 높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거지요.

가볍게 조사를 해보니, ‘건설 용어 순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는 최소 수십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약 5년 전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건설 노동자를 위한 용어 순화 손수건까지 돌리며 홍보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 듯합니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전문 용어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IT 업계에서도요 :)

이번 ____에 대한 코멘트

오늘 주제는 IT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의 어원부터 뿌리 내린 판교어에 대한 인식에 대해 썰을 풀어봤습니다.

사실 예로부터 단어의 어원이 쓰임새와 직관적이라는 점은 아무래도 이 단어를 썼을 때 ‘듣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려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보니 판교어가 불친절하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듣는 이가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그들만의 세상의 언어라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우리는 판교어와 특정 단어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단,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서로 이해도를 맞추는 데에 집중하면 어떨까요?!

사실 저는 IT, 콘텐츠 업계에서 비개발 직무로 일하면서 개발자 분들과 소통을 할 때 마다 그들의 존재가 참 무서웠어요. 특히 주니어 때 회의에 같이 들어가서 “이건 안 돼요”라는 단칼의 거절을 연달아 들으면 정말 그만한 맴찢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하루는 연차가 어느 정도 되시는 개발자 분이 비개발인도 이해하기 쉽게끔 문과식 서사로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따뜻한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왜 안 되는지, 어떤 맥락과 제한이 있는지를 납득할 수 있었죠.

자신의 업과 세계에서 익숙한 언어를 낯선 사람의 시선에서 조금은 풀어주려는 이 작은 노력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물론 요즘은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해서요” 를 시작으로 먼저 비유적으로 물어봅니다. 대부분 풀어서 잘 알려주시더군요?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이번 썰을 마칩니다.

오늘의 썰을 마무리하며

혹시 IT 업종과 먼 곳에서 일하고 계신 구독자 분이 계시다면, 팁스터 공식 홈페이지 “구독자 커뮤니티” 오늘의 토픽 댓글로 본인 업계의 용어를 판교 사투리로 번역해 주세요. 재밌는 사례를 댓글로 남겨주시는 분들께는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로 드립니다!


[팁 다이브] 신조어에서 표준어로, 게임에서 유래된 단어

무료 뉴스레터와 관련된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팁다이브!

이번 팁다이브는 신조어가 표준어로 등재되는 과정과 게임에서 유래된 단어에 대해 추가로 알아볼 예정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지식토스트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타임톡
타임톡이 제공되지 않아요

해당 콘텐츠뷰의 타임톡 서비스는
파트너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