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폭력 범죄 초범 감경, 정의롭지 않다

인천일보 2026. 1.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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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다. 피해자는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신체적·정신적 상처와 사회적 낙인을 짊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법부는 여전히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법감정과 정의감에 심각한 괴리를 낳고 있으며, 양형기준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양형기준은 범죄의 종류와 죄질에 따라 합리적이고 일관된 형량을 선고하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초범 여부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범죄의 중대성이 희석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가해자의 사정을 과도하게 고려하는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판결은 국민들에게 '성폭력은 초범이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범죄'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위험이 크다. 범죄 억제 효과는커녕 재범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양형기준은 범죄의 종류와 죄질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 재산범죄나 경미한 범죄라면 초범 여부를 감경 요소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마저 초범 여부를 감경 사유로 삼는 것은 정의의 본질과 어긋난다. 내란죄 판결에서 초범 논리가 적용되어 사회적 웃음거리가 되었듯, 성폭력 범죄에 기계적 초범 적용은 더 이상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성폭력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초범 여부와 관계없이 실형을 선고하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의 회복 불가능한 상처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집행유예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양형위원회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초범 감경'이라는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범죄의 본질적 중대성에 상응하는 처벌을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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