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쓰고 최저임금 다르게" 파격 제안…개혁에 성역 없앤 한은
[편집자주] 남대문이 시끌벅적하다.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 책무 외에 여러 사회 구조개혁 문제에도 목소리를 낸다. 사교육 문제나 최저임금 차등화처럼 중앙은행이 내놓기 어려운 도발적인 정책 제안도 거침없다. 한은의 달라진 행보를 두고는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와 업무 영역을 넘어선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한은의 변화와 내외부 평가, 정책 실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의 내용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시감이 강하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과도한 입시경쟁을 꼽는 사례가 많았고,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한은의 대안은 파격에 가까웠다. 신중함의 대명사였던 한은이 내놓은 대안이었기에 더 파격적이었다. 이는 한은(BOK·Bank of Korea)에서 발간하는 'BOK 이슈노트'가 지속적으로 주목 받은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은은 현안 분석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파격적인 대안은 한은의 주특기인 분석력과 맞물려 더욱 돋보였다. 연구진은 "그동안의 입시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큰 부담을 줬고 교육기회 불평등을 초래했다"며 "사교육 불평등은 소득계층과 거주지역에 따른 상위권대 진학률의 큰 격차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소득계층별로 2010년 소득 상위 20%의 상위권대 진학률이 하위 20%보다 5.4배 높았다는 '숫자'를 제시했다. 아울러 2018년 서울 출신 졸업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의 16%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선 32%를 차지한다는 현실을 통계로 뒷받침했다.
지역 격차를 다룬 한은 보고서는 지난 6월에도 있었다. 한은은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이라는 보고서에서 전국에 고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소수 거점도시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균형발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연구진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도 대도시에서 생산이나 고용 창출 효과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이전 기관이 10개 지역으로 흩어져 지역거점 형성 등의 목표달성이 제약됐다"며 "지역경제 부진의 경로의존성 탈피를 위해 거점도시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은이 농업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농업 특수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반박했다.
논쟁의 정점은 한은이 지난 3월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였다. 연구진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동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특히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거론한 부분은 논쟁 거리였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나 "정답은 아니지만 해결 방안의 하나로 한은이 보이스(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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