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서거일 ‘국가기념일 추진’ 전국 확산 시동
전태일 재단·광주 노동계 공동주최
시민 60여명 한페이지씩 이어 써
서울 첫 시작 후 내달 부산 등 계속

14일 오전 11시께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선 60여명의 시민들이 한 데 모여 원고지에 무언갈 쓰고 있었다.
야외인 데다 바람도 적잖게 불어 이들은 원고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한 팔로 꾹 누르거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방해꾼’을 등진 상태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또 원고지에 쓸 내용이 적힌 원본을 본 후 잠시 눈을 감고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처럼 글을 직접 옮겨보고 문장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이날 행사는 ‘전태일의 꿈, 필사로 잇다’였다.
노동절(5월1일)을 앞두고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부르짖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전태일 재단과 광주 지역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마련했다.
전태일은 1970년 11월13일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며 22세의 나이로 분신해 숨진 열사로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꾸려진 ‘11월13일 국가기념일 지정 전태일시민행동’과 전태일 재단은 지난달 4일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9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필사대회를 열 계획이다.
필사 대상은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으로 여기에는 그의 생애와 정신, 바람 등이 담겨 있다.
이날 필사의 대상은 평전 205페이지부터 275페이지까지였다. 사전 신청을 통해 5·18민주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각자 전달받은 페이지를 읽은 뒤 원고지에 옮겼다.
필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의 원고지를 머리 위로 들어 평전의 상당 부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광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작성된 필사 원고지는 서울 전태일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광주 지혜학교에 다니는 배성현(17)군은 “학교 수업에서 전태일 열사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 관심이 있었다”며 “공부했던 글을 직접 써보니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 파록 오마르(35)씨는 “전태일의 희생은 노동권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그는 노동자의 존엄과 공정한 노동 조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전태일시민행동과 전태일 재단은 열사가 서거한 11월13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는 데 각지에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다음 달 중 부산과 대구에서 필사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광주는 5·18 정신이 살아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전태일 정신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전태일 55주기를 맞아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11월13일을 ‘노동인권의 날(전태일의 날)’로 지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논의가 탄력을 받고 조속한 통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윤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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