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참사] ‘조류 충돌’ 동체 착륙, 179명 사망… 괌 참사 이후 최악(종합)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 중 활주로를 지나 공항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항공기가 전소하면서 탑승자 181명 중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숨졌다. 항공기 기체도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항공기 전소… 181명 중 2명만 생존
29일 국토교통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다. 175명 중 한국인은 173명, 태국인은 2명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종 179명으로 확인됐다. 2명이 구조됐다. 이로써 탑승자 전원의 생사가 확인됐다.
당국에 따르면 승객 175명 중 남성은 82명, 여성은 93명이다. 최연소 탑승객은 3세 남아이고, 최연장자는 78세 남성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9명), 40대(32명), 70대(24명), 30대(16명), 20대(10명), 10대(9명), 10세 미만(5명)이었다. 태국인 2명은 20대, 40대 여성이다.
구조된 생존자는 2명으로 남성 1명, 여성 1명이다. 이들은 모두 승무원으로, 떨어진 동체 꼬리에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남성 승무원 이모(33)씨는 목포 한국병원으로 후송됐다가 이대 서울병원으로 전원됐다. 여성 승무원 구모(25)씨도 목포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명 모두 의식은 뚜렷하다. 이들은 여객기 후미 쪽에서 승객 서비스를 맡았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임시안치소를 설치했다. 유가족 대기실은 무안공항 3층에 마련됐다. 전남도는 가족 단위로 전남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유가족들이 머물 공항 인근 숙소를 확보했다. 전남도는 무안스포츠파크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무안공항 정기편 취항 21일 만에 사고 발생
이번 사고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정기편 운항을 시작한지 21일 만에 발생했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제주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사고가 난 여객기는 일주일에 4번 방콕과 무안을 오갔다.
제주항공은 2018년 4월 무안공항에 첫 취항했으나 정기편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본 오사카,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등 3개 노선에 취항했다가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무안공항에서 17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선 정기편 운항이 시작되자 광주·전남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175명 중 41명(23.4%)은 A 지역 여행사 가 판매한 패키지 상품 고객이었다.
이 여행사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3박5일로 태국 방콕에 다녀오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다. 방콕에서 골프, 발 마사지, 선상(船上) 만찬 등을 경험하는 상품인데 가격은 1인당 140만원 정도라고 한다. 고객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알려졌다.
◇관제탑 ‘조류 충돌’ 경고→사고기 기장 “메이데이”→동체 착륙 시도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사고 직전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공항으로 접근하며 착륙을 준비하던 중 200m 상공에서 새떼와 충돌해 오른쪽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A씨도 무안공항에서 기다리던 가족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하고 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구조된 승무원 중 1명은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는 목격담을 구조대에 남겼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쯤 사고 여객기에 착륙 허가를 내렸고 오전 8시57분쯤 조류 이동(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했다.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복행(Go Arount)했다. 이후 오전 8시59분쯤 사고 항공기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선언을 했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오전 9시3분쯤 활주로를 지나쳐 공항 외벽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사고기는 활주로의 01방향(10도)으로 착륙하려 했으나, 메이데이 선언 1분 뒤 반대편인 19방향(190도)으로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관제탑에서 복행하지 않고 19방향으로 착륙하도록 허가했다”며 “조종사가 수용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치고 담벼락까지 충돌했다”고 밝혔다.

◇2년 전 F-35A 전투기 조류 충돌 때에도 랜딩기어 안 내려와
조류 충돌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의문은 남는다. 조류가 충돌해 엔진이 제 기능을 못하더라도 엔진 2개 중 하나는 살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랜딩기어 관련 유압장치가 고장이 났더라도 비상장치가 있어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2022년 1월 청주공항을 이륙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조류 충돌로 동체 착륙했을 때에도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다. 당시 독수리가 좌측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갔고, 랜딩기어는 3개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2800m인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았던 게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공항 활주로는 4000m 1개, 3750m 3개이고, 김포공항 활주로 2개는 3600m, 3200m이다. 김해공항에는 3200m, 2744m 활주로 2개가 놓여 있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는 3180m, 1900m 2개다. 다만 대구공항(2755m, 2744m 2개), 청주공항(2744m)보다는 길다. 국토교통부는 활주로 길이는 사고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의 비행시간은 기장이 6823시간, 부기장은 1650시간으로 파악됐다. 기장은 2019년 3월, 부기장은 2023년 2월 사고기 조종을 맡았다. 항공당국은 흔히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를 수거해 조사 중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최악 항공사고…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3번째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중에서 가장 인명피해가 많은 사고로 기록되게 됐다. 2002년 중국 국제항공 B767-200 여객기가 경남 김해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선회접근 중 돛대에 추락 후 전소해 129명이 사망하고 37명의 중상자가 발생한 사고 이후로도 최대 규모 피해다. 전남권에서는 1993년 아시아나항공 OZ733편 여객기가 목포공항에 착륙하려다 해남 야산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68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세 번째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1983년 구소련 캄차카 근해에서 대한항공 007편이 격추당해 승무원과 승객 269명이 사망한 것이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사고다. 이어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이 미국 괌 공항에 착륙하려다 인근 밀림지대에 추락해 225명이 숨지고 26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세 번째로 피해가 큰 사고는 1987년 대한항공 858편 여객기가 인도양 버마 상공에서 폭탄 테러로 추락해 115명이 숨진 일명 ‘KAL기 폭파 사건’이었다. 이번 사고는 이 사건보다 인명피해가 크다.
제주항공은 2006년 6월 5일 제주~김포 노선에 첫 취항한 후 18년 만에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탑승객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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