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운용, 월덱스 이사 보수안 제동…분할 상정 '꼼수' 지적도

배종식 월덱스 대표이사. / 제공=월덱스

반도체 부품사인 월덱스가 주주들의 반대로 좌초됐던 이사 보수 한도액 상향에 재도전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2대 주주 VIP자산운용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쪼개기' 상정, 의결권 제한 최소화 노렸나

월덱스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이사 보수 규정 제정의 건'을 다시 올리기 위해 이달 29일 임시 주총을 열 예정이다. 4인의 이사 보수 한도를 총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확대하는 의안으로, 지난 주총에서 상정된 안과 똑같은 내용이다.

또 한 번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플랜 B' 성격의 2호 안건도 준비했다. 이사별로 보수 한도를 승인받는 건이다. 세부적으로는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사외 이사의 보수 한도를 총 50억원(2-1 안건), 대표이사 보수 한도는 20억원(2-2 안건)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배종식 월덱스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 15억원 이상을 지급받았다. 배 대표는 최대주주이며, 그의 두 아들도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하지만 플랜 B마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사 보수와 관련한 건은 특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사항인 만큼, '쪼개기 상정'으로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정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건에 대해선 해당 이사의 의결권만 제한돼서다.

자본시장에서는 이해 상충 사안에서 소수 주주를 배제하는 행태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본인 뿐만 아니라 아들들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건으로, 증여 성격도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주총을 지방(구미) 소재 본사에서 개최하는데 전자 투표제는 배제한 점 역시 소수 주주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짚었다.

상법 전문 변호사도 "이 정도면 주주의 이야기를 하나도 안 듣겠다, 하던대로 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월덱스, '투명성 제고' 내세워 정면 반박

월덱스는 의결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할 상정을 택했다는 분석을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이는 주식회사의 의무를 지키고 보다 선진적인 조직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의도라고 역설하고 있다

월덱스 측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을 분할 상정해도 무방하다는 법률 검토를 받았다"며 "무엇보다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사 보수 한도가 총액으로 묶여 있을 때에는 전체 중 얼마가 대표에게 돌아가는지, 나머지 이사들은 얼마를 가져가는지 등 주주들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 반면 이사 보수 한도를 나눠 설정하면 대표의 독식을 방지하는 한편, 성과에 비례해 어느 정도의 보수를 요구하고 있는지 주주들에게 명확히 공개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의 분할 상정은 보수 수취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월덱스 관계자는 "2~3개월간 보수 지급이 지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최대한 승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장치"라 말했다. 즉,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월덱스 측은 정기 주총 당시 부결됐음에도 80억원의 한도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정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주총에서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며, 이사 보수와 퇴직금에 대한 정관이 바뀐 상태다. 이사 보수 한도는 '임원 보수 규정'에 의해 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임원 보수 규정은 정관에 따로 기재하진 않지만, 해당 규정에 의거하면 이사 보수 한도를 80억원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게 월덱스 설명이다.

월덱스 관계자는 "향후 양질의 인재를 등용해 이사진을 보강하는 것을 감안하면 보수 한도 상향은 불가피했다"고 부연했다.

VIP운용, 또 한 번 브레이크 건다

VIP운용은 이사 보수 상향 건은 물론이고 분할 승인 건에 대해서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총 때에는 이사 보수가 과한 수준인 반면, 주주 환원에는 극히 인색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번 주 중 주주 서한을 통해 이사 보수 한도 상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소통으로 풀어 나간다는 온건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덱스의 입장대로 현행법상 이사 보수 승인 건의 분리 상정을 문제시할 만한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의결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법조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은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적 없는 등 관심이 크지는 않은 분위기다.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판례가 정한 의결권 제한 범위가 제한적이기에 각종 꼼수가 있는 상황"이라며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지배 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거래 등에서 이해 상충을 해소하고 일반 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에 소수 주주 다수결(MoM) 제도 신설 혹은 상법 제368조 3항(특별 이해관계인 조항)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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