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人열전]⑤해외가 인정하는 삼성물산의 ‘공항 공사’ 노하우... 권장혁 다카 공항 현장소장

이미호 기자 2023. 2.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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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방글라데시 국제공항 토목공사 책임자
”항공기 오가는데 공사... 안전 최우선”
싱가포르 창이 공항 부지, 바다 메워 매립

“라면 끓여 보셨죠? 라면을 끓이는 것 자체는 사실 엄청난 기술은 아니에요. 한 두번 해 본 사람이라면 할 수 있죠. 맛도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아요. 그런데 만약 ‘라면 1000개를 30분만에 끓여라’라고 한다면? 그럼 얘기가 달라지죠. 이른바 ‘양적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즉 준비부터 완전히 다르게 해야죠. 초반에 계획을 잘 잡아야 합니다. 공항 토목 공사는 워낙 부지가 넓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양적인 면에서 생각을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해요.”

2021년 2월 당시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의 현장 모습(항공 사진)/삼성물산 제공

권장혁 삼성물산 현장소장(57)이 ‘공항 공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계기는 입사 5년차인 1998년, 싱가포르 창이 공항 부지 매립공사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부지 매립공사는 바다를 메워 지반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으로 업계에선 난(難)공사로 통한다. 해당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권 소장은 활주로 확장 공사까지 맡으면서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 권 소장은 17억6620만달러(한화 약 2조2519억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공항 토목공사(civil)를 책임지고 있다. 해당 공사는 방글라데시 공항청(CAAB)이 발주했다. 2020년 4월 7일 착공해 오는 2024년 4월 6일 준공 예정이다. 수도 다카에 있는 국제 공항 내 주차장과 카고(Cargo) 터미널, 소방서 등 14개 동을 신축하고 계류장과 유도로 등 포장공사와 고가도로 등을 설치하는 ‘메가톤급 공사’다. 전체 공사금액 18억2820만달러 가운데 17억6620만달러를 삼성물산이 맡고 있다. 거대한 물량의 공사를 정해진 기간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고 없이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한국에 잠시 휴가를 나온 권 소장을 삼성생명 서초사옥 내 삼성물산 사무실에서 만났다.

-공항 토목 공사는 무엇을 말하나.

“현재 진행중인 다카 공항을 예로 들겠다. 공항 공사는 터미널 공사, 카고(물류창고) 공사, 토목 공사, 설비 및 전기(M&E) 공사로 나뉜다. 제가 맡고 있는 토목 공사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직선 구간), 활주로에서 계류장까지 이어지는 유도로인 ‘택시 웨이(taxi way)’ 등을 새로 만들거나 추가하거나 확대하는 작업을 말한다. 인천공항이나 싱가포르 공항처럼 좋은 평가를 받는 공항들은 10~15분 안에 항공기가 빠져나가게 운영을 한다. 동선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효율성을 살리는 이른바 ‘동선의 최적화’ 작업이 공항 토목 공사의 핵심이다.”

-일반 토목공사와 다른 점은.

“공항 공사에는 토목공학의 기초적 기술이 모두 들어간다. 관련 기술이 집적된 총합이라고 할까. 또 공사 규모 자체가 매우 크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지하철이나 도로 공사는, 구간별로 나눠서 발주한다. 하지만 공항은 쉽게 말해 ‘통째로 발주하고 통째로 수주’한다. 공사 규모 자체가 지하철이나 도로공사의 10배 정도 된다.”

-다카 공항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비행기가 착륙을 재빨리 해야 하고 제때 이륙하기 위해서는 동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공사는 택시 웨이 2개를 추가하고 기존 계류장을 확장해서 비행기가 37대 정도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가 맡은 부분은 아니지만 제3터미널 신축 공사도 한다. 다카 공항에 김포공항만한 터미널이 2개 있는데 크기가 작아서 제3터미널을 짓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이동 중인 비행기와 공사 현장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완전히 새롭게 공항을 짓는 경우엔 비행기가 아예 없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그런데 추가하거나 확장하는 경우엔 위험도가 높다. 운항 중인 비행기와 인터페이스(공간)을 둬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카 공항 내에 자재를 적재한 공사 차량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또 사고가 한번 나면 손실액 자체가 크다.”

권장혁 현장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내 삼성물산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이미호 기자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겠다.

“예를 들면 공사 차량이 안전하게 건너 다니는 방법을 발주처인 방글라데시 정부(공항청)이 아니라 우리가 제시했다. 흙이나 돌멩이 같은 외부이물질(FOD)이 떨어지면 비행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기 쉬다. 그러면 매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행기 엔진이 망가지면 손해액이 천문학적이다. 그래서 덤프트럭 대기 노선과 세차 시설을 별도로 만들었다. 트럭 운전기사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차량을 깨끗하게 만들고 비행기가 안 올 때 정확한 관리 하에서 한꺼번에 지나가도록 했다.”

-악조건이다.

“대기중인 트럭들이 있다고 하자. 재빠르게 바퀴부터 차체까지 깨끗하게 닦고, 다 같이 함께 출발시킨다. 10대가 두 줄, 즉 20대 정도가 ‘우르르’ 건너와서 청소하고 다시 ‘우르르’ 건너가고 하는 식이다. 트럭 기사들이 쓰는 은어 중 ‘탕 뛰기’라는 말이 있다. 급여를 월급제로 받지 않고 건별로 받는다. 트럭 기사들이 과속을 하거나 난폭 운전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빨리 달려서 한 번이라도 더 가는게 돈을 더 벌기 때문에 오랫동안 대기하는 것을 못 참는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지 운전기사들을 관리하는 ‘교육 인력’도 우리가 별도 채용해서 준비를 시켰다.”

-단순히 공사만 한다고 하면 억울하시겠다.(웃음)

“사실 방글라데시 뿐만 아니라 다수의 개발도상국은 위험한 상황을 ‘위험하다’고 인지하지 못한다. 특히 공항 공사는 안전관리가 필수적이라 발주처에서 이른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요청이 왔다. 건설사가 전체 공사의 기획부터 인력 관리까지 모든 사항에 대해 총체적 컨설팅을 하게 된 셈이다. 트럭 대기 노선을 만들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발주처에서는 ‘비행기 안 올 때 건너가면 되지’ 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번의 사고가 매우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봐서, 하나하나 시스템을 만들고 제안했다.”

-신뢰가 쌓여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다. 발주처측에선 처음에 의심도 많았다. 처음엔 발주처 내부적으로도 소통이 원활히 안 되고 있어서 어려움이 컸다. 공사를 하기 위해선 현재 공항 자체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운영팀의 설명이 필요한데, 현지 새로운 프로젝트팀에게 설명이 충분히 안 됐다. 그래서 우리가 ‘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진행 상황을 양측에 전달하면서 동시에 공사에 필요한 정보도 얻었다. 심지어 비행기 이착륙이나 노선 때문에 관제탑과 수시로 대화해야 하는데, 내부 전달 체계가 없어서 직접 소통했다.

2020년 6월,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사람이 권장혁 소장이다./사진제공=삼성물산

-공사 현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제일 큰 변수는 비다. 활주로나 택시웨이, 계류장 모두 항공기 하중을 견딜 정도의 단단함이 있어야 한다. 비행기가 이착륙을 할 때 받는 충격은 매우 크다. 이 충격을 흡수하려면 땅의 두께가 어마어마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굴착을 하는 양도 많고 층층이 다져서 올라와야 하는 흙의 양 자체도 많아진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착공 전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 장마라는 기간은 어김없이 온다. 그 기간에는 공사를 못한다.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흙이 진흙이 된다. 한 마디로 물컹물컹지는데, 물을 빼내는게 쉽지 않다. 따라서 우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경험과 노하우가 뒷받침 돼야 한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부지도 매립했다.

“바다를 메워서 구축한 지반은 유독 안정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해당 공사는 1999년 7월 작업을 시작해서 2005년에 마무리됐다. 땅만 다져놓는 작업이었다. 당시 저는 주니어였는데 해당 부지 용도를 두고 말이 많았다. 리조트가 되거나 공항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때 PVD(Prefabricated Vertical Drain, 연약점토 지반을 압축 처리하는 배수재 공법) 기법을 사용했다. 바다를 메울 때 모래를 막 붓는다고 해서 단단해지지 않는다. 매립을 하고 나서 얼마나 얼마나 빠르게 지반을 단단하게 만들 것인지가 관건인데, 특정 자재를 이용해서 수분을 빼는 방식이다. 섬유질로 된 자재를 연약한 지반층에 수직으로 일정 간격을 두고 수천개 정도 설치를 한다. 그게 일종의 통로가 돼서 물이 빠져나온다. 창이 공항 공사는 매립공사를 마친 뒤 10년 후에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항 공사 수요가 늘고 있다.

“공항 공사는 우리나라 토목 기술이 해외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항을 이용하길 원한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항의 활용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항 공사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항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공사가 이뤄진다.

우리 나라 인천공항의 우수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건설사의 공항 공사 기술은 전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다. 특히 공항 공사는 국가발전 정도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례를 수행한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공항을 완전히 새롭게 지은 경험(몽골 국제공항), 활주로 등 기존 시설을 확장한 경험(홍콩 국제공항, 대만 차오위안 공항) 등을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활주로 지반 공사 현장 모습/제공=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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