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만 있는 줄 알았죠?" 부채꼴 주상절리 품은 무료 해안 트레킹길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경주라 하면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천년 고도의 문화유산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바다를 향해 눈길을 돌리면, 상상조차 못 했던 또 다른 장관이 기다린다.

수십 년간 군사 구역으로 가려져 있던 해안이 열리자, 그 안에서 수천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주상절리 군락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파도가 깎아낸 절벽 아래, 부채처럼 펼쳐지고 장작더미처럼 누운 돌기둥은 경주의 숨겨진 보물, 양남 주상절리군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부채꼴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약 1.7km 해안선에 걸쳐 이어진다. 한때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된 군사경계구역이었으나, 군부대 철수 이후 개방되며 2012년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되었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며 갈라져 형성된 돌기둥이다. 대부분 수직 형태로 서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에서는 상식을 깨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부채꼴 주상절리는 방사형으로 냉각된 용암이 펼쳐지며 형성된 세계적으로 희귀한 구조다.

여기에 장작더미처럼 가로로 누운 와상 주상절리, 비스듬히 기울어진 경사 주상절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주상절리 박물관’이라 불릴 만한 다양함을 보여준다.

특히 부채꼴 주상절리 앞에 서면, 자연이 거대한 붓으로 그려낸 추상화 같은 광경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파도소리길

파도소리길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파도소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밑으로는 검은 현무암이 이어지고, 때로는 몽돌 해변이 나타나며 단조롭지 않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길 중간에는 출렁다리와 어촌 마을 벽화 같은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있어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좋다.

부채꼴 주상절리 / 사진=경북나드리 이재락

특히 신생대 제3기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만든 주상절리들은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지구의 산 증인이다.

수천만 년 전 대자연의 흔적이 오늘날까지도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지며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이 길을 걷는 것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지질학의 한 장을 직접 체험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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