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플랫폼 전반의 성장 둔화 속에서 에이블리가 객단가 경쟁이 아닌 ‘구매 빈도’를 선택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의류 중심 거래 구조의 한계를 저단가·고빈도 소비재인 푸드 카테고리로 보완해 플랫폼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푸드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0%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월 최대 거래액을 기록한 데 이어, 연말 디저트 수요가 집중된 12월에도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문 수와 주문 고객 수는 각각 45% 늘었고 푸드 상품을 처음 구매한 신규 고객 수도 33% 증가했다.
앞서 에이블리는 2022년 10월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푸드 카테고리를 론칭했다. SNS 인기 디저트와 식단관리 상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2023년과 2024년을 거치며 주문 수와 재구매율이 꾸준히 늘어났고, 최근 SNS 트렌드 상품이 잇따라 흥행하며 푸드 카테고리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에이블리의 푸드 전략은 동종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무신사가 뷰티, 29CM가 고가 리빙을 중심으로 객단가(ARPU)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에이블리는 저단가·고빈도 소비재인 디저트를 통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접속 빈도를 높이는 구조를 선택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에이블리 내 두바이쫀득쿠키 검색량은 한 달 만에 507배 이상 급증하며 트래픽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블리의 거래액은 전년보다 10%가량 증가한 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선택은 외부 경쟁 환경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쉬인(Shein) 등 C-커머스가 초저가 의류로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10대·20대가 선호하는 국내 디저트는 지역 맛집 중심의 브랜드 구성과 빠른 트렌드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는 해외 플랫폼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힘든 영역으로 단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대체하기 힘든 카테고리라는 점에서다.
이 같은 푸드 유입은 본업인 패션으로의 연결 고리 역할도 한다. 디저트 구매를 계기로 유입된 10·20대 이용자들이 앱 내 체류 과정에서 의류·패션 상품을 함께 둘러보는 흐름이 나타난다. 푸드 상품이 ‘첫 접점’ 역할을 하며 이후 추천 영역과 기획전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패션 카테고리로 이동하는 구조다. 단일 구매로 끝나기보다 플랫폼 전반을 탐색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에이블리의 푸드 전략은 불황기에도 SNS 인증이 가능한 디저트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MZ세대의 ‘스몰 럭셔리’ 소비 성향을 플랫폼 안으로 흡수한 결과다. 수천원대 디저트는 고가 의류에 비해 가격 부담은 적으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패션 플랫폼 입장에서는 낮은 진입 장벽으로 고객의 일상적인 접속과 반복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션 플랫폼 간 경쟁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다음 성장 동력은 카테고리 확장에 있다”며 “주 이용층인 10·20대 여성의 소비 성향과 맞닿은 디저트 카테고리를 선택해 접점을 넓힌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패션과 푸드는 직접적인 시너지가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동일한 고객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역 확장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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