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미국과 러시아가 극비 채널로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연결고리는 푸틴 대통령의 40년 지기였던 옛 동독 비밀경찰 출신 인물이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밀 협상의 핵심 인물은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출신 마티아스 바르니히다. 그는 1980년대 동독 드레스덴에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활동하던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에는 푸틴 대통령이 교통사고로 아내가 다치자 두 딸을 바르니히의 독일 집에 맡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핵전쟁 우려가 만든 채널"
비밀 채널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구축됐다. 미국 변호사 리처드 콘과 투자은행가 밥 포어스먼이 바르니히를 접촉했고,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 담당 선임국장이던 에릭 그린과도 연락했다. 그린은 콘을 통해 바르니히에게 백악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식 외교 라인이 멈춘 자리에서 민간 인맥이 통로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이스탄불 협상을 다시 꺼내들었다"
바르니히는 2022년 10월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난 뒤 협상 의사가 담긴 답변을 미국 측 인사들에게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4월 결렬된 이스탄불 평화협상을 토대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렬된 협상의 틀을 되살리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으로 거론된 셈이다.

"그란카나리아에서 만든 종전안"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도 접촉했다. 2023년 1월 스페인령 그란카나리아섬에 모여 러시아의 점령지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안전보장 방안 등을 담은 종전안을 마련했다. 바르니히는 푸틴 대통령이 해당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를 거부한 데다 미국 정부도 비밀 채널을 공식 승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은 무산됐다.

전쟁 초기 두 해 동안 공식 발표의 이면에서 다른 대화가 오갔다는 기록이다. 성사되지 못한 종전안의 조건은, 지금 논의되는 조건들과 얼마나 다를지를 되묻게 한다. (사진 출처=로이터·연합뉴스·데일리안·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