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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잔 센뇨지를 구경하고 다시 역으로 걸어 돌아온 일붕이... 하지만 후쿠오카 시내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 이유 첫째는 이토시마에서 찾아갈 2차 목적지가 있어서고, 둘째는...
이토시마에 오게 되거든 가보고 싶었던 식당이 있었기 때문...!!
레코드샵? 레게? 펑크와 히피스러움의 틀 안에서 꽤 자유분방하게 꾸며져 있었음. 술 마시러 오면 분위기 진짜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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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출신 오너가 차린 수프카레 집 <스페이스 스파이스>. 다양한 채소와 수프카레 특유의 은은하지만 확실한 카레 향은 일전의 행군에 대한 단기적인 체력 회복엔 발군이다.
너무 힘들기도 했고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음. 여기로 이사온 지 아직 5년도 안돼서 평점은 적은 편이지만, 동네에서는 입소문을 타서 꽤 모이고 있다고 함. 오너가 한국 여행 잡지에 본인 가게가 실린 걸 자랑하기도.
오너 부부는 멋지신 분들이었다... 토요일이었나 매주 공연도 따로 하고 있으심. 이토시마에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 놀러오다 보니 현지 한국인 단골들도 있고, 아무튼 엄청 호의적이셨음... 이토시마 시내로 오거든 꼭 가봐라
이토시마 시내에 대단한 볼거리는 없다. 뭔가 시간을 떼우고 싶어서 돌아다녀 봤는데 소득이 없네...
이토시마에서 시간까지 떼워가며 찾아갈 목적지는 바로... 이토시마와 가라쓰 사이에 있는 후쿠요시 강의 반딧불이 서식지다!!
뚱딴지같은 소리겠지만, 우리나라는 6월초 ~ 6월 중순, 일본의 경우는 5월말 ~ 6월초가 반딧불이 시즌이다. 이때는 마침 타이밍 맞게 6월초에 일본을 왔던지라, 반딧불이를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이토시마 근처에 있는 반딧불이 서식지를 찾아갈 생각인 것.
후쿠오카 현의 외곽에는 아직 미개발 산지가 많다 보니, 반딧불이 서식지가 조금 남아있는 편이다. 하카타 역(옥상)과 묘호지에는 초여름마다 반딧불이를 풀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시내에서도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음.
"그럼 그냥 하카타 역에서 보면 안됨? 님 병신임?" 할 수 있지만, 일단 병신이 맞을 뿐더러, 난 반딧불이를 서식지에서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시내에서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거임~
문제라면, 후쿠오카 시내에서 동쪽으로는 그나마 가까운 무나카타의 반딧불이 명소도 산 속에 있고, 그 너머로는 기타큐슈의 권역이라 당일치기로는 찾아가기 매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지도 가장 왼쪽에 있는 후쿠요시 강으로 가보기로 했음. 늦은 저녁인 8시 중후반부터 9시에 1시간 정도 활동하는 반딧불이들을 본 뒤에도 10시까지 막차가 있는 가라쓰선을 타면 하카타로 편하게 돌아갈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지쿠젠마에바루 역에서 후쿠요시 역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별 생각이 들었음. 후쿠요시에 있던 반딧불이 군락은 안 그래도 축소 중인 추세라서 2020년대 안에는 서식지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있었기 때문.
반딧불이는 참피와 가까운 멘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도 깨끗해야 하고, 먹이인 민물 조개나 복족류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거나, 주변 불빛이 조금이라도 밝아진다거나 하면 순식간에 서식지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서, 요즘 같이 개발이 끝나지 않는 시대에는 서식지의 보존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게 현실임.
후쿠요시역. 전형적인 후쿠오카의 베드타운이다. 다만 이토시마가 전체적으로 레저 스포츠로 인기 있는 만큼 바다가 예쁜 편인지라, 은퇴 휴양지로도 쓰이는 듯함.
아직 일몰까지도 좀 남았기 때문에 바다 구경부터 해보기로 함. 사실 바다 보러 나가기 전엔 할 거 없어서 일관갤에다가 할 거 없다고 30분 동안 징징거렸음...
사유지와 사유지 틈의 골목을 빠져나가면...
만조에 맞춰 잔뜩 거칠어진 바다가 나온다. 파도 모양이 뭔가 그림 같은 곳.
건너편에는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란 무인도, '하 섬'이 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반딧불이 서식지 근처에 자리잡은 목욕탕인 마무시탕으로 찾아가기로 결정. 뜨뜻하게 몸 담그고 해 딱 졌을 때 시원하게 바람 쐬며 반딧불이 찾으면 크~
뭔가 정말 시골다운, 만화스러운 길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정.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마무시탕.
뱀에게 물린 독도 치료한다는 전설이 있어서 '마무시' 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만 물 자체는 인근의 니조다케에서 흐르는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전형적인 슈퍼센토다. 뱀이 마스코트인건 인상깊음.
대형 목욕탕들의 특징은 신발을 출입하면서 먼저 신발장에 넣고, 신발 키를 보증 삼아서 옷장 키를 받아 탕에 들어간다는 점? 슈퍼센토는 처음이어서 좀 헤멨는데 아주 친절했다.
탕 사진은 찍은게 없어 보여줄 수도 없는게 아쉬운데, 노천탕이 진짜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음. 푸른 하늘과 녹빛 골짜기 아래서 초여름이 됐음에도 아직 미련 남은 봄바람을 맞는게 너무 좋았다.
어차피 근처에 편의점도 식당도 없으니 슈퍼센토의 특징인 식당도 이용해주자. 맛은 평범하지만, 반딧불이 보겠다고 뛰댕길 때 도움이 될 거다.
우리도 가족끼리 목욕탕에 가는 것에 대한 추억은 있는 편이지만, 일본의 가정에서 집에서 떨어진 곳의 슈퍼 센토로 다 같이 놀러가는 그런 날은 나름대로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고 함...
어차피 여행을 따라올만한 실력이 되는 친구가 없어서 혼여는 익숙했지만, 뭔가 묘한 외로움을 느꼈다. 어쩌면 여기 때문에 8월에 벳푸로 가족여행 가는 걸 밀어붙였을 지도.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후쿠요시의 민가. 물도 깨끗하고 가로등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걸로 보면 반딧불이가 서식할만한 환경이긴 하다.
동네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온 마무시탕. 마무시탕에서 논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 나름 반딧불이 명소가 마련되어 있다.
새까매진 후쿠요시. 근데 반딧불이는 어디...??
데뎃? 오마에가 전부인데스? 미도리쨩은 어디가고 장녀챠 혼자만 온데스?
그렇다. 사실 반딧불이는 환경/먹이/조명/수질뿐만 아니라 날씨에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랄맞은 분충들이라, 전날에 비가 온 탓에 바람도 불안정한게 첫번째 이유요, 날개를 말려야할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두번째 이유라 일정을 취소했던 거다!!
터덜터덜 실패의 쓴맛을 입에 품고 돌아가는 일붕이. 이때의 쓴맛은 정말 썼다. 나이에 맞지 않는 동심을 품고 이토시마 구석까지 왔건만, 신은 애른이에겐 쉽게 기회를 주지 않는 듯하다...
일단 내일도 날씨가 맑을 거라니깐 다시 도전해보자. 이미 살아오면서 반딧불이 탐방에 실패한 기억이 있어서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었음...
그렇게 다시 이토시마로 찾아온 다음 날.
바람 하나 안 부는 맑은 날. 오늘은 기필코 보고 말 것이다...
일본에 오면 매번 느끼지만,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 낚시가 주인공의 취미 중 하나인 건, 일본에선 낚시가 꽤 보편화된 취미라서 그런걸까?
뭔가 낚시가 한국에선 바다 좋아하는 젊은이나 짠내 베인 아재들의 취미같은 인식이 있잖음. 근데 (거의 남자 뿐인건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취미로 가볍게라도 낚시를 하는 인구가 좀 있는 것 같은?
후타미가우라토리이. 저 바위가 본체라는 걸 모르는 관광객들도 있지 않을까?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진짜 많았다.
(신성한) 돌덩이 앞에 놓인 장식물을 보려고 이렇게 사람이 찾아오는 걸 보면, 사진은 철학적인 개념으로도 인간의 인생관을 완전히 바꿔놓은 발명품에 껴줘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이제 날이 저문다... 드디어 10년간 반딧불이를 못 본 설욕의 기회가 온 것임...
한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뭔가 거울 같은 논밭을 보고 싶다면 초여름에 찾아가자. 사진이 기막히게 나온다.
그렇게 다시 어제의 마무시탕으로 찾아가는 중...인데
오잉? 벌써(7시 45분) 반딧불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어제는 그냥 날기 싫었던 거구나 얘들아...
근데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는 많이 날아다니기는 했는데(한 번에 10마리 정도는 날아다님)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고, 직접 환경을 보니까 군락이 곧 사라질 거라는 관측도 이해가 갔음.
강 하구에는 물을 말 그대로 똥물로 바꿔주는 외양간이 들어섰고, 강 상류에는 202번 국도를 지나다니는 자동차와 가로등이 존나게 밝았어서, 정말 후쿠요시 뒷산 기슭의 짧은 구간에 반딧불이들이 갇힌 꼴이었던 거다... 오래 가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은 확실했음.
마무시탕에는 반딧불이를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족 여행객들과 대포 카메라로 무장한 오타쿠들이 20명은 찾아옴. 이때가 후쿠요시의 연간 최대 관광 시즌이 아닐까 감히 예상해본다.
어제는 어떻게 반딧불이들이 안 날아다닐 걸 알고 안 찾아온걸까?
은은하게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짧게 활공하다가도 다시 착지해서 쉬고. 8시부터 10시 정도의 짧은 시간을 참 바쁘게도 활용한다.
근데 가족 여행객들이 자꾸 채집하는 걸 보니까 역시 이 서식지는 좆된 것 같다. 채집통이 다닥다닥 빛나고 있는거 보고 내 감동 다 사라짐...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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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의 힙스팟 방문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