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더 레드 팬스티벌'을 가다
살면서 큰 에너지를 받았던 순간이 있습니다.
때는 2019년 1월 14일, 장소는 예스 24 라이브홀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걸그룹 여자친구의 컴백 쇼케이스의 사회를 맡았습니다.
회사에서 허락을 해주셔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죠.
사실 이 시기에 걸그룹 여자친구의 팬덤인 버디는 저를 명예버디라고 치켜올려주기도 했었는데 제가 이름만 명예버디였지 뭔가 버디로서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날. 저는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향해 뿜어내는 팬들의 에너지에 깊은 감명을 받고 또 그 에너지에 저까지 제대로 충전이 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날 여자친구와 함께 찍었던 사진은 지금까지도 제 자랑 중 하나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시즌의 프리뷰를 놓고 당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하던 류효상 편집장과 통화를 하게 됐는데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드디어! 팬의 마음을 알았어요. 더 좋은 중계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저는 팬의 마음이 엄청난 에너지가 돼서 아티스트에게 전달이 된다는 것을 제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무언가의 팬이었던 기억이 너무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너무 희미했어요. 팬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말이죠.
저는 그동안 항상 팬들과 같은 방향에서 무대(혹은 그라운드)를 바라봤지 아티스트(혹은 선수)의 입장에서 팬을 바라봤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공개홀이었지만 거기서 여자친구라는 아티스트를 향해 뿜어내는 버디들의 에너지에 깜짝 놀랐던 거죠.
그게 벌써 5년이 됐습니다. 그 사이 걸그룹 여자친구는 흩어졌고(물론 내년 1월 재결합 소식은 저도 접했습니다.), 그 당시 쇼케이스의 기억도 이제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즈음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팬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지난 11월 3일, 롯데 자이언츠의 팬 감사 페스티벌인 '더 레드 팬스티벌'의 사회를 맡게 된 것입니다.
이 행사는 수도권 이외 연고 구단 최초로 총 관중 30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자축하고 그간 무한애정을 쏟아준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미의 행사였습니다.
행사는 저녁 6시 정각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 때문에 오후 1시 정도에 사직야구장에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벌써부터 야구장 앞 광장이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사 시작까지 5시간이나 남아있었는데 말이죠.
행사 주최 측에서는 리허설부터 아주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사실 저는 주로 생방송을 하는 사람인지라 라이브 상황이 재밌어서 그런지 리허설을 한 번 하고 행사를 진행할 경우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리허설 때부터 너무 놀라운 상황들을 연속해서 접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특히 서동욱 선수와 신윤후 선수는 리허설 때부터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리허설을 마치고 남는 시간 동안 식사를 마치고 대기를 하면서 김태형 감독과 박준혁 단장을 연달아 만나면서 이 행사의 의미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준혁 단장은
“(팬스티벌을 찾아온 2만 명의 팬들) 놀라셨죠? 이런 팬들이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아야 합니다. 이런 팬들의 열정과 사랑을 선수들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본 행사 30분 전, 무대 뒤에 도착해서 팬들을 바라봤습니다.
무대 위에는 DJ 아스터가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를 연이어 디제잉하면서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저는 5년 전에 무대 위에서 느꼈던 그 순수한 에너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함께 진행을 했던 신예원 아나운서는 이 장관을 보면서
“워터 밤 페스티벌 갈 필요가 없겠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18:00부터 본 행사 레드 팬스티벌이 시작됐습니다.
저와 신예원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끼바이벌은 선수들이 한 달 동안 준비한 춤과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행사 직전 교육리그 연수를 가있는 이민석, 정현수 선수와 프리미어 12에 참가한 윤동희, 나승엽 선수는 영상으로 팬들과 먼저 인사를 나눴습니다.
김태형 감독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못하면 바로 끊어버릴 거야.”
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했던 김태형 감독은 8팀의 공연을 모두 끝까지 흐뭇하게 지켜봤습니다.
특히, 리허설 때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던 서동욱, 신윤후 선수의 무대는 대단했습니다. 또 복면가왕 출신 최준용 선수의 가창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죠.
저희 사회자의 임무는 끼바이벌까지였습니다.
이후 공연의 첫 팀이었던 프로미스 나인이 무대에 오르고, 열광하는 팬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사직야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이후 몇몇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은 몰랐다. 정말 놀랐다”
며 다들 놀라는 눈치였고
“팬 여러분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엄청났다.”
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곁에서 볼 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는 중앙 무대와 돌출되어 있는 센터스테이지로 구분이 되어있었는데, 선수들이 센터스테이지로 나가면 환호성이 더 커지고, 그에 따라 선수들도 무대에서 더 격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봤습니다.
팬들의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직접 전달이 되면서 선수들도 그에 반응한 것이죠.
박준혁 단장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팬들이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아야 합니다.”
팬들의 에너지를 직접 느낀 선수들이 올 겨울 어떤 준비과정을 거쳐서 2025 시즌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해진 ‘2024 레드 팬스티벌’의 현장이었습니다.
행사 당시 FA 자격이었던 김원중, 구승민 선수가 참가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김원중 선수의 말끔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을 보면서 만약 김원중 선수가 만약 그 무대에 올라왔다면 어떤 반응이었을지가 정말 궁금하더군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