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위니 "초대형 단일 메타버스 지향...에픽게임즈도 경쟁자로 나설 것"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4일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언리얼 페스트 2023'에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첫날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의 개회사에 이어 기조연설을 진행한 팀 스위니 대표는, 곧바로 이어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에픽게임즈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변했다. 언리얼 엔진부터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스토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핵심은 '메타버스'였다.
팀 스위니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과 인터뷰에서 에픽게임즈가 지향하는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가상화폐 판매에 악용되던 기존의 메타버스와 달리, 에픽게임즈는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메타버스를 지향한다. 메타버스의 흥미로운 지점이 곧 메타버스 그 자체를 정의하며, 지금 시점에서 재미를 증명한 것은 NFT도, VR도 아닌 게임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그리고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 메타버스의 기반이다. 지난 3월 베타 버전을 출시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nreal Editor For fortNite, UEFN)'가 대표적이다. UEFN은 크리에이터들이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포트나이트에 콘텐츠를 제작하고 퍼블리싱하는 새로운 언리얼 에디터다. 여기에 메타버스를 위해 고안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벌스(Verse)', 사용하는 에셋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마켓플레이스 '팹(Fab)'이나 UEFN을 통해 배포한 콘텐츠의 참여도에 따라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얻는 '참여기반 수익금' 등의 지원책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을 UEFN으로 이끌고 있다.
포트나이트에서 진행한 수많은 콜라보레이션도 그 일환이다. 기업이 포트나이트를 통해 제품과 브랜드를 고객에게 직접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언리얼 엔진의 리얼타임 3D 기술과 앞서 소개한 UEFN이 큰 역할을 한다. 페라리가 슈퍼카를 포트나이트에 그대로 구현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 에픽게임즈와 지분 교환을 한 3D 패션 디자인 소프트웨어 '클로(CLO)'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는 게 팀 스위니 대표의 설명이다.
에픽게임즈는 메타버스 게임의 화두가 되는 경제 시스템 공유도 포트나이트에서 준비 중이다. 팀 스위니 대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한 번의 구매로 콘텐츠를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크로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처럼, 포트나이트를 통해 각기 다른 파일 포멧, 콘텐츠 퀄리티, 이용 등급, 결제 시스템 등을 통합하고 한 번 구입으로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오픈 메타버스'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에픽게임즈의 최종 지향점은 오픈 메타버스로 모든 사람을 연결하면서, 수많은 메타버스를 통합한 단일 메타버스의 구현이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메타버스간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사람들도 어디든 함께 이동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한 번만 구매하면 모든 곳에서 활용 가능하니 경제적인 효과도 커진다.
에픽게임즈 역시 그 안에서 다른 기업과 경쟁하는 입장에 선다는 계획이다. 스탠다드를 관리하는 위원회는 필요하겠지만, 각자 게임 경험에 대해서는 각자 통제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열어주고, 에픽게임즈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여러 시장에 참여해 동급의 회사와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월드 와이드 웹(WWW)을 창안해 이를 무료로 공개하고 인터넷 대중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한 팀 버너스리처럼, 팀 스위니 대표도 오픈 메타버스를 통해 메타버스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지향하는 바가 '오픈 인터넷'과 같다고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편, 에픽게임즈는 메타버스를 지향하면서도 최근 화두가 되는 생성형 AI 적용 의사가 없음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팀 스위니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개발사이자 엔진 개발사로서의 역사를 걸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 온 역사로 메타버스 개발의 최전선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반면, AI는 우리보다 잘 하는 회사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메타버스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생성형 AI는 기존 기술에 비해 가치가 있지만, 관련 우려가 굉장히 많다. 타인의 작업물을 적절한 보상이나 권리 인정 없이 가져다 쓰는 게 특히나 문제다.
그리고 생성형 AI가 텍스트, 이미지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생성형 AI가 두각을 보이는 텍스트, 이미지 분야는 지난 30년 간의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이제야 소비 기술로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게임 콘텐츠 개발에 활용하기에는 기초적인 기술 연구가 부족해 근시일 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지 않는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며, 기초 연구의 성숙도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할 거다."
요약하면 '에픽게임즈가 AI보다 메타버스에 특화되어 있고, 생성형 AI는 게임 콘텐츠 개발에 쓰기엔 시기상조다.'로, 에픽게임즈의 메타버스가 단순히 유행을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에픽게임즈의 메타버스를 우리가 직접 만나는 건 좀 더 나중의 일이 될 것 같다. 팀 스위니 대표도 2030년은 되어야 메타버스 근처에 올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당장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다양한 분야의 기술 발전과 함께 완성되어가는 에픽게임즈의 메타버스를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