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였던 기아를 단숨에 국내 준중형차 시장 2위로 만든 차

선대 쎄라토가 단정하긴 하지만 동시에 개성 없는 디자인으로 이렇다 할 색깔을 가지지 못한 것에 반해 당시 유행으로 엣지있게 디자인된 포르테는 이름처럼 강한 인상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의 기아를 단박에 각인시켰습니다. 예전에 재밌게 본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간접광고로 출연했던 게 떠오르는데 드라마 주제와도 잘 어울리는 이름에 강렬한 컬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서자 취급을 받으며 희미해져갔던 쎄라토의 설움을 달래주듯 빼어난 디자인에 아반떼를 능가하는 상품성을 갖춰 판매량은 그야말로 폭풍성장, 꼴찌였던 기아를 단숨에 국내 준중형차 시장 2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물론 1위 아반떼가 세워놓은 요새는 무너질 기미가 안보였지만요.

해외에서도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주력시장인 북미에서는 '저가차'의 이미지가 뿌리깊게 박혀 있던 기존 '스펙트라' 대신 새 이름 포르테로 선보이면서 매력적인 디자인에 가성비 좋은 소형차로 호평 받았고 판매량도 증가했죠.

특히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 여러번의 상품성 보강을 거친 뒤 '2세대 K3'가 출시된 오늘날까지도 신차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후 아시다시피 국내에서는 후속으로 등장한 K3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2012년 단종됐어요. 쿱과 해치백은 각각 후속 모델인 'K3 쿱'과 '유로'가 등장하기 전까지 병행판매가 이루어졌죠.

한편, 출시 이후 몇몇 문제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백두혈통도 아버지 눈치는 봐야 했기 때문일까요? 체감이 될 정도로 원가 절감이 이루어지면서 연식이 쌓일수록 내장재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지거나 차체 곳곳 부식이 일어나는 건 예사였고, 문짝을 닫을 때 나는 빈 깡통 같은 소리가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느껴져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했는데, 이런 느낌은 곧 충돌 안전 테스트에서 사실로 드러나 예비 고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경쟁차인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와 비교하면 좀 심할 정도였어요.

2010년형 후기형 모델부터 일부 설계를 보강해 좋은 점수를 확보했지만, 이미 '휴지테'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후였고 수치적인 안전성을 확보했을지언정 심리적인 안정감까지는 주지 못했죠.

파워트레인은 오히려 초기 모델에서는 엔진 '프론트케이스 누유' 같은 소소한 고질병을 제외하면 큰 말썽이 없었지만, 문제는 후기형에 탑재된 GDi 엔진들이었죠. 10만 km를 전후해 운행 중 노킹이 일어나거나 엔진오일이 줄어드는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는 4단 자동변속기라는 악조건을 감수하고라도 후기형 GDi 모델 대신 MPI 엔진이 달린 구형을 찾는 분들도 많았어요.

같은 세대 현대차가 폭넓게 공유하는 'C-MDPS'는 모터 내부의 플라스틱 부품이 부서지면서 뚝뚝 거리는 소음이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핸들이 잠기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MDPS의 플렉시블 커플링, GDi 엔진의 쇼트 엔진 등 주요 부품의 무상 교체가 이루어지긴 했습니다만, 시간이 흘러 동일한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완벽히 해소되진 않았죠. 중고차 구매하실 분들은 이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멋진 스타일로 기아차의 존재감을 끌어올린 포르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을 갖는다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니죠. 현대차의 마이너 버전이라는 꼬리표를 '디자인'으로 끊어내겠다는 결정 또한 기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전이었을 거예요. 소수의 팬들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야 하는 대중 브랜드이기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행히 이런 도전을 시장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어깨가 무거운 신차로서 많은 기대를 등에 얻고 등장한 포르테는 좋은 성과를 거둬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렸고, 이후 투입된 'K' 브랜드의 훌륭한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네이밍을 정리하면서 포르테라는 이름은 아쉽게도 이 모델의 끝으로 사라졌지만, 후속인 K3 역시 멋들어진 스타일과 아반떼 못지않은 상품성을 갖춰 준중형차 시장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죠. 다행히 해외 시장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그 이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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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꽤 쌓였지만 무난한 파워트레인과 저렴한 유지비, 풍부한 편의장비로 최근까지 사회초년생들의 부담 없는 첫차로 인기를 끌었는데, 스마트폰에 AUX 단자까지 없어진 요즘은 이 순정 블루투스 오디오가 더 빛나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십수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세련됐고, 특히 관리 잘된 쿱은 탐까지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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