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현대가 엘란트라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2세대 준중형차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반떼 보러 왔는데, 웬 엘란트라가 나오냐며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엘란트라를 아반떼의 1세대 모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북미 등 해외에서는 아반떼를 이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죠. 베르나가 미국에선 '엑센트'로 K5가 여전히 '옵티마'라는 이름으로 팔렸던 것과 같은 케이스입니다.

사실상 중형차였던 스텔라에 비해 엘란트라는 한결 작고 가벼워졌습니다. 마치 소형과 중형 사이에서 황금 밸런스를 찾은 느낌일까요?
쥬지아로 등 외주에만 의지했던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손을 댄 외관은 당시 대세였던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면서도 세단이 갖는 중후함을 살린 모습이었습니다. 소나타와도 궤를 같이 했죠.

당시 국룰이었던 직물 내장재가 돋보이는 실내는 소나타를 줄여 놓은 듯한 모양새였고, 지금도 현대차의 장기인 공간 창출 능력이 빛을 발해서 차 크기 대비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죠.
이 당시 차들의 전유물이었던 디지털 계기판을 옵션으로 제공해 마치 전투기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어요. 이때 애프터 마켓에서 레자를 덧씌우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죠.

후륜구동이었던 스텔라와 달리 당시 기술 지원을 받던 미쓰비시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됐고 미쓰비시의 1.5, 1.6L 가솔린 엔진과 5단 수동, 4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렸습니다. 출시 당시부터 고성능 이미지로 마케팅을 했고 실제로도 날렵하고 경쾌한 주행 성능을 뽐냈습니다. 작아진 차체도 여전히 중형차 포지션에 가까웠던 당시 경쟁차 대우 '에스페로'와 기아 '캐피탈'에 비해 무게에서 유리했죠.

특히 1.6L 모델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았는데, 미쓰비시에서도 소형차 '미라지'의 고성능 트림에 장착했던 엔진이었기 때문에 경쟁차를 그야말로 압도하는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무려 126마력 15kgf.m의 토크를 발휘했는데, 지금 판매되는 아반떼의 스마트 스트림 1.6엔진이 123마력 15 .7kgf.m의 힘을 제공하는 것을 떠올리면 당시 그 성능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짐작이 되죠.

엘란트라는 유달리 큰 차를 선호했던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에 출시 초 경쟁차에 밀렸죠.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뛰어난 성능과 상품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경쟁 차종을 압도한 것은 물론, 92년에는 연간 국내 최대 판매모델을 차지할 정도로 잘 팔렸습니다.
국내 출시 1년 후인 91년부터 수출을 시작했는데 북미와 호주에서 나름 인기를 끌었고, 이때부터 현대차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 차종으로 자리 잡게 되죠.

93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뉴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습니다. 전/후면부 디자인을 손보면서 한층 더 부드러운 이미지로 거듭났고, 특히 투박했던 이전과 달리 L자형으로 빚은 테일램프가 세련된 느낌을 줬죠.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ABS와 운전석 에어백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주력 판매 모델이었던 1.5L 모델의 엔진을 개선해 상품성을 높이면서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기존의 1.6L 엔진은 1.8L로 대체해 더 좋은 성능을 제공했지만, 안 팔리는 건 똑같았죠.

엘란트라는 국내외에서 적잖이 성공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로터스 엘란'과의 혼동 가능성을 이유로 'E'를 뺀 '란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긴 했지만, 뛰어난 가성비와 적당한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아반떼 시리즈가 해외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발판이 됐죠.

참고로 '엘란'이라는 스포츠카는 훗날 기아에서 판권을 사들여 '기아 엘란'으로 출시되는데, 얼마 후 현대와 기아가 합병되면서 자연스럽게 '엘란'이라는 이름의 상표권도 같이 따라왔죠. 그 덕에 아반떼는 3세대인 XD에 가서야 '엘란트라'라는 수출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반떼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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