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리턴즈]①적자터널 끝 보인다…메모리 1위 삼성의 두번째 도전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3년 만에 월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며 키워온 두 번째 성장축이 긴 부진 끝에 반등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다.

2005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한 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선단공정, 독립 사업부 출범, ‘반도체 비전 2030’을 거쳐 확장해온 삼성의 파운드리 도전이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수주형 제조'로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6월 월간 손익 기준 흑자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이후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은 첫 신호다.

다만 한 달 흑자만으로 사업 회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성 파운드리의 현주소를 보려면 메모리 1위 기업이 왜 시스템반도체 제조 시장에 뛰어들었는지부터를 짚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사는 메모리에서 출발했다. 삼성은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대규모 선제 투자를 단행하고 미세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며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메모리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이다. 같은 제품을 더 많이, 더 싸게, 더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함께 가져간다.

삼성의 성공 공식도 명확했다. 불황기에도 투자를 이어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업황 회복기에 더 큰 이익을 거두는 방식이었다. 메모리 산업은 가격 사이클이 크지만 대규모 투자와 양산 경험을 갖춘 선두 업체가 불황을 견딘 뒤 호황기에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장기간 메모리 1위 자리를 지킨 핵심 경쟁력도 투자와 양산 역량이었다.

지난 2021년 이재용 회장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 사진 제공=삼성전자

하지만 메모리만으로 반도체 산업 전체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웠다. 2000년대 들어 휴대전화와 디지털 가전, 통신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별 기능을 구현하는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AP,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 통신칩처럼 완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다. 설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가 맡고 생산은 전문 제조사가 담당하는 분업 구조도 확산됐다.

삼성전자가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 중심 수익 구조를 넘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면 외부 고객의 칩을 대신 생산하는 제조 역량이 필요했다. 삼성은 메모리에서 쌓은 초미세공정 경험과 생산라인 운영 노하우를 비메모리 제조 시장으로 넓히려 했다.

초기 파운드리 사업은 시스템LSI 사업과 맞물려 성장했다. 삼성은 자체 AP와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면서 로직 반도체 제조 경험을 쌓았다. 내부 물량은 공정 기술을 검증하는 기반이 됐고 외부 고객 물량은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됐다. 메모리에서 검증한 양산 능력을 로직 반도체 제조로 확장하려는 흐름이었다.

첫 번째 의미 있는 전환점은 모바일 반도체였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고성능·저전력 AP 수요가 급증했다. AP는 스마트폰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팹리스는 더 미세한 공정을 원했고 제조사는 빠른 공정 전환과 안정적 생산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했다. 삼성이 모바일 AP를 중심으로 선단 공정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으로 볼 수 있다.

'사업부 독립'에서 '비전 2030'까지

2014~2016년 14나노 FinFET(핀펫) 공정은 삼성 파운드리 성장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힌다. 삼성은 14나노 공정을 통해 자체 엑시노스뿐 아니라 외부 고객 물량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월 2세대 14나노 LPP 공정 양산을 발표하면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이 해당 공정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가 글로벌 모바일 칩 고객을 상대로 존재감을 키운 사례였다.

모바일에서 확보한 경험은 삼성의 자신감을 키웠다. 메모리에서처럼 선단 공정에 먼저 진입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대만 TSMC가 장악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파운드리는 더 이상 내부 시스템LSI를 보조하는 생산 기능에 머물기 어려웠다. 외부 고객을 전담하고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독립 사업 체계가 필요해졌다.

삼성전자가 2017년 5월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 조직으로 분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스템LSI사업부 안에 있던 제조 기능을 떼어내 글로벌 팹리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사업으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독립 사업부를 통해 국내외 팹리스 고객에 최첨단 파운드리 설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파운드리를 메모리 이후 차세대 반도체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 사진 제공=삼성전자

2019년 4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하며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를 내걸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계획에는 연구개발 73조원과 최첨단 생산 인프라 60조원이 포함됐다.

삼성의 도전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었다. 메모리에 좌우되던 사업의 위험도를 낮추고 새로운 먹거리를 육성하기 위한 미래 생존 전략이었다. 메모리는 업황 변동에 따라 실적 등락이 크다. 파운드리는 고객과 제품군이 넓고 장기 위탁생산 관계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메모리 편중을 줄이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던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는 메모리와 로직, 패키징 경쟁력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운 메모리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삼성 입장에서 파운드리는 시스템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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