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나이키, 결국 수장 교체…혁신 되찾을까

조회 3752024. 9. 22.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한다. 인턴으로 시작해 32년간 나이키에서 재직하다 은퇴한 베테랑 임원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와 같은 소식에 투자자들은 환호했지만 회의론도 제기된다.

/사진 제공=나이키

19일(현지시간) 나이키는 내달 13일 존 도나호 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엘리엇 힐 전 소비자 및 시장 사업부 사장이 신임 CEO로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도나호는 내년 1월까지 나이키 고문으로 남아 인수인계를 지원한다.

힐은 1988년 나이키 인턴으로 시작해 2020년 은퇴 전 소비자 및 시장 부문 총괄로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기까지 32년간 근무했다. 나이키는 힐이 재임 기간 동안 자사 사업을 39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마크 파커 나이키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엘리엇의 글로벌 전문성, 리더십 스타일, 업계 및 파트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스포츠, 브랜드, 제품, 소비자, 운동선수, 직원에 대한 열정이 나이키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끌 적임자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2020년 1월 CEO로 선임된 도나호의 지휘 하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직접판매(DTC) 전략을 고수하며 자사 기술 성장에 집중하고 풋락커, 메이시스와 같은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끊었다. 팬데믹 이후에도 나이키가 DTC 강화에 집중하는 사이 호카, 온러닝 등에 신생업체가 급부상했다. 그 결과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중국에서의 소비 위축 등으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이후 나이키는 다시 도매업체를 통한 판매를 늘리고 마케팅 비용 확대 등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까지 고전하고 있다. 나이키는 6월 말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과 연간 가이던스를 제시했고 회사의 경영 방식과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힐은 재임 기간 중 마지막으로 2017년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는데 당시 그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도매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DTC 사업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힐이 복귀 후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 회복과 DTC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매튜 보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이 “나이키가 기존 경영진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힐을 포함해 2020년 이전에 주요 임원을 지낸 베테랑 세 명이 회사에 복귀했고 평균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두 명의 임원도 승진했는데 이 다섯 명은 전 CEO이자 회장인 파커와 긴밀히 협력해왔다.

60년의 나이키 역사상 창업자인 필 나이트를 제외하고 마크 페레즈, 마크 파커와 도나호, 총 세 명이 CEO를 지냈다. 이 중 나이키 베테랑 임원 출신인 파커를 제외한 둘은 재임 기간이 5년 미만이었다.

텔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애널리스트는 “나이키는 힐을 선임하며 안전한 선택을 했고 스포츠 운동화와 의류 산업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추고 기업 문화를 잘 알고 이해하며 조직 전체의 리더 및 직원들과 유대감을 갖고 파트너와의 관계를 재건할 수 있는 이전의 리더십 스타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티그룹의 폴 레주에즈 애널리스트도 “힐의 복귀가 나이키를 이전의 뿌리와 성공의 문화로 되돌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다만 힐이 회사에 복귀한 후에도 나이키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CEO 교체가 실적 부진과 혁신 부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윌리엄스트레이딩의 샘 포스너 애널리스트는 “사업 방향성에서 큰 변화가 곧바로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새로운 CEO가 선임된 만큼 실제 제품 및 브랜드 진화가 실현되기까지 최소 15~18개월에 걸릴 것이며 2026년 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스의 랜덜 코닉 애널리스트는 경쟁 심화를 포함해 지난 4년 동안 시장에서 일어난 “중대한 변화에 적응”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혁신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방향성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는 시장이 성장을 주도할 구체적인 계획을 기다리면서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UBS의 제이 솔 애널리스트는 “힐이 ‘제품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은 힐이 나이키의 제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힐의 복귀를 앞둔 내달 1일 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을 공개하는데 이에 대한 월가의 기대치는 낮아진 상황이다 그나마 올림픽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11월19일 열리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힐이 내놓을 전략에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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